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 10:42ㆍ흔드는 바람/읽고
혹시라도 2024년 12월에 순위가 바뀌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12월에 좋은 책들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포스팅하지 않았는데, 역시 나새끼 12월에 읽던 책을 완독하지 못해서ㅠㅠㅠㅠㅠㅠ 결국은 2024년 12월에 읽다 만 책들은 '2025년에 읽은 책' 목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중 작별하지 않는다를 어제 드디어 다 읽었고(오열) 최진영작가님의 쓰게 될 것을 이어서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참 좋다. 다시 말하지만 제가 12월에 다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내란수괴가...흑흑흑 그만ㅠ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_-?)고 생각하려고 해도 '작년에 읽은 책'들을 떠올리면 헛헛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막을 수가 없다ㅠㅠ '올해는 책을 더 많이 읽자'는 생각을 매년 하는 걸 보면 매년 불만족스럽게 읽고 있다는 것이겠지. 2021년 이후로는 '올해는 넷플릭스를 작작 보고 책을 좀더 보자'는 생각을 쭉 해왔는데 차라리 넷플릭스에서 의미 있는 시리즈를 보는 게 유튜브를 멍하니 보는 것보다 나은 듯ㅋㅋㅋㅋㅋㅋㅋ 절레절레. 유튜브에 뇌를 빼앗긴 내란수괴처럼 살지 말고 열심히 읽자!!!!는 마음으로 2024년에 읽은 책 베스트를 본격적으로 꼽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나온 책'이 아니라 '작년에 읽은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힘. (누가 시비 걸 일이야 없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마음산책)
진은영시인님의 '독서록' 같은 책이다. '책에 대한 책'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그걸 읽을 시간에 내가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해왔음) 진은영시인님이 쓰신 책이니까 무조건 좋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좋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이나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내 언어의 한계가 절감돼서 마음이 막 아팠다. 이 책에 대한 '좋음'과 이 책이 지닌 '아름다움'이 내가 지닌 어휘들로는 도저히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좋다'는 말과 '아름답다'는 말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좋은 책이고 아름다운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까워가지고 엄청 아껴 읽었는데도 결국 다 읽어버려서, 다 읽고 나니까 슬펐다. 전자책으로 읽으며 줄을 긋는데 어떤 글은 줄을 너무 많이 그어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 이럴 거면 그냥 필사를 통째로 해볼까 싶기도 했을 정도.
인간은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인간은 왜 타인을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타인에게 닿고자 노력해야 하는가. 인간은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가.이 세 가지는 내가 아주 오랫동안 계속 품고 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질문들인데, 이에 대한 답이 모두 이 책 안에 있다(쓰고 나니 네 가지 질문 같기도 하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올해는 한권한권 따라 읽은 다음, 다시 이 책의 글을 한편한편 다시 읽어보고 싶다. 진은영시인님 정말 존경하고 너무너무 좋아합니다ㅠㅠ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ㅠ
2. 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웅진지식하우스)
위에서의 내용에서 이어지는 얘기인데...인간은 타인을 왜 이해해야 하는가,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노력이 인간에게 필요하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품어왔던 것이다.
나는 남이 아니기에 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다는 게 당연한 건데, 그럼에도 인간은 왜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왜 불가능한 것을 계속 시도해야만 하지? 👉🏻 이 생각을 아주 오래 해 왔고, 이러한 고민을 정리해나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 김연수소설가님의 책들이었다. 소설가의 일, 원더보이와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가장 대표적이었던 책들.
불가능한 것이기에 관두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잘 실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이후로는, 그렇다면 나는 남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어떤 생각으로 대해야 하지? 남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지? 👉🏻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고, 최근에는 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내게 인상 깊은 책들로 남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그랬고, 김연수소설가님의 책들로는 일곱 해의 마지막, 이토록 평범한 미래, 너무나 많은 여름이가 그랬다.
그리고 작년엔 저 책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
물론 여전히 나는 '타인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인을 정확히 알려고 노력하는 일'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타인보다도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걸 살아가는 내내 계속 더 배우고 있다. 나 자신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타인이 소중한 존재임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그의 존재를 존중해야 한다. 타인을 깊이 알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해 더욱더 잘 알게 해 주는 것임을 확신한다. 머릿속으로만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지 말고, 그러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할 법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년의 나에게 좋은 책이었다.
3.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문학동네)
김기태작가님의 소설 중 '전조등'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소설 보다: 2022 가을 편에서였다. 다 읽고 나서 되게 멍했었다. 뭔가 한 대 맞은 느낌이랄까. 아니 이렇게 평온하게 끝나버린다고? 싶어 다 읽은 후 왠지 슬펐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집었을 때는 '전조등' 같은 소설이 가득 실려 있는 책이려나 싶었다. 게다가 나는 남성작가들의 문학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 된 지 오래됐기에(라는 얘기는 늘 쓰고 있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크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물론 다들 재밌다고 하는 책이니 재미있겠지! 라는 생각 정도는 했지만. 근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고, 사실은 자꾸 눈물이 나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ㅋㅋㅋㅋㅋ 롤링 선더 러브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과 로나, 우리의 별을 읽을 때 많이 울었고 무겁고 높은을 읽을 때도 눈물이 났는데 앞의 세 편과 뒤의 한 편이 준 느낌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재미있는 책이라고 했으니까 다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겠지? 하는 생각으로 종이책을 샀는데 진짜로 재미있었어서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직장 동료에게 선물했다.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람) 나는 전자책으로 다시 구입할 것임. (아직 구입 못했네...) 참고로 몇년 전부터 나의 책 구입 양상은 전자책과 종이책에 따라 나뉘고 있는데
김연수소설가님의 책: 종이책으로 구입하고 사인을 곳곳에 받음.
