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갑작스러운 크레마 카르타G 구입기 :P

2020. 2. 27. 00:16흔드는 바람/읽고

나도 이게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겠는데;

갑작스럽게 크레마 카르타G를 구입하게 되었다. 원래는 이맘때 내가 태블릿을 살 줄 알았는데 전자책 단말기라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간 거지…여전히 스스로도 좀 얼떨떨함. 책장 위에 카르타G가 잘 꽂혀 있는데도 저게 내 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저걸 갑자기 왜 산 건지도 좀 헷갈리고-_-

전자책 단말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다. 사실은 좀 오래 전부터 했다; 출판사들에서 한창 세계문학시리즈들을 막 기획해서 출판하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민음사 꺼 말고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문학과지성사 등등이 갑자기 와르르 쏟아지고 있을 때 이북 단말기를 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전자책보다 이북이 짧으니까 이북으로 써야지). 세계문학을 다시 읽고 싶긴 한데 그걸 다 사서 집에 쟁여둘 공간은 아무래도 없는 거다. 물론 그걸 읽고 나서 다시 중고서점에 팔 수는 있겠지만(지금 하는 방식) 보통 고전문학책들은 두께가 좀 있다 보니까(아 당연히 얇은 것도 있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고전문학은 뭐 레미제라블 전쟁과평화 돈키호테 이런 거 얘기하는 거임ㅋㅋㅋㅋㅋ) 그걸 들고다니며 읽는 것도 좀 부담스럽고 그러다보니 집에서만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아무래도 진도가 덜 나가고. 읽고 나서 아 됐다 팔자 하고 가져갔더니 매입불가가 뜨는 경우도 생각보다 자주 있고 했었다.

무엇보다 예전에 변영주감독님이 어떤 팟캐스트에 나와서 이북 단말기의 장점을 설파하셨던 게 엄청 매력적이었다. 고전문학을 다시 읽고 있다면서 '이거 하나만 있으면 여기 세계문학이 다 들어있고! 무겁게 안 들고 다녀도 되고!' 하시는 거 들으면서 응 그렇네?????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굿즈를 좋아했던 과거의 나는 온갖 굿즈를 다 챙겨받아야 했기 때문에(사실은 받는 게 아니라 사는 거지=_=) 종이책을 꾸준히 계속 샀었는데…점점 방구석에 자리도 없어지면서 아무리 이것들이 가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아예 꽂을 데조차가 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던 차였다. 장서가 엄청 많아서가 아니라 방구석이 난장판이기 때문임; 책꽂이가 부족해서 이렇게저렇게 책들을 쌓아 꽂고 겹쳐 꽂고 하기를 거듭하다가 결국엔 책상의 일부에 책을 쌓아놓게 되면서 아 이거 아닌데 싶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직장선배 두 분을 각각 뵈었는데 두 분 다 전자책의 장점을 너무 설파하시는 거다????? 한 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전자책을 안좋아할 수는 없다'라고 하시면서 태블릿이나 하나 살까 하고 있던 내게 태블릿이 아닌 이북 단말기로 전자책을 볼 때 눈이 훨씬 편하다는 점을 강조하셨고, 다른 한 분은 '종이책 쌓아두기만 하지 사실 다 읽지도 않지 않냐'라고 하시면서 뼈때리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둘다 내게는 너무 강하게 때려박혔다.

그래도 전자책을 사야겠다!!!!!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진 않았었는데. 태블릿을 사려고 중고나라를 계속 뒤지다가 문득 '태블릿을 산 후 내가 뭘 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블로그를 더 열심히 하고 전자책도 보고 직장에서도 써야지 하는 마음이었으나…내가 아는 나는 지금보다 서핑 더 하고 게임 더 하고 도라마코리아에서 맨날 고로상 보고 많이 보지 않는 유튜브까지 왕창 보게 될 것이 더 현실감넘쳤고 그렇다면 안그래도 최근 몇년 간 나빠지고 있는 눈은 말도 못하게 나빠질 것이 기정사실. 진짜로 태블릿을 사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내게 갑자기 정말 불현듯이 너무 갑작스럽게 크레마가 들어와 버렸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이 결론 무엇임??????)

