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2.0] 이제 10년, 유앤미블루

2007. 8. 16. 10:59💙/너의 이름


2007년 8월 21자 필름 2.0에 실린 유앤미블루 인터뷰. 심슨가족이 표지에 나와있는 잡지임미다.
아직 구입 안하신 분들 어서어서 가판대 내지 서점으로 ㄱ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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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년, 유앤미블루

2007.08.21 / 김뉘연 기자

꼭 10년 만이다. 1997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마지막 공연 이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유앤미블루가 오는 8월 12일 늦은 오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무대에 오른다. 따로 또 같이 걷는 유앤미블루의 그들, 방준석과 이승열을 만났다.

방준석 | 1970년 생 | 유앤미블루 | 영화음악<다세포소녀> <구미호 가족> <라디오 정원> <짝패> <바람피기 좋은 날>
이승열 | 1970년 생 | 유앤미블루 | 솔로 <이날, 이때, 이즈음에...>


김뉘연 기자 이승열은 올해 낸 솔로 2집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방준석은, 음악창작집단이라 불러야 하나? 그 ‘복숭아 프로젝트’, 의외로 오래 가네.
방준석 안 깨지고 오래 간다는 말인가? 그거야 복숭아 프로젝트가 회사도 아니고 그냥 동네 형, 동생들 그런 개념이니까.
김뉘연 다들 이승열과도 친한가?
방준석 다들 서로 안다. 아는데, 친한가?
이승열 형, 동생 삼을 정도는 아니지. 강기영 씨야 그 옛날 삐삐롱스타킹 시절부터 알았고, 이병훈 씨는 <해안선> 영화음악 하면서, 장영규 형은 <얼굴없는 미녀> 음악 만들면서 알게 됐다.
김뉘연 1집 발매 당시 인터뷰했던 이승열의 첫인상은 낯을 많이 가린다는 거였다. 굳이 비교해본다면 방준석은 낯 따위는 가리지 않을 스타일 같은데.
방준석 아니 왜. (웃음) 옛날엔 그랬다.
이승열 나, 이제 많이 나아졌다.
방준석 내가 요즘 더 가리는 것 같은데.
이승열 아, 그건 아닌데. (웃음)

김뉘연 그런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승열 준석이 영화제에서 뭘 맡았지, 아마?
방준석 작년부터 조성우 음악감독이 제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서 덩달아 나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올해는 영화제 트레일러 주제곡 등을 만들었는데, 그런 가운데 문득 유앤미블루 공연 한 번 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김뉘연 맨 처음 제안은 누가?
이승열 내가 처음 들은 건 우리 회사 사장님한테서.
방준석 그 사장님, 플럭서스 대표 김병찬 형이 영화제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이잖아.
이승열 플럭서스에서 유앤미블루 앨범 1, 2집을 재발매한 적도 있고 해서 다들 서로 아는 사이다.

김뉘연 꼭 10년 만이다. 유앤미블루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것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동안 둘이서 같이 공연한 적은 몇 번 있지 않나.
이승열 내 공연에 준석이가 게스트로 한두 번 출연했고, 위성 DMB 채널 30번 멜론방송에서 진행하는 ‘이승열의 뮤지스탤지아’에 출연해 어쿠스틱 라이브로 한번 같이 맞춰봤었다.
방준석 안 부르니 내가 가야지. (웃음)

