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가게 <그루> & 아프리카 커피와 네팔 드리퍼!

2009. 7. 5. 23:44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올해초 공정무역에 가지고 있던 관심을 실천으로 옮기겠다고 결심,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공정무역커피만 먹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현재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현재 애용하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커피. 안데스의 선물은 인연이 닿지 않아 아직 마셔보지 못했고, 히말라야의 선물과 마운틴블렌드를 한 봉씩 끝낸 후 현재 두 봉째의 마운틴블렌드를 마시는 중.

 

그러다가 얼마전 세 번째 아름다운커피로 우간다에서 온 '킬리만자로의 선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아름다운커피를 판매하는 동네 마트에 유독 킬리만자로의 선물만 들어오질 않았다. 인터넷으로 배송비를 내고 사자니 왠지 아깝고 그렇다고 5만원어치를 사놓는 것도 싫고, 어쩔까 하다가 시간을 내어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공정무역가게 <그루>를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눈독만 들여왔던 드리퍼도 직접 보고 싶었고.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웹사이트에 실린 [그루] 가는 길.

 

 

혹시나 싶어 약도를 프린트해 갔는데, 찾기가 많이 어렵진 않았다. 나는 광화문쪽에서 갔는데 인사동 들어가는 길을 지나서 종로경찰서를 찾아 갔다. 종로경찰서 못 가서 올리브영과 투썸플레이스가 1, 2층에 있는 건물 맞은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미래플라워'라는 작은 꽃집이 보였고, 미래플라워를 끼고 작은 골목이 있었다. 그 골목으로 올라가니 작은 슈퍼마켓과 한의원들, 몇 개의 카페들이 나왔고...곧 그루 가는 길이 보였다. 귀찮아서 카메라를 안 가져 갔는데 가게가 너무 예뻐 곧 후회했다. 어쩔 수 없이 화질 나쁜 핸드폰으로 찍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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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생각보다 아담하고 예뻤다. 물건을 파는 가게라기보다는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느린 재즈풍의 음악이 끊임없이 이어져 마음이 차분해졌다. 게다가 견물생심이라고 자꾸 지름신이 왔다갔다해 힘들었다-_- 인터넷으로 볼 때는 그냥 그렇던 옷들도 실제로 보니 매우 편해 보여 끌렸고 펠트가방과 방석과 쿠션도 좋아보이고!! 가장 지르고 싶었던 건 아마씨 쿨링 안대. 토끼보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훨씬 예뻤다. 선물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둘이니까 두 명한테 선물해야 하는 것, 누구누구인지 짐작하실 수 있는 분들도 있을 듯ㅎ)

 

이녀석들이 아마씨 쿨링 안대. 이미지 출처는 http://ecofairtrade.godo.co.kr

 

동티모르에서 온 피스커피도 욕심이 났지만 훗날을 기약하고, 킬리만자로의 선물과 네팔에서 온 드리퍼를 골랐다. 네팔에서 온 드리퍼는 가게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지 않아 혹시나 품절인가 했는데, 점원분께서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시더니 하나를 가져다 주셨다. 처음엔 구경만 해 볼까 했는데 '거의 마지막이고 앞으로 다시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다급해져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집에 온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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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래 눈독들였던 드리퍼를 결국은 사고야 마는구나, 생각하니 왠지 우습다ㅋ 킬리만자로의 선물을 웬만큼 마시고 나면 다시 그루에 가봐야지 싶다. 코끼리 동전지갑도 귀엽던데 곧 카드지갑도 나온다 하고 쿨링 안대도 결국은 사게 될 것 같으며 입으면 막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하늘하늘 시원해보이던 네팔 바지도 찬찬히 다시 보고 싶은...데...............나처럼 옷에 돈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사람에게 공정무역 옷들은 너무 비싸단 말이지, 슬픈 일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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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커피를 비롯한 공정무역 커피의 상품평들을 보면 '볶은지 오래되어 신선하지 않다'는 말이 무지하게 많던데...그렇다면 나는 신선하지 않은 커피를 애용하는 거구나-_- (좀 싸가지없게 말하자면) 내 입이 그분들만큼 고급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구나 싶다.

 

나도 볶은지 좀 오래됐다 싶은 커피를 피하긴 하지만-그래서 아름다운커피를 살 때도 '최대한 볶은지 얼마 안 된 것'을 고르긴 하지만-개인이 소규모로 판매하는 커피도 아니고 대안무역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커피인데 '신선하지 않으니 주문받은 다음에 볶아 팔면 안되냐'고 요구하는 말들을 보면 기분이 묘하다. 아니 그럼 그런 커피를 사드시지 뭐하러 이걸 드시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다(애정어린 비판을 하는 이들 말고, 말 그대로의 비난을 하는 이들에 대해 말하는 거다). '공정무역=값은 비싸고 품질은 나쁜 것을 좋은 의도랍시고 바가지씌워 판매하는 것'같이 묘사하는 듯한 말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못된 술수에 놀아나고 있는 멍청이처럼 여겨지고.

 

뭐, 로스팅된지 3일째가 가장 맛있다는 얘기도 있고 분쇄된 원두는 2주 안에 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으며 원두를 직접 갈아 먹지 않으면 커피를 먹는다고 말하지 말라는 소리도 있으니 한 봉을 한 달동안 먹기도 하며 원두를 가는 것은 너무 번거로워 분쇄커피만 사먹는데다가 드립을 잘하지도 못하는 내가 '모르면서 무식한 소리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공정무역의 좋은 의도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거라면 구매자로서 어느 정도의 핸디캡은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산자도 자신들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지'를 이용해 구매자를 물먹이려 하지 말고, 실질적/잠재적 구매자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품이 있다는 것 자체를 많이 알리고 그들의 구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경쟁력있는 가격'과 '좋은 품질' 중 전자에서는 좀 불리하더라도 후자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고. 특히 커피 같은 건 애호가도 워낙 많고 박식한 사람들도 엄청 많은 상품이니, 품질 관리에 소홀해 맛있다고 널리 소문내줄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친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