그래서 화요일, 코로나의 위험을 뚫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원래는 종이책을 살 생각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전자책 단말기를 구경하게 됐고, 처음엔 사운드업을 보고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사운드업을 샀다간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결국은 카르타G를 질러버렸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었지만(그랬다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나새끼…) 하필 지금 카르타G가 다 품절이라는 것도 갑작스런 구매를 부추겼다. 스스로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179,000원을 계산하고 귀가.

포장을 뜯기 전의 카르타G. 이때까지만 해도 환불할 수 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장을 뜯고, 와이파이를 연결한 후, 시스템 업데이트 시작. 배터리 용량이 30퍼센트 이하면 충전을 한 다음 업데이트를 하라고 했는데 나는 배터리가 46퍼센트 있었기에 그냥 업데이트했다.

330MB를 열심히 다운받더니(느림)(하지만 느린 줄 알았으므로 화내지 않았음) 안드로이드가 다시 시작되겠다고 하여 기다림. 익숙한 안드로이드가 나왔다. 카르타G는 또 열심히 일을 하였고,

잠시후 완료. 최신 시스템을 사용 중이라고 하니까 엄청난 최신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북 단말기를 기계로서 평가하자면 정말 뭐랄까 스마트폰 처음 대중화되던 시기의 슬라이드폰같은 느낌?ㅋㅋㅋㅋㅋ 여튼 와이파이를 (다시) 연결한 다음,

양품 테스트는 꼭 하는 것이라고 하여 나도 했다. 양품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완충해야 하니까 우선 노트북에 연결해서 충전을 했고 나는 김사부를 보러 다녀옴. 핸드폰 충전기로는 이북 단말기를 충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배터리가 엉망진창이 될 뿐만 아니라 액정도 나갈 수 있다고. 액정 한 번 나가면 5-10만원 정도가 깨진다는데 무서움ㄷㄷㄷㄷㄷ

왼쪽이 업데이트 끝난 카르타G의 홈화면(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네), 오른쪽은 충전중인 카르타G.

양품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1. 완충, 2. 와이파이 끄기, 3. 조명 제일 어둡게 설정, 4. 여덟 시간 이상 내버려둠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인터넷 현인들의 말씀을 따라 완충된 카르타G를 박스에 다시 넣고 아침에 일어나 확인해보니 100프로. 이정도라면 불량품은 아니군! 하고 안심하며 하루종일 카르타G를 만지작만지작하였다. 교보 전자도서관을 좀 제대로 써보고 싶었는데 계속된 에러로 이건 99% 정도 포기했고-_- 전자도서관 앱에서 고양시전자도서관 찾아서 책 몇 권 빌려봤다. 첫 번째로 빌린 책은 (그래도 혼자 의미 부여하고 싶어가지고) 김연수소설가님 책.

김연수소설가님 책은 앞으로도 종이책으로 사겠짘ㅋㅋㅋㅋㅋㅋ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립 이미지도 바꿈. 예스24에서 제공해준 이미지가 있어 그걸 깔았다. 링크는 "여기". 푸도 있고 귀여운 개도 있었지만 지금의 전자책 사용이 사실 '쓸데없는 종이 사용을 지양하자'는 생각과도 맞닿아 있지 않은가 생각하며 이것으로 선택. (뭐 의미란 부여할 때 생기는 것이니까…) 카르타G를 컴퓨터와 연결한 후 다운받은 슬립 이미지 'SLEEP' 폴더에 집어넣으면 된다. 그리고 기계 설정에서 슬립 이미지 사용과 관련된 설정을 변경하면 됨. SEND ANYWHERE를 써도 되겠지만 뭐;

SAVE OUR EARTH라는 말도 미안하다. THEIR EARTH가 아닐까. 저들이 인간보다 훨씬 더 전부터 지구의 주인이었을텐데.

사실 얼마 전부터 '아 인제 종이책 살 때 알라딘 안써-_-'하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었던지라 알라딘에서 크레마를 산 게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터였는데 MY YES24를 메인화면에 꺼내기가 귀찮아 어쩔까 하다가 그냥 APP DRAWER깔았다. 저 앱을 쓰면 내 카르타G에 깔려 있는 모든 앱들을 다 확인할 수 있다. 깔기 잘했다고 생각함!