김뉘연
제천에서 10년 만의 조우라. 유앤미블루와 어울린다. 그러고 보면 제천이 참 좋은 곳이기도 해서 은근히 찾아가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방준석 비가 안 와야 할텐데.
김뉘연 기자 비가 살짝 내려도 좋을 것 같기도 한데. 그나저나 10년 전 일들, 기억나나? 그 시절이 많이 그리운 편인지, 아니면 정작 본인들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이렇게 남들이 유앤미블루 얘기 꺼내면 그제야 한번 떠올려보는 편인지.
이승열 (방준석을 바라보며) 듣고 싶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방준석 음, 일단 지금 같이 연주하는 베이스 치는 친구가 유앤미블루 시절부터 함께하던 친구라 걔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그리고, 유앤미블루 라이브 앨범을 일 년에 한두 번 듣는 그런 정도?
김뉘연 특별히 라이브 앨범을 듣는 이유가 있나? 정규 앨범도 있는데.
이승열 당시 왁자지껄한 소리가 다 들린다. 초입에 "유앤미블루!" 하고 외치는 사람이 누군지도 알고. 왜 그런 거 있잖나. 차 마시고 흑백영화 보는 사람. 난 울적하면 꼭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챙겨보는 사람도 알고 있다. (웃음) 그런 레퍼토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준석 그렇다고 아, 옛날이여 이건 또 아니고. 당시에는 힘들다는 생각 많이 못 했다. 좋은 시기였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반면 쉬운 시기만은 또 아니었다. 나도 아주 가끔 듣는데, 사실 궁금하다. 지금 유앤미블루를 아는 사람이 의외로 너무 많은 거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수학적인 공식을 비껴가거든. 앨범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얼마 안 되거든요. (웃음) 활동을 활발히 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유앤미블루를 아는 분들이 너무 많다. 궁금해 죽겠다. 이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진짜 솔직히, 왜 우리에게 유앤미블루라는 꼬리표가 붙었는지조차 납득 안 가는 지점이 있다.
김뉘연 그동안 유앤미블루 자체에 어떤 오라가 형성되면서 스스로 진화한 게 아닐까?
방준석 바로 그거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스스로 신기하고 궁금한 거지. 근데, 난 술을 잘 못하는데 1년에 한 몇 번 취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옛날 앨범 들어보니까 듣기 괜찮던데? 나름대로. (웃음)
이승열 술 취해서 들으면.(웃음)
김뉘연 라이브 당시 기억나는 얼굴은.
방준석 일단 황보령. 크리스마스 때 연말파티 겸 공연을 한 거라 다들 놀러 왔다. 신윤철 형도 있었고.
이승열 우리는 몰랐는데, 나중에 만나서 자기도 거기 있었다는 분들이 있더라.

김뉘연 1, 2집은 있고 라이브 앨범만 없는데 아무래도 사야겠다.
이승열 라이브 앨범은 이제 아마 안 팔 거다.
방준석 어쨌든 분명 나쁜 현상은 아니다. (웃음)

김뉘연 그런데 유앤미블루 얘기 나오면 다들 언제 다시 뭉치나 궁금해하지 않나?
방준석 사실 꽤 오래된 얘기다. (이승열에게) 우리, 언제 하지? 어려울 건 없지. 하면 되는 건데.
이승열 다만 그에 대한 부담이 없었으면 한다.
방준석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오라라는 게, 그렇다. 그 상태 그대로 놔두고 싶기도 하다. 한 가지 헤아려볼 수 있는 건 당시 우리 의도를 벗어나는 외적인 그 무언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한, 우리의 의도와 어떤 선상에서 만난 그 무엇. 그렇다면 10년 전 우리 손을 떠난 그 일을 지금 다시 시작한다는 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열 난 솔직히, 주변에서 그런 재결합 얘기가 없을 때 내고 싶다.
방준석 그렇지. 그냥 무심히 내고, 빠지기.
이승열 그런데 옛날을 떠올려보면 그땐 잘 몰랐다. 여러 가지로. 당시에는 먹고 사는 문제도 그리 깊이 생각할 게 아니었다. 지금도 생계에 매여 사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신중해진다. 물론 야, 우리 모여서 재미있는 거 하자, 정작 그게 답이 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생각이 많다.

김뉘연 혹시 나이 때문은 아닐까? 사실 둘 다 내일 모레면 마흔 아닌가.
방준석 그건 전혀 아니다. 나이? 왜? 어차피 우리가 대중문화 코드를 노리고 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음악 신도 이제는 바뀔 것 같다. 예전엔 대중이 좋아하는 가수며 밴드가 승승장구하다 일순간 쫙 빠지는 시스템이었는데, 변해야 되고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그런 걸 의식화해서 추진한다면 그 자체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
김뉘연 그러나 날이 갈수록 어쩔 수 없이 무뎌지는 감성을 그저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승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벌써 그만큼 무뎌지는 거다. 난, 싸운다. 순간순간 그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흠칫 놀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방준석 시기마다 내놓을 수 있는 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변화란 당연하고 취향은 다양하다. 솔직히 요즘 음악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문화적 코드와 맞아 떨어지면 오래 가는 거고. 우리가 그중 하나가 되느냐, 아니면 흐지부지 되느냐, 그런 거다.


