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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야만을 멈추고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한다!

여성혐오로 권력을 잡은 이들이 노동을 탄압하고 장애인의 존재를 지움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현실이 비참하다. 왜 세상이 또 인간이 이정도밖에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구역질나는 정서를 연료 삼아 굴러가는 게 세상이라면 다 망해버리는 게 낫겠다 싶다가, 그러다가, 또다시 마음을 바로잡는다. 얼마 전 <아무튼, 언니>에서 읽은, 원도님이 쓰신 문장을 떠올린다. 

 

이렇게 살아질 바엔 그냥 사라지는 게 낫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쓰러지지 말자. 우리가 맞잡은 손이 끝없이 이어져 언젠가는 기쁨의 원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의 운이 되어주자. 세상이 심어준 혐오와 수치 대신 서로의 용기를 양분 삼아 앞으로 나아갈 우리는 설렁탕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운수 좋은 날을 맞이할 것이다.

 

저 문장에서의 '우리'는 나와 또다른 여성이지만, 내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다른 여성의 손을 잡는 것이 당연하듯이,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이들이라면 그가 누구든간에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야만에 맞서 모두의 존엄을 지켜주고 계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모든 활동가분들과 그에 연대해주시는 모든 운동가분들의 소식을 읽는 것만으로도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말은 사실 배부른 소리다. 나 대신 싸워주시면서 나의 존엄까지 지켜주시는 그분들께 그저 감사하고 죄송할 뿐이다. 전장연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투쟁에 폭압으로 대응하는 정부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한다. 그 마음으로, 1월 19일에 발표된 성명서를 스크랩해온다. 이 성명서의 모든 문장들에 백번 동의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등은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투쟁을 탄압하지 마라!

우리는 묻고 싶다. 서울지하철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것인가. 대중교통은 중앙정부의 것인가. 대한민국은 비장애인들만의 정부인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고 지하철 승하차시위를 한 지 만 1년이 넘었지만 결과는 매우 비참했다. 국회와 기획재정부는 전장연이 제시한 예산 증액분 1조 3,044억 원의 0.8%에 불과한 106억 원만을 증액했다. 예산은 축소됐고, 서울교통공사는 손해배상 청구를 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법을 엄단하겠다며, 전장연의 시위를 불법으로 낙인 찍는 발언을 쏟아냈다. 수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한 것도 모자랐는지 급기야 지하철을 무정차하기까지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월 10일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시위를 전개한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2021년 12월3일부터 2022년 12월 15일까지 75회의 지하철시위로 운행 지연 등의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를 바꾸고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보장 시위를 탄압한 현실을 삭제한 적반하장의 태도다. 그동안 정부가 말하는 ‘시민의 안전’에는 장애인은 없었다. 지하철 차량과 승강기의 간격은 넓은 곳이 허다하고 승강기는 적을 뿐 아니라 위치와 경로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되었다. 장애인이동권의 보장은 교육권, 주거권, 노동권, 문화권 등 다른 권리와 연결된다.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책정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애쓰기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시키려고만 한다. 현 정부의 정책은 그야말로 야만적이고 무책임하다.

지난 2023년 1월 2일 새해 첫 출근길의 시위만 해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경대응 원칙을 기조로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는 삼각지역(대통령집무실이 있는 역)에서 무정차를 하였다. 또한 경찰은 참가자의 8배가 넘는 병력을 동원했으며,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보안대를 수십명 동원했다. 삼각지역장은 지하철행동에 참여한 시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의 직접적인 폭력까지 행사했다. 경찰은 폭력의 현장을 보고도 수수방관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기 위해 승강기 운행을 정지하기도 했다. 지하철 무정차와 승강기 불법 정지는 장애인의 집회의 자유 및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부정의하고 반인권적이며 노골적인 장애인 차별이다.

법원은 12월 19일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에 대해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 시위를 5분 넘게 지연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을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했지만, 교통공사는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도 지연시킬 수 없다고 장애인차별을 선동했다. 비장애인 중에도 다리가 아프거나 노인이거나 아동인 경우 1분이 더 걸릴 수 있음에도 비상식적인 말로 겁박하더니 무정차하였다. 설사 장애인 1명이 1분 안에 탈 수 있을지 모르지만 5 명이 어떻게 그 시간에 탈수 있겠는가. 이것이 오시장이 말하는 시민의 안전인가. 장애인은 시민이 아닌가! 단 1분도 지연될 수 없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지방정부의 정책이 인권이 아니라 이윤과 속도에 맞춰져 있음을 말해줄 뿐이다.

안타깝게도 1월 10일 낸 법원의 2차 조정문에는 5분조차 삭제됐다. “피고들은 원고가 운행하는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및 기타 도구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운행을 5분을 초과하여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아니한다” 는 1차조정문에서 “5분을 초과하여”라는 것이 빠진 것이다. 2차 조정안은 불복종저항시위의 방법만을 규제하는 내용으로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장애인들의 정당한 불복종 시위 사건을 무더기로 기소한 것도 모자라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옛 공안부)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에는 교통·철도범죄를 전담하는 형사5부가 별도로 있음에도 옛 공안부에 배당했다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투쟁을 정권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본다는 뜻이자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이다. 장애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

1월 19일까지 전장연은 탈시설지원 등 장애인권리 예산과 관련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지하철행동을 멈춘 상태이다. 면담 결과 여부에 따라 지하철행동은 재개될 것이고 그에 대한 탄압과 장애인혐오 선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인권의 역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권력에 저항하며 권리를 진전시켜왔음을! 전장연의 불복종저항시위가 마침내 장애인의 권리 신장은 물론 모든 이의 인권을 한발 앞으로 내딛게 할 것임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야만적이고 장애인 배제적인 국가정책을 멈추는 행동이다. 우리는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저항행동을 지지한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장애인도 시민이기에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되어야 하는 데에 동의하며, 이를 위한 전장연의 지하철시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윤석열 정부는 전장연의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 볼복종 저항행동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하나,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라!


하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라!


하나, 우리는 한국 사회의 야만을 멈추기 위해 모두의 존엄을 지키는 전장연의 지하철행동을 지지한다!



2023년 1월 19일
177개 단체 및 개인 593명 공동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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