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24 렛츠락 페스티벌 둘째날 러브스테이지 - 전기뱀장어, 신현희와김루트, 짙은

2017. 10. 6. 08:25흔드는 바람/즐기고



러브스테이지 세 번째 아티스트, 전기뱀장어.


솔직히 말하자면(이라고 쓰고 나면 보통 좋은 얘기가 안 나온닼ㅋㅋㅋㅋㅋㅋ) 전기뱀장어에겐 큰 관심이 없었다(죄송합니다). 뭔가 예전부터 그냥 무난한 밴드…라는 느낌이 강해서 사실 노래도 많이 들어보지 않았다. 아마도 내 성향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거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비교적 가볍고 유쾌하거나 감성 터지는 브릿팝 느낌의 모던락 넘버들을 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조금씩 멀어졌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승열오라버니 앨범의 성향 변화와 비슷한 변화를 겪었다는 기분이 든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간 내게 전기뱀장어는 음악보다 계피언니의 배우자ㅠㅠ 혹은 귀여우신 베이시스트분!!이 먼저 연상되는 밴드였는데!!!!!!!!!!!


바로 그 '귀여우신 베이시스트분',

전기뱀장어의 이혜지씨.

이날도 귀여우셔서+_+ 반대쪽에 서 있었음에도 열심히 찍어봄.



이날 공연 보고 기존에 가졌던 생각이 싹 바뀌었다. 우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기가 엄청 많았다!!!!! 보컬 황인경씨가 노래를 시작하면 대부분 떼창 분위기가 되어버리곤 했다. 이거슨 전기뱀장어의 노래에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지점이 꽤 있다는 의미. 그래서 노래(특히 가사)를 주의깊게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노래도 꽤 괜찮은 거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곡은 적도와 널 향해 달리기. 적도는 설렘과 행복함으로 가득 부푼 마음이 황인경씨의 '하나도 들뜨지 않은' 보컬과 오묘하게 잘 어우러져서 듣기 좋았고, 널 향해 달리기는 제목과 달리 '너를 뱉어내고 싶어 숨차도록 달리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림처럼 눈에 그려지는 듯해 인상적이었다.



함께 춤추는 파란 모래 위에 너와 나의 손엔 이름 모를 칵테일 몇 잔에 자꾸만 내 눈은 흔들리는데

아무도 없는 텅 빈 여름의 밤 어쩐지 오늘의 난 잠이 오질 않는걸 달콤한 공기는 라디오처럼 퍼지고

눈 감으면 너의 머릴 흗뜨리는 무역풍의 밤 여기 아닌 어딘가 우릴 위한 자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 아래 나는 너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물어볼 거야

우리 함께 하는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점심이나 먹을래?


밤새워 춤추는 고흐의 별들이 너의 두 눈 속에 가득히 차오르면 황금빛 폭죽은 샴페인처럼 터지고

아무도 없는 텅 빈 해변의 너와 난 꼭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 널 처음 본 순간 오늘을 기다렸다고

눈 감으면 너의 머릴 흗뜨리는 무역풍의 밤 여기 아닌 어딘가 우릴 위한 자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 아래 나는 너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물어볼 거야

우리 함께 하는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점심이나 먹을래?

-전기뱀장어, 적도



가로등도 잠들어가는 식어가는 아스팔트 위 운동화 끈을 고쳐매고 밤공기 속을 헤엄치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데는 겨우 3분 내 안에 가득 차오르는 너를 뱉어내고 싶어

달아나려 달려봤지만 너에게로 향하고 있어 길고 긴 한숨소리 끝에 다시 내 앞에 서 있는 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데는 겨우 3분 내 안에 가득 차오르는 너를 뱉어내고 싶어

거리를 가득 채운 밤공기 속에 난 자꾸 휘청거렸지 잠들지 못한 나의 불안함까지 너에게 가져가고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데는 겨우 3분 내 안에 가득 차오르는 너를 뱉어내고 싶어 뱉어내고 싶어

-전기뱀장어, 널 향해 달리기



전기뱀장어의 기타 & 보컬, 황인경씨.

음원보다 라이브가 훨씬훨씬훠어얼씬 좋았다!

기름 없고 담백하면서 자연스러운 목소리.

전기뱀장어의 리더이자 기타 김예슬씨. 그분의 배우자분.

