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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

기억나지 않음, 형사(찬호께이, 한스미디어, 2016) + 주관적이지만 일반적일 것 같은 찬호께이 작품 베스트 >_< 설연휴를 맞아 도서관에서 야심차게 책을 왕창 빌려왔다. 그 중 첫 번째 책으로 이 책, '기억나지 않음, 형사'를 집어들었고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다 읽음. 뭐랄까 이게 재미있다면 재미있는데 시시하다면 좀 시시하고...약간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느낌도 나고(아 너무 큰 스포인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러고 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이나 '사건' 그 자체는 다양해질지언정 '기술' 자체는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님을 누구도 돌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건 내가 너무 얕은 식견으로 쓴 문장이니 줄을 좀 긋도록 하자. 애니웨이, 후기를 짧게 남기는 김에 그동안 읽었던 찬호께이 소설에 대해서도 좀 기록을 남겨보고 싶어서 포스팅을 해 본다. (지금부터는 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스포) 1. 기..
2022년의 시리즈 Best 5 >_< 예전에는 연말에 '그해 읽은 책 리스트' 같은 걸 정리하곤 했다. 언젠가부터 게으름을 피우며 안했었는데 오랜만에 한번 연말 결산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2022년에는 책도 책이지만 OTT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시리즈들을 정주행하고 복습도 했었어서(사실 책을 많이 안 읽기도 했다...............흑흑흑흑흑) 책보다 시리즈와 영화를 정리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옵시디언에 나의 2022년 시리즈 & 영화 들을 쭉 정리해보기도 했고...(여기서 중요한 것은 올해 방영한/개봉한 영화나 시리즈 들이 아니라, 올해 내가 본 영화나 시리즈 들이라는 것. 따라서 올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TV 앞에서 많이도 딩굴거렸더니 생각보다 되게 많은 시리즈..
요즘 읽은 소설 몇 권: 한정현, 은모든 소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책을 뭐 엄청 많이 읽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굉장히 편중된 독서를 하는 사람이고, 그 '치우침'을 담당하는 것은 소설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설을 주로 읽더니 평생 그러고 있다. 2000년 이후로는 '이렇게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열심히 읽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몇년에 한번씩 들곤 해서 그때마다 다른 책들을 읽어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결국은 소설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넷플릭스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내가 좋아했던 건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그러면서 사람이 변해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세상도 변해나가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매체가 소설만 있는 ..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린다는 것. 원래는 최근 읽은 소설에 대해서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다(블로그에 책 얘기를 너무 가끔 써서). 근데 글을 쓰다보니 다른 생각이 더 많아져서ㅋㅋㅋㅋㅋㅋ 아예 제목부터 바꿔버림. 이것은 인스타그램을 책 읽은 후의 감상을 짤막하게(아닐 때도 많음) 남기는 SNS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북스타그램 혹은 책을 주제로 하는 SNS 또는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긴다는 것'에 대해 떠들어보는 포스팅이 될 것 같음.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카테고리에 넣어두는 것이 맞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책 읽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니 그냥 집어넣고 써보자면... 보통 북스타그램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한 지 몇 년 됐다. 2019년에 승열오라버니가 '존 레논의 말'을 펴내시면서 계정을 만들었었는데 어찌어찌하다..
Crazy Ex-Girlfriend 정주행 완료: 시즌 1 후기 (2) 지난번에 쓴 시즌 1 후기(1)에 이어지는 글. 사실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내인생 최고의 작품이라는 느낌은 절대 아니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버렸다. 지난번처럼 쓰다가는 아무래도 시즌마다 후기가 다섯 편씩은 나올 것 같아서...(그랬다가는 총 20개의 후기를 쓰게 되겠지)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부터는 에피소드 목록을 정리하며 써보려고 함. 그래서 시즌 1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나열해 본다. 쓰다보면 또 미친듯이 길어지겠지만;;; 어떻게든 해보지 뭐. 1) Josh Just Happens to Live Here! 뉴욕에서 조쉬를 만난 레베카가 웨스트코비나로 이사 오는 에피소드. 대럴의 로펌에 들어가고, 그렉을 처음 만난다. 그렉은 처음부터 레베카를 ..
Crazy Ex-Girlfriend 정주행 완료: 시즌 1 후기 (1)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 콘텐츠를 고르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콘텐츠를 고르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인데(아무리 그래도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진 않음ㅋㅋㅋㅋㅋㅋㅋ) 보통은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찜'해뒀다가 나중에 이거 좀 봐볼까? 싶은 순간이 오면 1편부터 보기 시작한다. 홈 화면에서 보자마자 '와 이거 보고 싶다!!!!' 하면서 바로 재생 버튼을 누르는 적은 거의 없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잘 안 되더라;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는 내 홈 화면에 꽤 오래 떠 있던 콘텐츠다. 넷플릭스가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며 오래 전에 추천해 줘서(매치포인트가 높을 땐 98%까지 올라갔었다) 찜해두긴 했는데, 제목이나 줄거리는 영 내 취향 같지 않았다...
인간성 수업(마사 누스바움/정영목, 문학동네, 2018) - 꼭꼭 씹어 읽기 (4) 지난번 포스팅 이후로 아주 오랜만의 포스팅. 사실 그때 더 길게 썼어야 했는데(???) 2장으로 넘어가게 되어서 훗날을 기약했다가 현생이 바빠져서 못 쓰고 있었다. 이제야 2장이라니 아이고. 2장에서는 '여성 교육'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입장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그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지적·신체적 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여성에게 주지 말아야 할 그럴듯한 이유가 정말 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우리에게 여성 교육을 막아야 할 그럴듯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그런 능력이 계발되어야 할 이유가 많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당연히(...!!!!) 여성 교육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 근거 없는 생각이었어ㅠㅠ 나이는 점점 더 많아만지는데 ..
[이제니] 빈칸과 가득함 이 시를 읽고 쁘띠 마망이 아주 보고 싶어졌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고 싶다. 빈칸과 가득함 우리는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여럿이었으나 우리는 나아가지 않았고.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무수한 가능성이 되어 우리 앞에 남겨진 채로 이제는 잊을 수 있게 된 어떤 일이 우리를 우리로 묶어놓는다. 나아가지 않는 날들에 작별 인사를 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의 꿈을 꾸겠다고. 나아가지 않은 길들에 대한 열망과 맹렬히 질주하는 감각은 여전히 간직한 채로. 오직 연습 연습 연습만이 라고 적힌 벽에는 빈칸이 가득하다. 오직 연습만이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단련되는 정신에 대해 말하던 어느날의 네가 있었고. 나아가지 않은 방향은 여전히 우리 의 앞에 남겨진 채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