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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트(Sirât, Oliver Laxe), 2025 (2)
자드와 토냉이 마지막으로 춤추던 장면을 계속 떠올리고 있던 중, 문득 겹쳐지는 장면이 있었다. 몬스터의 후반부 장면이다. 요한의 뒤를 쫓던 덴마는 루엔하임에 도착하고, 드디어 요한은 덴마와 마주선다.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덴마에게 말한다. 선생님에게는 생명이 평등한 것이었겠지만, 그 덕분에 자신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이제는 깨닫지 않았냐고-평등한 건 죽음뿐이라는 걸. 어서 자신을 쏘라는 듯 손가락으로 이마를 가리키며, 요한은 덴마를 응시한다. 그리고 덴마는 요한과 함께 본다. '끝의 풍경'을. 세상에 나와 나를 죽일 사람 말고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풍경을. 결국 죽음밖에 없는 장면을. 어떤 가능성도, 어떤 희망도 없는 그곳에서, 말없이 요한은 덴마를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을 어서 끝내라고...
2026.01.30 -
시라트(Sirât, Oliver Laxe), 2025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포인 글) 시라트를 보고 난 뒤, 사실 마음이 잘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 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나는 계속 긴장해 있었다. 군대를 피하기 위해 세 대의 차가 산길로 올라갈 때부터는 긴장도가 더욱 높아졌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는데 어지러운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멀미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멀티플렉스에서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기분이 들다니 나도 좀 과하다...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랬다. 그 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자던 에스테반이 밖으로 나왔을 때부터, 왠지 에스테반이 죽을 것만 같았다. 피파가 에스테반에게 달려오는 걸 보는데 아찔했다. 피파가 에스테반과 장난치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될 줄은 ..
2026.01.29 -
1월의 문화가있는날.
올해는 문화가있는날마다 (가능한한)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혼자서 다짐했었다. 사실은 작년에도 그러고 싶었는데 영 여유가 안 나서ㅠㅠ 결국 거의 못감ㅋㅋㅋ 재작년보다 더 못감ㅋㅋㅋㅋㅋㅋㅋ ㅠㅠ그래서 오늘은 굳게 마음먹고! 다른 일정 안잡고!! 실로 오랜만에 아트하우스모모에 다녀왔다꺄ㅏㅏㅏㅏㅏㅏ원래는 시라트를 볼 생각이었다. 물의 연대기도 보고 싶긴 했는데 둘의 상영 시간이 너무 가까워서 시라트만 보게 되지 않을까 했다. 시라트에 대해 알았던 건 아버지가 딸 찾으러 가는 얘기라는 거, 레이브 음악이 나온다는 거, 평론가들 별점이 좋다는 거, 최근에 김향기배우님이 본 영화라는 거(인스타 스토리에 올리심) 끝…엄청난 영화라는데 얼마나 엄청나려나 하며 보기 시작했는데…굉장히 충격받았고(!!!!) 희생을 보고 난 ..
2026.01.28 -
호텔 정주행 >_< (2)
그렇죠 그렇습니다 저란 인간 덕질이 낙인 인간...한번 호텔을 보기 시작했더니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드라마의 시작도 한석규배우님 끝도 한석규배우님이다 보니까 아니 이거 한석규배우님 덕질하기에 너무 좋은 드라마인데???? 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가지고 30년 전 드라마를 신작처럼 보는 중인데 다 보고 나서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대체 왜 이 드라마의 결말은 형빈이의 죽음인가? 형빈이의 죽음으로 이 드라마를 마무리짓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혹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형빈이를 죽인 건가??????? 이 질문이 풀리질 않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어릴 적에는 '아 슬프다ㅠㅠ'하며 받아들이고 말았는데 늙으니까 그게 안되네. 물론 형빈이가 드라마 내내 음주와 흡연을 숨쉬듯이 하고..
2026.01.24 -
호텔 정주행 >_<
한석규배우님 드라마 중 제일 좋아하는 건 왓쳐다. 왓쳐 시즌2 언제 시작하나요 흐흑...가끔 시간 많을 때 왓쳐 정주행을 하는데 언제 봐도 너무 좋다. 도치광 너무 사랑합니다💕 가장 부담 없이 종종 봤던 건 김사부 시리즈 같다. 영화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8월의 크리스마스다. 제일 많이 본 것도 8월의 크리스마스다. 하지만 볼때마다 오열하기 때문에 큰 용기를 내서 봐야 한다. 얼마 전에도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 클립을 보고 어찌나 울었던지 어휴...정원씨 다림이 정말 사랑함ㅠㅠㅠㅠ 가장 부담 없이 종종 봤던 건 2층의 악당과 텔미썸딩이다. 텔미썸딩은 작년 말에도 한번 봤다. 배우님 출연작을 그냥 배경처럼 틀어놓고 싶을 때 부담 없이 고르게 된다. 근데 가끔 배우님이 출연하셨..
2026.01.23 -
크리미(널) 러브(이희주, 문학동네, 2025) - 최애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애들'.
작년에 소설 보다 2024 겨울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었는데 앞의 두 작품도 섬찟했지만 마지막 소설인 최애의 아이가 매우 강력했다. 그로테스크한데 슬픈 느낌이었다. 이렇게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며 강력한 사랑이라니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싶어 찾아낸 게 성소년이었고 정말 계속 절레절레하며 읽었다. 괴물같은 소설이네 싶었다. 예정되어 있는 파국을 향해 최고 속도로 달려가다가 결국 쾅 하고 터져버리는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에너지가 그때의 나에게는 좀 버거웠던 것 같다. 덧붙여 최애의 아이에서는 우미 혼자 달려가는데 성소년에서는 우미의 광기어린 애정이 네 명의 인물에게로 나뉘어지니까 읽으면서 좀 덜 집중하게 됐던 것 같다. 그리고 뭐 기본적으로 장편을 읽으며 단편만큼의 ..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