낮에는 뇌 어쩌구 하는 책을 봤는데 영 별로라 두 번째 책으로 빌린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를 읽기 시작함. 위근우씨 글은 예전부터 좋아했었는데 내가 '대중문화 비평집'을 선호하지 않다보니 이 책을 계속 못 읽고 있었다. 다행히도 고양시전자도서관에 비치.

'틀림'을 비판하지 않고 '옳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라는 프롤로그의 문장부터 인상 깊었다.

양품 테스트 끝난 후 사려고 했던 플립 케이스는 수요일에 구입.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 또 갔다왔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국이 이래서 그런지 요즘 어딜 가도 좀 한산한 분위기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수요일 알라딘 중고서점이랑 다이소, 목요일 알라딘 중고서점밖에 안갔지만 ;P

구입 목적은 당연히 '설탕액정이라는 카르타G의 액정 보호'인데 막상 끼워놓으니까 저 자동 WAKE-UP 기능이 좋다. 홈버튼을 굳이 열지 않아도 케이스를 열면 알아서 슬립모드가 꺼짐. 스탠딩은 안 된다.
카르타G 박스와 플립케이스의 케이스(?????)를 뒤로 하고 케이스와 결합한 카르타G ;P
잠자기 전에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한 번 더. (사실 이 포스팅 하기 전까지 읽고 있었음ㅋ)
얼마 안 읽었지만 이 부분은 심금을 울리네요…없던 여혐은 뭔 없던 여혐이야 있던 여혐을 자랑처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얼씨구나 생겼지-_-

하루종일 이런저런 APK를 찾아다녔는데 다 별 성과는 없었고-_- 지금은 YES 북클럽을 쓸지 밀리의서재를 쓸지 그냥 전자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사고 싶은 전자책만 살지 아직 결정도 못 내렸다. 우선은 빌린 책이나 열심히 읽지 그러니 나야? 액정보호필름을 붙일까 싶기도 한데 붙이면 터치감이 떨어진다는 말도 있어서 그냥 초기비닐을 계속 붙여놓음ㅋ 오늘 다운받은 APK를 같이 첨부해볼까 했는데 용량 때문에 올리긴 불가능하겠고, 대신 APP DRAWER 다운로드 주소를  링크해놓겠다☞"여기" 기계 루팅 같은 데 애초부터 관심도 없고 그냥 있는 거 잘 쓰는 게 적성에 맞는 내게는 오늘 다운받은 APK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APK.

여기에 딱 맞는 파우치도 하나 사고 싶긴 한데(북파우치는 그래도 몇개 있는데 카르타G 크기에 전부다 미묘하게 안맞는 느낌으로 크닼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지출보다 책을 읽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오늘 알라딘 중고서점 갔을 때 전시된 파우치들 다 둘러봤는데 딱 맞는다고 할 만한 게 없었음. 우선 파우치는 나중 일로 미뤄놓고 나는 안전하게 액정을 보존하면서 전자책을 읽고 종이책 소비를 좀 줄이면서 소유를 줄여나가는 걸로. 어제오늘 오랜만에 쌓아놓은 책들도 좀 정리하고(중고서점행 예정) 그랬다. 김연수소설가님이나 마거릿 애트우드 선생님의 종이책은 앞으로도 계속 사겠지만 다른 책들을 가능하면 덜 사려고 진짜 노력해야겠다. 특히 비문학 도서들. 무거워서 들고다니지도 못함.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라든지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라든지 '분노와 용서'라든지…아 근데 누스바움 선생님의 종이책은 사야 될 것도 같고;;;;;)

여튼간 카르타G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내가 좀더 책을 읽고 좀더 공부하게 만들어주렴. 눈도 덜 나빠지게 해 주고ㅠㅠㅠㅠㅠ

사실 케이스 사러 갈 때는 '파랑 할까? 검정이 나으려나?' 했었는데 남은 게 검정밖에 없어 선택이고 뭐고 할 게 없었다. 나처럼 선택에 많은 시간을 쓰는 사람에게는 잘 된 결과인지도. 그나저나 나중에는 얘한테 이름을 붙여주게 되진 않으려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