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먹은 것들.

2019. 1. 10. 01:44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좀 뜬금 없는 포스팅이기도 한데(이 블로그에는 이런 얘기를 잘 안 쓰기도 하고 내가 워낙 먹는 것에 별 기호가 없기도 하고;) 작년에 워낙 근황글을 안썼어서 아니 뭐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나…하고 아이폰의 사진 앱을 열어보다가 아 그래도 이거 정도는 좀 남기고 싶다 하는 생각으로 올려본다. 2018년에 먹었던 것들 중 인상 혹은 기억이 꽤 오래 가(고 있)는 몇 가지들. 우선 제일 최근에 먹었던 것부터 올려보자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별로 없는 와중에도 김밥과 떡볶이와 순대 같은 분식류는 참 좋아한다. 그래도 떡볶이는 매일 못 먹을 것 같은데 김밥은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김밥집마다 맛이 다르기도 하고 속재료도 달라지고 하니까. 여튼간 김밥은 편의점 김밥이든 김밥*국 김밥이든 부페파*의 김밥이든 다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일산에서 산지 어언 10+n-1년째였던 작년 가을까지 이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김밥은 늘 같았다. 우리집김밥이었다.


구글 지도에서 따온 위치. 근데 사실 일산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 거의 없을 듯…


우리집김밥은 강선마을 16단지 상가 건물에 들어가 있는 작은 김밥집이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라 얼마 전에도 밤 열 시 넘어서(허허허) 김밥과 라면을 먹었었다. 예전에 주엽역과 대화역 사이에 있는 직장에서 근무할 때 거의 매일 야근을 했었는데, 퇴근길에 직장 선배님과 들러서 그날의 고통과 함께 김밥을 나눴던 기억이 나에게는 굉장히 '찐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오래 다닌 만큼 늘 맛있고 늘 만족스러웠던 곳.


그런데 작년에, 우리집김밥만큼 맛있는 김밥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현재 직장의 선배님께 들었다. 그곳의 이름은 김싸김밥이며 주엽역과 정발산역 사이에 있는 우리집김밥보다 좀더 주엽역 근처에 있다는 정보까지 입수. 어느 일요일에 조카를 산책시키면서 온 가족이 함께 한양상가와 태영프라자 근처를 살폈으나 결국 찾지 못했고 후일을 기약한 채 귀가했다. 포털사이트의 지도 페이지에서 김싸김밥을 아무리 검색해 봐도 나오는 게 없었던 것이다. 그냥 통합검색을 했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텐데…나새끼 절레절레……


그리고는 한동안 사는 게 바빠 김싸김밥인지 김써김밥인지 갈 시간이 없다 흑흑 하며 잊고 있다가, 이곳을 소개해주셨던 선배님께 '그러니까 못 찾았지! 한 블럭 더 가서 한솔코아 건물까지 가야 해!!'라는 말씀을 듣고 얼마 전 다시 김싸김밥을 찾아나섰다. 중앙로 쪽이 아니라 중앙로 뒷쪽길(이라고 쓰니까 좀 이상하넼ㅋㅋㅋ)이라는 설명을 머릿속에 콕 집어넣고.


그러니까 저 파란별이 우리집김밥 자리라면 저 빨간별이 김싸김밥 자리인 것. (이거슨 다음지도)

네이버 지도로 좀더 확대해 보면 저 '강선8단지 사거리' 근처에 김싸김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태영프라자와 한솔코아 사잇길로 가다가 큰사랑약국이 나왔을 때 왼쪽으로 걸으니

바로 저 간판이!!!! '김(밥)싸(는아저씨)' 간판이!!!!!!

토도도독 뛰어들어가서 이집의 시그니처인 김싸김밥과 실패 없는 선택인 참치김밥을 주문.

주문이 많아 잠시 기다리며 둘러보니 김밥의 재료로 추측되는 것들이 보였다.

가게 안에 작은 바가 있어 먹고 갈 수도 있었고.

아 저 밖의 쌀푸대가 '농협 신동진 쌀'이구나…하고 생각함.

가게 앞쪽에 붙어 있는 메뉴 사진들. 11시 방향의 김밥이 시그니처 메뉴인 김싸김밥.