나왔다 하면 당연히 사는 책: 내가 볼 것은 전자책으로 사고 선물할 때는 종이책을 삼. 예를 들면 저 위에 있는 진은영시인님의 책이라든지, 마거릿 애트우드 선생님의 책이라든지(이건 선물하진 않는군) 뭐 황정은작가님이라든지 배수아작가님이라든지 김애란작가님이라든지 윤성희작가님이라든지...최근엔 김화진작가님도. (김화진작가님의 동경도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긴 한데, 다음 책은 좀 다른 분위기/느낌의 이야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편으론 들었다.)
나왔다 하면 당연히 사는 책이 아닌 책: 다 읽고 나서 좋으면 전자책으로 다시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종이책을 삼. 다 읽은 종이책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함. 안 좋았으면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아버리기도 함...
실용적인 목적 혹은 선물 목적으로 사는 책: 당연히 종이책으로 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눈부신 안부 (백수린, 문학동네)
사실 이 책은 2023년에 읽고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못 읽었고...그러다 결국 2024년 여름에 읽었는데 그때 읽었던 계절과 소설의 느낌이 잘 어울려서 좋은 타이밍에 읽을 수 있어 기쁘다고 생각했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는 약간 심드렁한 기분이었는데(뭐여 이거 이성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뻔한 얘기...이런거 흥미 없는데🤨🤨🤨) 1부가 시작되면서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결말은 예상 가능했지만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과 이야기가 아름답다는 것은 별개라서 책의 후반부를 읽을 때는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고(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면 매년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은 읽으면서 울었던 책의 다른 말이기도 한 듯ㅠㅠㅠㅠ) 다정한 마음이 몇 번이고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인간을 구원하는 다정함의 위대함을 몇 번이고 생각했다. 다정한 말과 다정한 행동을 하는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반복해서 할 수 있도록,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듯.
5.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다산책방) + 디 에센셜 한강 (한강, 문학동네)
다들 클레어 키건의 책이 너무너무 좋다고 하여 재작년 겨울에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먼저 읽었다. 좋은 책이었는데,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결말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느낌이라 너무 많이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이 나에게는 어려웠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문학이 아니라 윤리학적 당위의 언어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자꾸 들었달까. 그렇다면 다른 책을 읽어볼까...하는 마음으로 작년 봄에 맡겨진 소녀를 먼저 읽었다. 다행히(??!!?!) 이처럼 사소한 것들보다 훨씬 좋았다. 이 책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열하며 읽었는데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책이 엄청 얇은 편이라 일부러 천천히 읽었는데도 결국 다 읽어 버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 하는 슬픔도 결말의 슬픔만큼이나 컸다ㅠㅠㅠㅠㅠㅠㅠㅠ 맡겨진 소녀야말로 여름의 느낌이 가득한 책이라 여름에 다시 또 읽었음.
디에센셜 한강은 사실 처음 나왔을 때 안 샀었다...저는 한강작가님의 책을 대부분 갖고 있는 사람이라서 말이죠🤔 그 흔치 않은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초판본(표지 바뀌기 전 버전)도 가지고 있고 여수의사랑 검은사슴 내여자의열매 전부다 개정판 전 버전으로 가지고 있고요(자랑 맞음). 하지만 한강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후에 저 띠지를 갖고 싶어서ㅋㅋㅋㅋㅋ 결국 저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고, 사는 김에 지인들에게 선물할 책까지 와르르 함께 샀다.
오랜만에 희랍어 시간을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너무 아름답고ㅠㅠ 무엇보다 후반부에 실린 수필들이 너무 슬프고 아름다운 얘기들이라 수필 읽을 때도 역시 오열......(내게 문학이란 오열의 장르인 것인가) 한강작가님 정말 존경하고 너무 좋아합니다 흑흑흑. 올해는 진은영시인님이 언급하신 작가들의 책을 순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한강작가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쭉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둘 중에 아마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후자일 것이다. 책이 이미 다 집에 있으니까ㅋㅋㅋㅋㅋ 새해 첫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으니, 곧 여수의 사랑부터 다시 읽기 시작해야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다 쓰고 나니까...
에세이 한 권, 비문학 한 권, 한국 단편소설집, 한국 장편소설, 외국 중편소설, 노벨문학상 작가님의 소설(야호)로 리스트가 구성되어 있어 굉장히 의도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절대 그렇지 않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임. 매년 '새 책 많이 사지 말고 있는 거나 다 읽자ㅠㅠ'는 생각을 하는데 생각은 생각일 뿐 실천에 닿지 않고 있어 읽지 못한 채 쌓이는 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에라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올해는 진짜로 있는 책들부터 열심히 읽어야지. 우선은 여수의 사랑 읽고, 보관(?!)해 온 지 너무 오래된 빌레뜨와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과 운명이다부터 좀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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