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이승열 한달공연 why we fail 첫주 후기 (+ why we fail)

2011. 8. 31. 21:58💙/언제나 내곁에

우선 첫 주 공연티켓 인ㅋ증ㅋ


드디어 한달공연 시작. 이렇게 오라버니의 건강상태를 걱정하면서 공연을 기다려본 것도 오랜만이다(솔직히 처음은 아님ㅎ). 8월 25일날 첫 공연을 앞두고 가장 걱정됐던 건 과연 오라버니가 한 달간의 공연을 무사히 마치실 수 있을까, 였다. 화수목금토 일주일 6회의 장기 공연이 오라버니에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주진 않을까. 오라버니의 성대가 이 여정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완급 조절+힘 조절 잘 하시면서 한주씩 한주씩 잘 가셔야 할텐데, 많이 힘드시진 않아야 할텐데, 참 이래저래 염려가 되었다. 뭐 이렇게 팬을 염려하게끔 하는 공연이 다 있담ㅎ

첫 날 공연이 끝났을 때는 사실 그 염려가 더 커졌다. 공연 자체는 너무 좋았고 생각보다 시간도 길어서 감사했지만(8시에 시작해서 10시 10분쯤 끝났다) 코러스를 하는 씨엘(정명훈씨)이 앵콜 때 첫 곡을 부르는 것 이외에는 오라버니가 너무 계속 쭉 노래만 하시는 거다. 중간중간 말도 좀 하면서 쉬어 줘야 할 것 같은데, 또 생각해 보면 승열오라버니는 멘트를 하는 것보다 노래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실 것 같고, 안그래도 공연 시간이 짧지 않은 편인데 중간중간 멘트까지 하면 더 길어질테고, 그럼 더 피곤하실테고. 괜찮을까? 싶었다. 하지만, 앞에서 쓴 대로, 공연 자체는 정말 좋았다. 

관객석을 양쪽에 두고 무대가 배치된 형태였는데, 드럼(신동훈)과 기타(윤상익)이 FA열 기준으로 우측에, 키보드(전영호)와 베이스(이경남)이 FA열 기준으로 좌측에, 승열오라버니가 우측에서 약간 중앙에, 씨엘이 좌측에서 약간 중앙에 자리잡고 공연을 해나갔다. 공연장이 아담하고 무대와 관객석이 가깝다고 하여 나름 기대되고(가까이서 오라버니를 뵙겠구나 호호호) 조금 걱정됐는데(낯가리는 오라버니 곤란해하시면 어쩌나 흑흑흑) 무대와 관객석이 그물로 구분되어 있어 공연 시작하기도 전에 그 걱정은 제거되었다ㅎ 좀 어둡다 싶은 감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오라버니의 공연과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딴 사람도 아닌 이승열 공연이 온통 환한 가운데 진행되면 더 이상한 거지ㅋㅋㅋ

오라버니는 3집의 노래를 트랙 순서대로 전부다 불러주셨고(물론 히든트랙과 보너스 CD의 노래는 제외ㅋㅋㅋㅋㅋㅋ) 짧은 멘트 후 1집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과 'My 발라드', 피식 웃으며 자신의 애창곡이라 소개하셨던 'SO'와 'M.O.M', 그리고 어쿠스틱하게 편곡된 1집의 'Secret'을 불러 주신 후 마지막 곡으로 '기다림'을 하셨다. 그런 다음 앵콜에서 밴드 멤버들과 함께하는 '비상'까지-3집 노래 열 두 곡, 1집 노래 다섯 곡, 유앤미블루 디지털싱글 한 곡, 미발표곡(이지만 오라버니 공연에서 항상 하시는ㅋㅋ) 한 곡, 총 열 아홉 곡이다. 거기에 오라버니가 부르지 않으시는 한 곡까지 하면 스무 곡.

처음엔 멘트 없이 쭉 노래만 이어져서 좀 당황했는데, 듣다 보니 3집 전곡을 부르는 동안 멘트를 하지 않은 오라버니의 선택 덕분에 더욱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오라버니도 스스로 '집중력 있는 무대'...뭐 이것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뭐였더라?ㅎ 그리고 무엇보다 오라버니가, 정말 성심을 기울여, 최선을 다해, 정성스럽게, 한 곡 한 곡을 불러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나중엔 송구스러울 지경이었다. 나 무릎 꿇고 들어야 하는 거 아냐? 뭐 이런 생각까지도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 라이브로 들은 why we fail의 감동은, 아아, 정말 뭐라 말로 할 수가 없었다ㅠㅠ 정말이지 why we fail은 내가 이날 이때까지 들어 본 모든 CD의 1번 트랙 중 가장 아름답고 충격적인 트랙인 것 같다. why we fail의 첫 단어인 '사랑'이 귓가를 파고들어왔을 때의 충격과 감격이란! 온몸에 전기가 흘러내려와 그대로 꼼짝하지 못하고 숨을 멈추게 되어버린다. 이걸 증명해 내보고자 녹음을 살짝 해보긴 했는데 이건 뭐 잡음도 너무 심하고 음질이 그야말로 저질이라서 오라버니 라이브의 감동을 1퍼센트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겠구나 흑흑. 그래도 아까워서 올려보는, 오라버니의 한달공연 첫날 첫곡 why we fail :)


이승열 - why we fail (@서강대학교 메리홀, 110825) 


토요일 1, 2회 역시 멘트 없는 공연이 계속되었다. 한 곡이 줄었고(M.O.M을 빼고 부르셨다) 토요일 1회 때는 씨엘 대신 베이시스트 이경남님이 앵콜곡을 불러 주셨다. 생각보다 경남님이 노래를 너무 잘하셔서 깜놀! M.O.M이 빠진 건 아쉬웠지만 오라버니가 조금이라도 덜 힘드시고 더 여유로우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까ㅠㅠ 더 해주세요!! 더 해주세요!!라며 조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매번 앵콜 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앵콜 안해주셔도 돼요 오빠. 진심이에요ㅠㅠ)

그리고 무엇보다 토요일 공연은 목요일보다 좀더 여유로운 느낌이었어서 좋았다. 좀더 편안하게, 무대에서 리듬을 타면서, 하루키의 표현대로라면 '댄스, 댄스, 댄스' 하면서 공연을 이끌어가시는 느낌이었달까. 그러면서도 집중도가 떨어지는 공연이 아니었다는 게 참 좋았다. 완급 조절 하는 능력이 더 좋아지신 것 같은데, 한 달 지나다 보면 더더욱 좋아지시겠고 더더욱 익숙해지시겠지. 첫 주의 오빠와 둘째 주의 오빠가 다를 것이고, 마지막 주의 오빠도 다를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오라버니가 좀더 편안해지고 안정적이어지실 것이라는 설렘. 이것이 한달공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지점인 듯 하다.

물론 이 공연이 끝나면 나는 파산을 향해 100m에 10초대의 속도로 달려갈 것이고-사실은 이미 다 망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연 보러 가는 날이든 못 보러 가는 날이든 하루종일 울고불며 '승열오라버니 공연 보러 가고 싶어 오라버니 보고 싶어 엉엉엉' 하며 직장일을 제대로 못하고 징징대느라 시간이 흘러가지만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 비록 '매일'은 아니더라도, 예매한 날이 오면 오라버니의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분명히 남아 있는 날들이 있으니까. 막공까지 쭉, 자신의 음악을 자신답게 하는 오라버니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기만을 바란다. 부디, 건강하게 몸관리 잘 하시길. 내일 만나요. 항상 애정합니다♥
 

메리홀에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 사랑스런 인상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