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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는 강/솔직히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 방문기 >_<

아, 10월 안에 써야지 써야지 헀는데 어쩌다보니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10월 마지막날 쓰는구나-_- 이 포스팅이 알라딘 서점 블로그에서 모집(?)한 '중고서점 일산점 방문 후기'의 마지막 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뭐 오늘이 마감이니까 오늘까지 올리면 되겠지. 여하튼간 참 늦게도 올리는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 방문후기 시이작.

일산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긴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건 9월 6일이었다(세상에 자그마치 약 두달 전ㅋㅋㅋㅋㅋㅋㅋ). 라페스타 초입에 있던 민들레영토가 문을 닫은지 한참 됐다는데 아직도 민들레영토 간판이 붙어있네? 하며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차였다. 민토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ㅋ 민토 건물은 처음 일산에 이사왔을 때부터 꽤 인상적이었기에 그 건물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에 대해선 나름 관심이 있었던 것.

이것이 옛 민들레영토. 1층의 KFC도 3층의 민토도 10년쯤 됐을 거다.

옛 민토가 있던 건물의 맞은편, 라페스타 입구. 좀 예전 사진이다. 지금은 여러 가게가 바뀌었다.


2003년 겨울에 일산으로 이사왔으니, 여기서 산 지도 벌써 10년째. 우리 가족이 이사오기 바로 직전에 라페스타가 개장했었다. 처음으로 신촌에서 일산으로 귀가하던 날, 77-2 버스를 타고 빙글빙글 돈 후 일산구청(그때는 일산동구/서구가 분리되지 않았었다) 정류장에 내려 집을 찾아 갔었던 날이 아직도 생각난다. 태어나서 처음 이사라는 걸 겪어 싱숭생숭하던 저녁, 저 건물 위의 독수리를 보고 '우왕 이동네 신기한 거 있다!'고 동생과 떠들떠들하며 집을 찾아 갔더랬다.

저 독수리, 라페스타의 랜드마크같은 거라고 혼자 생각해 왔었는데, 새 가게가 들어오면 없어지는 거 아냐?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 같은 게 들어올 가능성이 높을 텐데...으엉. 진짜 없어지면 아쉽겠다ㅠㅠ 고 슬퍼하던 어느 날, 정확히는 9월 6일 금요일. 흐리고 어둑어둑한 퇴근길 저녁, 터덜터덜 일산문화공원(옛 미관광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저 멀리 옛 민토 건물에 '알라딘 중고서점'이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뙇!!!!!!!!!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씩씩거리며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니 진짜로 알라딘 중고서점 간판이 붙어 있었다!!!! 으악 일산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이 생겼어!!!!!!!!! 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당황한 표정으로 직원분이 나오시며 말씀하셨다, "내일 모레 오픈이에요^^^^^^^^^^^" 자세히 보니 유리문짝 앞에는 '준비중'이라는 글자가 프린트된 A4용지도 붙어 있었다. 아흥 아쉬워라. 그렇지만 그냥 돌아오긴 아무래도 아쉬워 트윗 하나 날리고(https://twitter.com/buenabrazo/status/375924871798063104/photo/1/large인증샷 하나 찰칵.

아랫쪽 중간쯤의 'OPEN 준비중'이라는 글자가 나의 설레발을 잠재웠다ㅎㅎ


정작 오픈날이었던 9월 8일엔 못 갔고(아마 갔으면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왔을 거다), 그다음주는 어쩌다보니 이리저리 지나갔고, 하여 결국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에 처음으로 가 본 날은 9월 16일. 오픈하고도 8일이나 지난 날이었다, 흐엉.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 한 컷 찰칵.


처음 유리문 열고 들어갔을 때부터 깜짝 놀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쾌적하(여 보)였다. 알라딘 중고서점 중 가 본 곳이 신촌점밖에 없어 신촌점과 일산점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신촌점이 길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외지고 숨어 있는 듯 보이는 데 비해 일산점은 누구나 호기심을 느끼고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이 탁 트인 모습이었다. 신촌점이 '여기야 여기, 조심해서 내려와!'라고 속닥속닥 귓속말하는 느낌이라면 일산점은 '어서와 중고서점은 처음이지?'라고 벙글벙글 웃어주는 느낌? 뭐 참 이따위 비유가 다 있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진만 왜이렇게 작게 찍혔담;;;


2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책도 꽤 많(아 보이)고, 꿇어앉거나 쪼그려앉아 책을 읽을 만한 데도 꽤 있고, 심지어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탁자와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중고서점이라기보다는 외국의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답답하지 않고 널찍하며 밝고 시원시원한. 내부 자체가 둥근 느낌이어서 그런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쪽의 벽에는 작가들의 초상화와 그들의 작품에서 따온 구절이 적혀 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난쏘공 속의 글귀였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라는.


저 글씨의 느낌도 좋고, 조세희소설가님의 표정도 약간 서글픈 듯해 좋았다.


원래는 서점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ㅠㅠ 책꽂이 사이를 빙글빙글 돌다보니 아이고 연모하는 김연수소설가님 책이(이건 읽기만 하고 안 샀던 것), 아이고 좋아하는 한강소설가님 책이(아직 못 읽은 것), 아이고 절판된 백영옥소설가님의 실연조찬모임이(아직 안 읽은 것). 아이고아이고아이고 결국은 질러버렸다ㅠㅠㅠㅠ

위로부터 백영옥소설가님책, 김연수소설가님책, 한강소설가님책 :) 끄악.