김뉘연 혹시 우리나라 음악 신에 책임감을 느끼나?
방준석 별로.
이승열 책임감? 무슨 책임감? (웃음)
방준석 아, 그런 건 있다. 지난번 펜타포트 마지막 날, 승열이 공연 보고 나서 날 알아보는 사람을 만났다. 종종 이런 분들이 있다. 실컷 놀고는 한참 있다가 진지하게 형님, 하면서 양팔을 꽉 잡더니 예전에 굉장히 좋아했다고 하더라. 유앤미블루 음악을 들으며 힘을 얻던 시절이 있었다고. 그런데 지금 내가 변했다며, 다시 돌아와 달라더라. (웃음)
이승열 그런 친구가 있었어?
방준석 고마움을 느끼고 약간의 반성도 하게 된다. 그 당시 우리가 근본적인 것이 뭔지 모르고 막 저질렀던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걸 의식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 상황이 근본을 놓치고 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걸.
이승열 그 근본이 뭔데?
방준석 나도 모르겠어 그건.
이승열 아니, 이렇게 물어볼게. 변했다며 돌아오라던 그 팬의 말에 네가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는지.
방준석 사실 요즘 내가 했던 일들이 굉장히 기계적인 일이잖아. 어쩔 수 없이 감성을 팔아야 하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틀에 갇혀버린 상황. 2년 좀 넘은 것 같은데. 그럼, 왜 안 빠져나오느냐고? 빠져나오면 당장 갑갑하거든. (웃음) 겁도 나고. 비겁한 거지.
김뉘연 아무리 팬이었다지만 막상 그런 얘기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는데, 의외다.
방준석 고마웠다. 그건 고마운 거다.

김뉘연 기자 참, 가을에 개봉하는 <즐거운 인생> 영화음악 맡았던데.
방준석 '복숭아 프로젝트' 이병훈 음악감독과 함께했다. '복숭아'가 그런 성격이다. 열려 있는. 넷이서 하기도 하고 둘이서 할 때도 있고. <라디오스타>는 혼자 했었고. 이준익 감독의 차기작 <님은 먼 곳에>도 같이 한다.
김뉘연 기자 이준익 감독과 친한가?

방준석 친하다면 친하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이준익 감독은, 맡기는 스타일이다. 요점을 딱 찍어준 후 알아들었으면 오케이. 솔직히 너무 맡기신다.(웃음) 굉장히 작업하기 좋고 편안하고 즐거운 분이다.
김뉘연 이승열은 4년만에 2집을 냈는데, 보다 적극적인 듯해 좋아 보인다. 의도한 바인지.

이승열 실은 1집 때가 마음은 더 적극적이었다. 원래 초심이 그렇지 않나. 어떤 일을 겪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맥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공연도 마음먹은 만큼 많이 하지 못했고. 이번 2집 때는 공연을 많이 하게 되는 등 상황도 좋아졌고, 기분도 좋아졌다.
김뉘연 그런 좋은 기운은 공연을 통해서 받는 건가?
이승열 1집 때는 공연을 지금만큼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라디오든 오픈 스튜디오 형식의 라이브든, 어떤 형식이든지 이건 이렇게 해봐야겠다, 저건 저렇게 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내 안에서 적극적으로 떠오른다. 기대가 된다.
김뉘연 그동안 자신을 바라볼 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나보다.

이승열 늘 그랬다. 이를테면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다음날 고스란히 그대로 드러나면 아, 이 문제는 평생 가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산다는 게, 기술을 배우는 것 같다. 보다 덤덤하게 지내는 기술.
김뉘연 어느 인터뷰를 읽으니 기획사의 의도를 잘 따르는 모범생 스타일이라던데.

이승열 약속을 지키는 스타일이랄까. 이거 너 사줄게, 이런 사소한 약속도 머릿속에서 쉽게 안 지워지는 편이다. 내 선택에 순응한다.