나오자마자 들고 집으로 뛰어들어가(안 뛰었으면 세계음악기행 제시간에 들을 수 없었음ㅠㅠㅠㅠㅠ) 동생과 해치웠기 때문에 김밥 사진 같은 건 당연히 없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집 김밥은 '생김새'보다 향기가 예술이라 어차피 포스팅할 수 없다. 블로그가 5D도 아니곸ㅋㅋㅋㅋ 김밥 포장을 풀자마자 참기름 향기가 사방으로 좍 퍼지는데 어휴…나처럼 '살려고 먹는 사람'의 식욕도 돋구는 향기다. 그리고 유부가 진짜 맛있다ㅠㅠ 이 집의 모든 메뉴를 먹어보셨다는 직장 선배님 말씀으로는 '역시 시그니처가 최고'라시는데, 이날 참치김밥을 함께 먹으며 매우 공감했다. (다른 건 안 먹어봤으니 모르겠다만) 웬만하면 실패 없는 참치김밥인데 김싸김밥이 그보다 더 맛있었다. 보통의 김밥에 들어가는 햄이 빠지고 그 자리에 '지지고 볶은' 유부가 들어가는 건데 달고 고소한 맛이 엄청 좋았고 식감도 좋았다. 완전 만족스러워서 김싸김밥 장사 아주아주아주 잘되시기를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래오래오래 장사해주시기를 기원하고 있음. 그래야 제가 오래오래 먹을 수 있잖아요????



두 번째는 서호파이의 그래스호퍼 파이. 서호파이는 트위터에서 2016년 겨울경에 알게 된 가게였는데 그전까지 나의 파이집 페이보릿은 백마마을 상가에 있던 (구)맘스파이스토리였기 때문에 다른 파이집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 진짜 맘스파이 정말 좋아했었는데ㅠㅠㅠㅠㅠ) 그러다 2017년 초에 (구)맘스파이스토리가 문을 닫으면서 슬픔에 겨워 다른 파이집을 알아보다가 서호파이의 존재를 알게 됐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꽤 깔끔해보였고 후기들도 좋아서 우선 중요한 분(이라고 쓰니 좀 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신때 홀사이즈의 말차파이와 작은 단호박파이들을 보내드렸는데 정성스럽게 사진을 보내주셔서 엄청 감사했었다.


그때의 사진들. 이게 말차파이.정말 예쁘게 포장해주셨다+_+

그냥 봐도 예쁜 단호박파이도더 예쁘게 담아주셨다.


직접 맛은 못 봤지만(ㅠㅠ)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해 동생 생일에 다시 말차파이를 주문했었다. 그리고 작은 초콜릿타르트와 딸기크럼블타르트도 함께. 그때는 매장 오픈 전이라 지하철역에서 직접 픽업했었는데 주인님 인상이 너무 좋으시고 정말 정성스럽게 전달해주셔서 역시나 감사했었다.


이렇게 두 상자.

글씨를 정말 잘쓰신다+_+큰 상자에 들어있던 말차파이.

약간 괴기스럽게 찍혔는데;; 얘가 초콜릿타르트고이게 딸기크럼블타르트.


근데 가족들이 생각보다 말차맛을 안좋아해서ㅠㅠ 으음 이럴 거면 그냥 빠바 케익을 살 걸 그랬나ㅠㅠ 하며 자신감을 상실해 한동안 주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그해 연말 서호파이의 연말 시그니처 메뉴인 부슈드노엘을 예약주문받는다는 것을 또다시 트위터로 알게 되었는데! 이건 절대로 실패할 수 없는 메뉴란 확신이 들어!! 바로 예약했고!!! 성공했다!!!!!!!


상자를 열자마자 엄마가 포크를 가지고 돌진했으나

형식적으로나마 촛불은 끄자고 설득해; 이거 한 장 찍고 바로 해치움.


하 정말 내가 먹을 것 사진을 먹음직스럽게 찍는 재주가 없어서 사진에 제대로 안나타나지만ㅠㅠ 저 부슈드노엘은 진짜 최고였다ㅠㅠㅠㅠ 내 평생 먹은 케익 중 가장 (달고) 맛있는 것이었음. 그래서 서호파이에 대한 애정을 다시 회복한 나는, 작년 봄 새로운 메뉴로 그래스호퍼 파이라는 게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요렇게 민트와 오레오와 초콜릿과 마시멜로우가 함께 들어간 파이였음. (아 현기증;)


민트를 좋아하는 동생의 생일 케익으로 딱이다 생각하고,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2년 연속 동생 생일 케익을 서호파이에서 마련한 셈이네.