됐어 그만 이제 그마아아안!!! 이라고 생각했는데, A46칸에 좋아하는 데니스루헤인의 가라, 아이야, 가라 1권과 2권이 사이좋게 뙇!!!!! 안그래도 데니스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전부 다 사려고 했었는데…으어 어쩌지어쩌지 하다가 이 유혹도 이기지 못하고 이 두 권까지 구입하고 말았다하하하하…그래 덜 먹고 더 읽자하하하하하…

두권에 7,200원. 왠지 굉장히 이득 본 기분이었돠하하하하.


다섯 권을 계산하러 갔는데, 계산해주시는 분께서 시인 김수영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비닐팩에 책을 넣어 주셨다. 으아. 비닐팩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기분이 확 더 좋아져 버렸다. 조심스럽게 "저 이거 봉지 하나 더 주실 수 있어요?"라고 여쭤봤더니 친절하게 웃으시면서 새 비닐팩을 하나 더 주셔서 귀하게 사뿐사뿐 들고 귀가. 으헝 이거 구겨질까봐 아까워서 못 쓰겠어요. 완전 예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두 명의 시인, 기형도와 김수영. 두 비닐팩 다 마음에 든다ㅠㅠㅠㅠ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흘러…지난주 토요일,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을 다시 한 번 찾았다. 오랜만에 토요일 근무를 하고-_-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다가 왠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 지난번처럼 3층 계단을 올랐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서점 안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일산에서' 이렇게 서점에 사람들 많이 있는 모습 처음 봤다. 정말이다. 내 눈을 의심하였다.

한달 반쯤 전에 갔을 때보다 책도 많고 사람도 많고!

특히 이날 어떤 분이 책을 왕창 파셔서ㅋㅋㅋ 책파는 코너에 대기자가 20명ㅋㅋㅋㅋㅋ


북적북적한 사람들을 헤치며 책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사진은 거의 못 찍었다ㅎ 이책도 맘에 들고 저책도 맘에 들어 다 꺼냈더니 열댓권이 넘어 이성을 되찾고-_- 힘들게 세 권을 골랐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끝까지 못 읽고 반납했던 교사와 학생 사이를 먼저 골랐고, 그다음으론 책을 펴낸 출판사를 좋아하지 않아 새 걸로는 사고 싶지 않던 책 두 권을 골랐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과 배수아소설가님(의 소설은 10년 넘게 꾸준히 쭉 읽어오고 있지만, 그 출판사는 정말 좋아하지 않아서ㅠㅠㅠ 결국 책을 사지 않았었다ㅠㅠㅠㅠㅠㅠ)의 당나귀들.

이거슨 인ㅋ증. <당나귀들>은 생략.


일산점의 위치 자체가 접근성도 높고 주목도도 높아서 그런지, 확실히 주말엔 북적북적하여 조금 아쉽긴 했다. 사람 많은 데를 싫어하는지라, 주중에 와야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중 오전에 가면 정말 신나게 돌아다니며 놀 수 있을텐데 그렇다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야 해서 오늘은 출근을 못하겠어요!!'라고 할 순 없지ㅎㅎ 주말이라 애들이 많아 좀 시끄러웠는데, 아무리 본인의 자녀가 떠들고 노는 모습이 귀엽고 예쁘더라도 이곳은 '책이 있는 곳'이니 부모님들께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공중도덕을 좀 지도하셨으면 좋겠다. 뭐 요즘은 도서관 안에서 본인의 자녀가 떠들어도 냅두는 부모님들이 쌔고 쌨으니, 내 희망이 너무 과한 건지도-_-

아직은 문 연 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몇몇 책은 자리를 잘 찾지 못했고(국내도서 사이에 국외도서가 끼어 있거나 2000년 이후의 한국소설 칸에 1990년대 소설이 들어 있거나 해당 분야와 상관없는 책이 꽂혀 있거나…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지난번에 갔을 때 눈여겨보(기만 하고 가까이 가보지는 못하였)던 '품절/절판도서' 코너가 아직은 꽉 차 있지 않았다. 책이야 자리를 찾아주면 되는 거고, 개인적인 바람은 '품절/절판도서' 코너가 정말 충실하게 꾸며지는 것. 처음 갔을 때 사왔던 백영옥소설가님의 책 같은 것도 이 코너에 꽂혀 있으면 될텐데, 그냥 일반 책꽂이에 꽂혀 있어 아쉬웠다. 이 코너가 잘 되어서, 일산점을 대표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면 좋겠다. '이미 사라진 책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캐릭터, 괜찮지 않나?
 

이 문구는 꽤 마음에 든다. 절판된 책을 읽을 때의 설렘을 잘 나타낸 문장 같다 :)




여하튼, 일산점, 번창하셔서, 많은 이들에게 책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소중한 장소가 되어 주시길. 내가 읽지 않는 책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시길. 예전에 민토가 라페스타 초입의 상징처럼 보였듯이, 앞으로는 알라딘 중고서점 일산점이 라페스타 입구에서 이 동네를 대표할 수 있는 곳으로, 민토보다 더 오랫동안 자리매김하시길. 그런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맞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아닌가? 맞춤법은 난쟁이가 맞는데 소설에는 난장이라고 되어 있던가? 아오 헷갈려ㅠㅠㅠㅠ 확인하러 가야겠다-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