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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읽고

기억나지 않음, 형사(찬호께이, 한스미디어, 2016) + 주관적이지만 일반적일 것 같은 찬호께이 작품 베스트 >_< 설연휴를 맞아 도서관에서 야심차게 책을 왕창 빌려왔다. 그 중 첫 번째 책으로 이 책, '기억나지 않음, 형사'를 집어들었고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다 읽음. 뭐랄까 이게 재미있다면 재미있는데 시시하다면 좀 시시하고...약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느낌도 나고(아 너무 큰 스포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러고 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이나 '사건' 그 자체는 다양해질지언정 '기술' 자체는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을 누구도 돌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건 내가 너무 얕은 식견으로 쓴 문장이니 줄을 좀 긋도록 하자. 애니웨이, 후기를 짧게 남기는 김에 그동안 읽었던 찬호께이 소설에 대해서도 좀 기록을 남겨보고 싶어서 포스팅을 해 본다. (지금부터는 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포) 1. 기..
요즘 읽은 소설 몇 권: 한정현, 은모든 소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책을 뭐 엄청 많이 읽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편중된 독서를 하는 사람이고, 그 '치우침'을 담당하는 것은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주로 읽더니 평생 그러고 있다. 2000년 이후로는 '이렇게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열심히 읽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몇년에 한번씩 들곤 해서 그때마다 다른 책들을 읽어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결국은 소설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넷플릭스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내가 좋아했던 건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그러면서 사람이 변해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세상도 변해나가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매체가 소설만 있는 ..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린다는 것. 원래는 최근 읽은 소설에 대해서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다(블로그에 책 얘기를 너무 가끔 써서). 근데 글을 쓰다보니 다른 생각이 더 많아져서ㅋㅋㅋㅋㅋㅋ 아예 제목부터 바꿔버림. 이것은 인스타그램을 책 읽은 후의 감상을 짤막하게(아닐 때도 많음) 남기는 SNS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북스타그램 혹은 책을 주제로 하는 SNS 또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 떠들어보는 포스팅이 될 것 같음.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카테고리에 넣어두는 것이 맞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책 읽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니 그냥 집어넣고 써보자면... 보통 북스타그램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지 몇 년 됐다. 2019년에 승열오라버니가 '존 레논의 말'을 펴내시면서 계정을 만들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4) 지난번 포스팅 이후로 아주 오랜만의 포스팅. 사실 그때 더 길게 썼어야 했는데(???) 2장으로 넘어가게 되어서 훗날을 기약했다가 현생이 바빠져서 못 쓰고 있었다. 이제야 2장이라니 아이고. 2장에서는 '여성 교육'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입장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그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지적·신체적 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여성에게 주지 말아야 할 그럴듯한 이유가 정말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우리에게 여성 교육을 막아야 할 그럴듯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그런 능력이 계발되어야 할 이유가 많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당연히(...!!!!) 여성 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 근거 없는 생각이었어ㅠㅠ 나이는 점점 더 많아만지는데 ..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3) 이 책의 1장에서 누스바움 선생은 '소크라테식 교육'을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는데 1. 모든 인간을 위한 것: 성찰하는 삶을 위해서는 비판적이면서 철학적인 특정한 종류의 교육이 모든 인간에게 필요함. 선택된 소수를 이론적 명상의 삶으로 이끌거나 특별한 정신 능력을 갖춘 엘리트를 고등교육과정에 진입하게 하는 것을 지양함. 2. 학생의 상황과 맥락에 어울리는 것: 철저히 개인의 조건에 맞추어져야 함. 개별화된 가르침을 목표로 해야 하며, 학생들의 환경과 배경은 물론 지식과 믿음의 현재 상태, 자기성찰과 지적 자유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까지 고려해야 함. 3. 다원적인 것: 상이하고 다양한 규범과 전통에 관심을 가져야 함. '어떤 생활방식이든 똑같이 좋다'는 문화상대주의와는 구별됨. 인간이 이성적으로 ..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2) 지난번 포스팅에서 이런저런 문장들을 많이 옮겨 적었는데 사실은 겨우 머리말의 내용만 기록한 것이었다. 그때는 1장까지 읽은 직후였고 지금은 4장 중반 정도를 읽고 있다. 책의 차례가 아래와 같으니 한 40퍼센트 읽은 걸까. 그보다 적은 것 같지만. 오늘은 제1장 '소크라테스식 자기성찰' 부분부터 기억하고 싶은 부분들을 기록해보도록 할 것임. 라디오 전화토론 프로그램을 들으며 논리를 받아들이고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정서에 기초에 투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좋지 않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면, 이야기는 나누지만 진정한 대화는 절대 하지 못하는 민주주의가 생겨난다. 하, 이건 정말이지 너무 내 얘기 같아서ㅠㅠ 엄청 찔렸다ㅠㅠㅠㅠ 사실 나도 어떤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판단과 정서가 정해놓고 있다. 어쩌면..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1) 마사 누스바움 선생의 '인간성 수업'을 읽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8년에 나왔지만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나온 책이다. 그러니까 20세기 책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현재의 한국에서도 시의적절하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글을 보면 더 그런 느낌이 든다. “대학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경이로운 책”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꿋꿋이 지켜내는 놀랍고도 완벽한 책” “교과과정 개편과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을 둘러싼 지지부진하고 피상적인 논쟁을 넘어, 현실적이고 경험에 근거한 논증을 펼치는 탁월한 책” “소크라테스가 우리 시대에 살았다면 꼭 썼을 법한 책” 등 유수의 언론들과 학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현대의 교육학 ..
부지런한 사랑(이슬아, 문학동네, 2020) 작년에 이슬아작가님과 남궁민작가님의 공저인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네가 이런 말을 해 줘서 나는 참 좋았어! 고마워! 우리가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어서 정말 기뻐! 같은 식의 말을 성인들이 그것도 작가들이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많이 별로인데(이슬아작가님의 표현을 빌자면 꽤 느끼한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자신이 보는 세계를 전달하며 공감해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상대가 보는 세계가 자신이 보는 세계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얘기하며 서로의 다름을 환기하는 내용들이 좋았다. 특히 '당신은 어떠한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이슬아작가님의 태도랄까 자세랄까… 같은 게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주고받는 글 속의 텐션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듯. 이번에는 부지런한 사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