이때는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10길 10에 있는 매장으로 직접 픽업하러 갔는데, 북가좌동삼거리 버스정류장과 매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워서 찾기도 쉬웠고, 아담한 매장도 예뻤다. (사실은 부슈드노엘도 매장에서 직접 픽업함ㅋㅋ)


이 서호파이 로고가그대로 간판에 들어가 있다 :)

매장 안쪽에서 내 파이가 구워지고 있었고,쇼케이스에는 딸기말차크럼블파이가!! :)

이 예언은 잠시 후 현실이 되었는데,이 때부터였다…(아 또 현기증;;)

케이스에서 꺼내는 순간! 민트를 애정하는 동생은 기뻐했고!!!

민트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감동해버렸다…

크게 달지 않은 흰 생크림 위에

바닐라오레오와 초코오레오가 콕콕 박혀 있고

무엇보다 저 필링의 두께가ㄷㄷㄷㄷ 저기만 저런 게 아니라 파이 전체가 다 저랬음ㄷㄷㄷㄷㄷㄷㄷ

어찌나 탱글탱글하던지 하아ㅠㅠ


하 저 부슈드노엘과 그래스호퍼파이 정말 너무나너무나너무나ㅠㅠ 사진으로 오랜만에 보는 건데도 아름답구나ㅠㅠㅠㅠ 작년 겨울에는 부슈드노엘을 못 먹어서 마음에 한이 되었다. 내년에는 꼭 먹고 싶음. 사실 서호파이는 애플파이 전문집인데 나는 늘 애플파이 말고 다른 것만 먹는 기분이 들어서 올해는 애플파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티드카라멜 아니면 브리티시로호호호호. 무엇보다 내 중요한 분이신 ㅇㅅㅇ씨에게 좀 보내드리고 싶은데 여기가 배달을 안해서ㅠㅠ 매장에서 픽업한 뒤 전달해드려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ㅠㅠㅠㅠ (내가 어떻게????) 2월에 한번 노려봐야겠다.



세 번째는 파파떡볶이. 내가 가장 자주 가는 떡볶이집은 라페스타의 엄마손떡볶이이고, 재작년에 백석역 근처 마크트할레에 있는 빨간망토를 알게 되어 이 두 곳을 종종 다녔는데, 작년에 전 직장 동료가 '진짜 맛있는 떡볶이집을 발견했다'며 데리고 가주었다. 역시 학교 근처 떡볶이집이 진리인가…(지도에는 안 나오지만 백석중 백신고 근처다)


저 [A]가 바로 파파떡볶이의 위치. 백석역이랑 가까워서 찾기도 쉽다.


엄청 쫀득쫀득하고 맛있었어서 나중에 또 먹어야지 생각하다가. 작년 봄 조카가 일산병원에 입원했을 때(ㅠㅠㅠㅠ) 간호하느라 밥맛을 잃은 동생을 위해 떡볶이를 사러 갔다. 여기는 일산병원하고도 멀지 않기 때문에. 


빌딩 이름이 크리스탈빌딩임ㅋ 여기 도착해서!

파파맛 떡볶이를 주문했다.

오잉 택배도 되네??? 하고 봤지만 이날은 재료를 주문할 여유가 없었고ㅠㅠ내게 여기를 소개해준 친구는 순한맛이 제일 맛있다고 했는데 으음.


다시 사들고 터덜터덜 돌아가 병실에서 챱챱 먹었으므로 역시나 사진은 없다ㅋㅋㅋ 아기가 아픈데 사진은 무슨. 이거라도 먹으라고 해야지ㅠㅠ 하면서 일산병원까지 다시 걸어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햇빛이 쨍쨍 내리비치는 날이었음. 그때는 조카가 백일 막 지났을 때라 주사바늘 꽂을 데도 마땅치 않을 정도로 작을 때였다. 팔에 링겔을 꽂을 수 없어서 발에 꽂고 있던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웠었다. 진짜 건강이 제일 중요함ㅠㅠ 조캥이 아프지마 건강하게 자라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음 글이 또 딴데로 새고 있는 느낌)


이날 병실에서 동생과 함께 떡볶이 먹던 기억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이때 이후로 한 번도 못 먹었다. 이제는 조카가 그때보다 많이 컸(고 엄청 무거워졌)으니 좀 편하게 다시 먹을 수 있으려나 싶다가도 역시 아직은 너무 아이라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늘 보호자가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터라-_-+++++ 이때의 기억이 아직 안 흐릿해진다. 이러다가 조카가 어른 될 때까지 못 먹는 건 아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파떡볶이 사장님 오래오래 장사해주셔서 시간 많이 지난 후에 찾아가도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