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드는 바람/베끼고

[황인숙] 나, 덤으로

슌, 2013. 6. 22. 23:58
슬픔이 나를 깨운다, 황인숙, 1994, 문학과지성사 
 
내가 너무 이러한 사람이라서, 이 시를 본 순간 마음에서 찡하고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나, 덤으로
황인숙
 
 
나,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만 같아
 
나, 삭정이 끝에
무슨 실수로 얹힌
푸르죽죽한 순만 같아
나, 자꾸 기다리네
누구, 나, 툭 꺾으면
물기 하나 없는 줄거리 보고
기겁하여 팽개칠 거야
나, 지금
삭정이인 것 같아
핏톨들은 가랑잎으로 쓸려 다니고
아, 나, 기다림을
 
끌어당기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