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베끼고

[김이듬]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슌, 2011. 8. 13. 00:42


차갑고 아름답다.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김이듬




나는 겨울 저수지 냉정하고

신중한 빙판 검게 얼어붙은 심연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 나를 지쳐줘

한복판으로 달려와 꽝꽝 두드리다가

끌로 송곳으로 큰 구멍을 뚫어봐

생각보다 수심이 깊지 않을 거야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덥석 물고

퍼드덕거리며 솟아오르는 저 물고기 좀 봐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