그리고 베이시스트 이혜지씨!!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내 마음에 들었던 노래들은 최근 앨범에 많았어서 작년에 나온 Fluke 앨범을 다시 찾아 들어봄 ;) 안녕바다 군대가기 전에(진짜 엄청 옛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무난한 노래 하는 밴드…하고 생각하면서 페스티벌 갔다가 '아니 뭐야 생각보다 괜찮잖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나고 그랬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밴드를 만남으로써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릴 수 있는 게 페스티벌의 장점이기도 한데,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내가 가장 '크게 편견을 버린' 밴드는 전기뱀장어. 덕분에 재미있게 공연 잘 봤다.




그 다음은 승열오라버니 바로 직전 순서였던 신현희와김루트. 이때쯤엔 사실 스탠딩석에서 대기한지 두 시간 남짓 되어가고 있어 슬슬 피곤할 법했는데, 워낙 신나게 놀기로 유명한 신루트가 무대에 올라가는 바람에 피곤해할 수도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홍대자이언트팅커벨 신현희 >_<

이날 하늘이 새파랬으면 현희씨의 상큼함이 더욱 잘 담겼을텐데ㅠㅠㅠㅠ

저 블라우스의 꽃단추들 너무 예뻤다+_+)//

(근데 사실 신루트 때부터 가드분들이 촬영을 매우 저지하셔서ㅠ 사진 많이 못찍음ㅋ)


신루트 공연 재미있게 한다고 소문은 많이 들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현희씨 너무 에너지넘치면서 유쾌하고 명랑하고 즐겁고 근데 목청은 정말 쩌렁쩌렁짜랑짜랑하고 노래도 파워넘치게 잘하고…하 진짜 신현희씨 너무 매력터지는 분bbbbbb 마음같아선 사진 정말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계속 손뼉치고 율동 따라하며 움직여야 했고 가드분들의 저지도 있고 해서 제대로 못 찍었다. 많이 흔들려서 너무너무 아쉬움. 그래도 신루트 덕분에 오라버니를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이 많이 덜어져서 너무너무 고마웠음.




신루트 다음다음은 이날 나의 러브스테이지 마지막 아티스트, 짙은. 작년에는 짙은 다음이 오라버니라 짙은 무대를 full로 다 볼 수 있었는데 이날은 오라버니 다음이 짙은이라ㅠㅠ 짙은 앞부분을 못 봤다. 펜스 잡고 본 것도 아니었고. 그래서 처음에는 사진 찍을 생각이 0.0001도 없었는데(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짙은 공연을 반쯤 포기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상 러브스테이지로 돌아가 짙은을 보니까 너무 아름다워서ㅠㅠㅠㅠㅠ 멀리서나마 성용욱씨를 찍어보고 싶었다하하하하하.


하 정말 짙은이란ㅠㅠ 아름다운 존재ㅠㅠㅠㅠㅠㅠ

얼마전의 은발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흑발이bbbbbb

짙은이 노래를 시작하면 사방에서 신음소리가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물론 나도☞☜)


짙은 노래야 모두 옳지만 이날은 새앨범 노래들이 특히 좋았다. UNI-VERSE 앨범 내고 나서 짙은이 민트라디오에 출연해서(팟캐스트로 들음) '우주 얘기라 그런지 지난 앨범보다 반응이 덜하다'는 내용의 말을 했었다. 으엉 나는 이 노래들 너무 좋은데 왜그러지ㅠㅠ 하면서 다시 듣고 여전히 좋다고 느꼈었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더더욱ㅠㅠ 아름다워서ㅠㅠㅠㅠ 또다시 새삼 감동받았다. 


보통 오라버니 보러 페스티벌 가면 오라버니 끝난 후의 공연을 잘 못 보는데(승열오빠 보고 나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지고 그날 해야 할 모든 일을 다 마친 기분이 들어버림ㅋㅋㅋㅋㅋ) 이날은 아는 분께서 <비싼 돈 내고 왔는데(웃음) 가서 짙은 봐!>라고 말씀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가서 봄. 그리고 그 말씀 듣기를 너무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아는 분께 너무너무 감사하고>_< 짙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함. 짙은님 내년에도 꼭 승열오라버니랑 같은날 앞뒤로 나와주셔서(가능하면 짙은 먼저 오라버니 다음) 공연 보게 해주세요 엉엉엉. 


2017년 러브스테이지 즐거웠어요!! 내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