김뉘연 좀 더 옛날 얘기로 돌아가 보자. 둘이 처음 만난 게 대학교 1학년 때였다고 들었다. 룸메이트였다고.
방준석 뉴욕주립대학교를 다녔는데, 개학하고 일주일 후 사람들이 모이는 데가 어딘가 해서 갔는데 거기가 기독교 학생 모임이었다. 그러다 담배를 피우러 나왔는데 승열이가 먼저 나와 있더라. (웃음) 보니까 한국 친구인 거다. (이승열에게) 맞다. 너 그때 수염도 있었어. 얘기하다 보니 이 친구가 기타를 친다는 거다. 아, 이 친구 방에 가니까 통기타가 있었다.
이승열 아니지. 기독교 학생 모임이랑 담배, 거기까지는 다 맞구요. 네 방엘 먼저 갔어. 전자기타가 있었는데 앰프가 없어서 전축에 연결해 스피커로 듣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난 그동안 기타 때문에 피 본 게 많아서 안 가져왔었는데, 그걸 보니까 안 되겠더라. 그래서 방학 때 기타 가지고 왔고, 마침 농구선수였던 내 룸메이트가 전학하면서 준석이와 방을 합쳤다.
방준석 근데 분명 네가 통기타로 노래를 불렀는데. 네 방에서.
이승열 그럼 그것도 맞는 기억이겠지. 나는 네 방을, 너는 내 방을 기억하는 거지.

김뉘연 대단한 인연이다. 둘의 전공도 다르지 않나. 이승열은 예술사학과고, 심지어 방준석은 경영학과던데.
방준석 그러게. 수업 듣기가 참 싫었던 것만 기억난다. (웃음)

김뉘연 졸업 후 아버지 따라 중국에 사업 도우러 갔다는 건 뭔가?
방준석 중국 간다는 건 핑계였고, 목적은 그 와중에 서울에 가서 우리 데모 테이프를 돌리는 거였다. 1학년 때부터 둘이서 밴드 만들어서 활동하다가, 아, 이런 일도 있었다. 4학년 때 메릴랜드 대학가요제라고 전미 지역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대회에 참가했다. 이수만 씨랑 현진영 씨랑 심사위원으로 오시고. (웃음) 그때 의외로 우리가 1등을 한 거다. 그날 공연 끝나고 이수만 씨가 우리한테 다가와서는, 아, 이거 또 내가 만들어낸 기억일 수도 있는데.
이승열 이번엔 맞다. 시상 후 리셉션 때 그가 우리에게 데모가 있냐고 물어보진 않았을 테지만 (웃음) 그에게 우리가 갖고 있던 데모 테이프를 줬어.
방준석 근데 전화 걸면 만날 자리에 없더라. 어쨌든 한국 와서 여러 곳에 데모 테이프 돌렸는데 반응 되게 안 좋았다. 뜬금없는 음악이라고. 그러다 어찌어찌 해서 송스튜디오에 갔다. '사랑과 평화' 출신 송홍섭 대표가 녹음실에 앉아 계시더라. 즉석에서 한 2곡 들으시더니, "어, 재밌네. 그래, 하자. 근데 2명이라며. 다른 친구 사진만 좀 갖다 줘." 그런데 이게 맞는 정보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송스튜디오에서 다른 듀오의 앨범을 준비 중이었다고. 그게 전람회였다. (웃음)
이승열 왜, 그 윤수일….
방준석 맞다. 윤수일 씨도 있었다. 일단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발 닿는 데는 다 가봤다. 윤수일 씨 사무실은 여기가 서울인가 싶은 그런 동네의 한 호텔방이었다. (웃음) 그런데 우리 판단에 송스튜디오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동아기획과도 친했고 정원영, 한상원 형 등 1세대 버클리파 출신들이 모여서 노는 곳이었으니까.


김뉘연 1994년 1집, 1996년 2집을 내고 활동을 접은 건 누구의 판단과 의지였나.
이승열 이 부분은 내가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준석이한테 우리 3년만 하자, 이렇게 얘기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이번엔 될 만한 음악을 만들자, 고만 했었다. 다만 난 부모님과 3년 동안만 음악을 하기로 약속했었고, 당시 회사상황도 어려웠고 해서 내가 집에 가야겠다고 손 든 케이스다. (방준석에게) 혹시 달리 기억하냐?
방준석 쉬어야 할 때가 왔던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이건 어떤 동물적인 감각에 속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어두워짐을 느꼈다. 일단 환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마지막 공연 타이틀이 '쉼표'였다.속도를 마구 내던 중이었고, 조금만 더 가면 위태롭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 떠나되 1년 후 돌아오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클럽 블루데블이 경영난으로 접는다 해서 뮤지션들끼리 적으나마 자금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아래 1998년 4월 공연을 하기로 했었다. 그때 참여하려고 했는데, 또 그게 그렇게 안 됐다.

