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22, 2010 여덟 번째 REAL LIVE <이승열 3집 내기 전에 하는 공연> 후기

2011. 4. 20. 18:21💙/언제나 내곁에


공연 끝나고 집에 오면서 끄적거려놓은 메모들을 바탕으로 참 일찍도 쓰는 2010 연말공연 후기. 참 민망스럽구나ㅋㅋㅋㅋ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혼자 간직하고 싶었나? 그럴 리 없다. 여기에 후기를 쓰는 것 자체가 나의 '기억 재정리' 작업이기 때문에. 그저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변명해 본다ㅋ

다시 생각해도 이 날 공연은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고 완벽하도록 맘에 들었다. 초반엔 격하게 감동적이었고, 중반엔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막판엔 락킹하고 유쾌했으며 앵콜 땐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정말 고맙고 감격스러웠다ㅠㅠ 

무엇보다 You Make과 BeautifulDream Machine과 SecretlyLola와 So 모두가 진심으로 아름다웠기에 다시 생각해 보아도 가슴이 벅차다. 사실 처음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신곡을 들었을 땐 음악들이 귀에 익지 않은 상태이기도 했고 그날 내 상태가 너무 나쁘기도 했고(미칠듯한 감기몸살-_- 지금 생각해도 그날 공연을 끝까지 봤다는 건 정신력의 승리다ㅋ) 해서 뷰리풀과 유메잌과 롤라와 씨크리틀리와 쓰나미가 다 비슷비슷한 것도 같아 좀 걱정을 했었는데, 역시 전부다 쓰잘데기없는 걱정이었다ㅋㅋㅋㅋ 오라버니는 자기 색깔을 지키는 사람이지 자기복제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이날의 셋리스트는 아래와 같았는데... 


1. Midnight (intro ver.)
2. You make
3. Book of love (Covered by SY)
4. 곡예사
5. Good to know you
6. Beautiful
7. 비상
8. Dream Machine
9. Walk
10. 아도나이
11. Tsunami
12. Lola
13. So
14. Secretly
15. 흘러가는 시간, 잊혀지는 기억들
16. M.O.M
17. Secret
18. Wonderful Christmas Time & 멤버소개 (Covered by SY)
19. Butterfly (앵콜)
20. Rain Song (앵콜)
21. Welcome Houses (앵콜)


노래들이 다 너무 좋았어서 뭘 먼저 써야할지 모르겠다. You Make도, BeautifulSecretly도, 이제까지 들은 것 중 가장 좋았다ㅠㅠ 그민페때는 TsunamiSo가 제일 좋았는데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면 So는 항상 좋다. 안 좋은 적이 없어!!ㅋㅋ

그래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곡을 굳이 하나 꼽으라면 첫 손가락에 꼽을 건
 You Make. 첫곡 끝나고 바로 You Make이 이어지는데, 세상에 왜이렇게 좋니. 눈물이 쏟아져 맨 앞줄에서 또 눈물 좀 흘려 주셨다-_- You Make은 정말 공연을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좋아지고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감동이 넘친다. 듣고 있다 보면 감싸안기는 느낌도 들고. 지친 사람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감싸안아주는 노래 같다는 느낌? 위로받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치밀어오른다. 아, 정말 이따위 진부한 말로는 당최 설명할래야 할 수가 없는 감동ㅠㅠ

Secretly는 참 희망적인 느낌이 드는 노래. 좀더 락킹해져도 매력적일 것 같다. Beautiful은 약간 경건한...뭐랄까, 세상을 떠나서나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무언가'를 노래하는 듯한 느낌. 외형적인 美가 아닌, 어떤 절대美 또는 절대善을 추구하는 노래처럼 느껴진다. Tsunami는 기다림과 시간의 끝을 잇는 오퐈의 '여성팬 닥치고 열광' 넘버가 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네ㅋㅋㅋㅋㅋㅋ

Lola는 참 간절하다. 듣다보면 가슴이 조여든다. 애절한 거랑 또 다른데, 슬픈 느낌보다는 진지한 느낌이 더 많이 든다. Lola를 듣고 있다보면 1집의 다행...믿어지니?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느낌 자체는 좀 다르다. 다행...믿어지니?는 상실의 상황 혹은 상실 그 자체를 '버림'으로써 절망적인 상황에서 버티는 느낌이고, Lola는 버리기 전의 절망적인 상황을 밑바닥까지 붙잡고 찾아들어간다는 느낌? 아, 쓰다 보니까 너무 주관적인데ㅋㅋㅋㅋㅋ 이전의 오라버니 음악에서 회의적이면서도 약간은 허무주의적이고 닫혀 있다는 느낌이 없잖았다면,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집요해지면서도 집중력이 생겼다는 느낌이랄까. 근데 어떤 곡이든 듣고 있다보면 누군가에게 용서받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신성한 음악들이라니 아흑.

Dream Machine 새 버전은 진짜!!!!!!!! 대박!!!!!!!!!!!! 연주 시작되는데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제까지의 Dream Machine이 달의 앞면 같았다면 오늘은 뒷면을 본 느낌? Dream Machine은 오퐈 노래 중에서도 밝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어둡고 음침하면서도 마성이 넘치는 노래로 재탄생되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뱀파이어물의 주제가로 써도 되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존의 Dream Machine도 진심으로 좋은데 이 날 공연 버전도 '일회성 편곡'으로 접기엔 너무 아까워서 앨범에 두 개가 다 실렸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감출 수가 없다. 하나는 오리지날, 하나는 다크 버전!ㅎ

Walk는 참 신기한 노래. 처음엔 기존의 이승열 음악에서 느껴지는 '이승열다움'이 많이 묻어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들을 수록 은근히 잘 어울린다. 약간 아저씨 노래 같은 느낌도 나고 조금은 올드하고ㅋㅋㅋ 앨범에 어떻게 실릴 지 가장 궁금한 노래 중 하나다. 유머러스한 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가사도 인상적이고. 그 외의 신곡들은 뭐ㅋㅋㅋ 한 번은 더 들어봐야 '그래 이거였지' 싶겠고, 두어번은 들어봐야 느낌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세트의 세 곡은 소박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이었는데 다시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사실 마지막 세트의 세 곡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좀 들떠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무대 바닥에 붙어 있는 셋리스트를 봤었는데, 리스트엔 마지막 곡으로 기다림이 적혀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세트의 세 곡이 '기다림 전에 들려주는 노래'라고 생각해서 그저 즐겁게만 들었었다. 지금은 좀 후회된다. 좀더 집중해서 열심히 들을걸. 세 곡 마치고 멤버들과 굿바이 인사도 안 한 거 보면 다시 나와 '진짜 마지막 앵콜곡'으로 기다림을 불러주실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아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Wonderful Christmas Time 때가 워낙 오퐈 공연 답지 않게 들썩들썩 잔치같았어서 만족스럽다. 오퐈 공연에 이런 단어를 쓴다는 게 좀 웃기지만ㅋ 정말 흥겨웠다ㅋㅋㅋㅋㅋ 뭐 연말의 서프라이즈 무대야 새삼스러울 게 아니지만, 이번엔 다른 때보다도 더 친근한 느낌이었고 잼 같은 분위기도 좀 나서 즐거움이 배가된 듯 하다. 꽤 업되신 오라버니의 모습도 귀여우셨고ㅋ  



어쨌든 언제나 결론은 이승열 최고. 음악 이외의 기억들, 오퐈의 멘트들, 그 외 잡다한 것들에 대한 포스팅은 다음에. (과연 도대체 언제가 될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