김뉘연 그런데 사정 어려워서 접은 밴드의 마지막 공연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라니 참.
이승열 그게 좀 언밸런스하지. 당시 '우면산 난장'이라고, 무슨 공연 시리즈가 있었다. 한영애 선배님도 참여하는 공연이었는데 우리가 끼어서 혜택을 본 거다.

김뉘연 참, 제천에서는 어떤 곡 부를 건가?
방준석 시간상 많이는 못 하고 다섯 곡 정도. '꽃' '세상 저편에 선 너'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그날' '햇살'. '햇살'은 그 와중에 유일하게 영화 에 삽입된, 둘이 함께 노래한 곡이다.
김뉘연 연습은 많이 했나.

방준석 이제까지 딱 한 번 맞춰봤는데, 되게 좋았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옛날처럼은 하기 싫더라. 잼 형식으로 가기로 했다.
김뉘연 신청곡은 안 받나?
이승열 난 있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비와 당신'. (웃음)
방준석 그런 생각도 잠깐 했었다. 승열이 곡도 영화에 삽입된 곡이 많고 하니까 우리가 만든 영화음악들 모아서 해볼까. 영화제니까. 그런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안 그러는 게 나은 것 같다.

김뉘연 질문 하나. 좋은 영화음악이란 뭔가?
방준석 영화의 음악. 영화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롤은 영화와 같이 가야 하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영화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가야 하는 음악. 너무 성의 없는 대답인가?
김뉘연 정답인 것 같긴 하다.
방준석 그 선을 넘어서면, 사실 그런 유혹은 항상 있는 건데, 그러면 별로 좋지 않더라.
김뉘연 만약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음악만 기억에 남는다면? 진정한 영화음악이라면 그렇게 기능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방준석 그렇다면 또 하나 지적할 것은, 음악만 탓할 것인가. 책임을 돌리려는 얘기가 아니라 과연 이 영화 어디에서 부족함이 드러나는지는 정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참, 이 친구가 영화에 대한 조예가 깊다. (이승열에게) 너 영화 하고 싶어했잖아.
이승열 그건 이 친구 생각이다. (웃음)


김뉘연 직접 영화 만들고픈 생각이 있는 건가?
방준석 난 있다. 나한테 이런 욕구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사실 얼마 전에 하게 됐다.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이승열 그런데 마침 예전에 유앤미블루 때 참여하기도 했던 내 동생이 영화 공부를 한다. 같이 영화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뉘연 그럼 언제 죄다 함께 영화 찍는 거?
방준석 아마도.
김뉘연 빠른 시일이 될까?
방준석 아니, 절대 그렇지는 않을 거다. 




+ 저 전신사진...물론 모델은 좋으시고...
배경이 눈에 되게 익어서 어딜까 어딜까 계속 궁금해했었는데
산울림소극장 앞 조그만 사거리!!!!! 그 이후로 거기 지날 때마다 저 앞에 서 본다. 미쳤나봐 ㅋㅋ

+ 3집에 대한 부담, 충분히 이해한다. 오랜만에 돌아오는 뮤지션들에 대한 반응 중 '돌아와서 고마워요' 만큼 '옛날이 좋았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특히나 지금처럼 기대감이 부풀려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부담스러우실 것 같다. 그냥, 너무 부담갖지 마시고, 많이 압박받지 마시고, 두 분이 좋을 때 언제든지, 두 분이 좋은 음악으로 편안하게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모든 일엔 때가 있고 꼭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지기 마련, 두 분 마음 속에 '유앤미블루'라는 이름이 담겨져 있으니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겠지.
진짜 솔직한 심정은-굳이 유앤미블루 3집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나오지 않더라도 두 분이 계속 교집합을 이루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