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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이즈음에

20240101, 이즈음에.

1.

새해가 됐다. 올해도 작년만큼 바쁘겠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자주 포스팅을 해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1) 너무 길게 쓰지 않기
2) 너무 많이 쓰지 않기
3) 너무 무겁게 쓰지 않기

 

저 세 가지를 실천하려고 다짐하고 있다(지금). 지키기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짐한 것을 못 지킬 때마다 다시 다짐하면 되고, 또 못 지키면 또다시 다짐하면 된다는 것도 이젠 잘 안다. 그러니까 되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다시 또 되게 해보고, 또 안 되면 또다시 또 되게 해 보면 된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2.

작년 한해 고이고이 모아둔 짤 몇 개를 활용해 2023년을 최대한 짧게 요약해보자면 이러하다.

 

첫 번째. 에라이 될대로 되라지 다덤벼!!!!! 와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봐주세요 제발ㅠㅠㅠㅠ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순환.

 

이 직장일이 도대체 몇 년째인데 나는 이렇게 쉬워지질 않을까... 하나의 고개를 넘었다 싶으면 더 험난한 고개가 기다리고 있고, 그 고개까지 겨우겨우 넘고 나면 상상도 못했던 고개가 멋들어지게 서 있던 한해였다. 그래도 다행히 '내 인생은 왜이렇게 늘 일이 많고 바쁘고 헥헥대고 정신이 없을까'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답 비슷한 걸 작년 이맘때쯤 찾았던 터라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 같은 짜증은 별로 나지 않았다. 내게 할 일이 많고 내 삶이 힘든 것은 내가 할 일을 만들었고 내가 나를 힘들게 했기 때문이므로...모든 것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 것이다하하하하하. 

 

내 인생 그 자체...!!!!!!!!!!!!!

 

둘째. 출근과 야근과 카페인과 당분으로 구성된 열 달.

작년엔 공연을 거의 못 갔다. 승열오라버니 공연은 당연히 없었고 수많은 페스티벌에 갔다오기엔 이미 너무 늙었고(흑흑) 가고 싶던 공연들은 일요일이거나(월요일부터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직장인에게 일요일 저녁 공연은 휴...고민 끝에 포기하게 되는 대상이다, 거의 대부분...) 직장에서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거나 직장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거나...그랬다. 괴물과 서울의봄이 매우 보고 싶었는데 영화관에도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마이앤트메리를 봤던 날이 정말 행복했었다ㅠㅠㅠㅠㅠ

 

대신 휴일에도 종종 출근해야 하는 날들이 많았다. 여름 휴가는 95% 업무에 바쳤고^^^^^^^^ 주말에 출근한 날도 꽤 많았다. 휴일날 출근하는 사람을 싫어하기로 소문나신 우리 당직기사님께서도 나는 포기하셔서^^^^^^^^^ 정시퇴근하는 날 직장 복도에서 뵙게 되면 '왜 벌써 가냐????'고 물으신다^^^^^^^^^^^^^ 다행히도 나는 수년간의 야근으로 단련된 인간인지라 아직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은데...앞으로는 더 많이 힘들어지겠지......그래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다들 하시는데............이 얘기 들은 지 10년이 넘은 것 같은데................운동 하........................

 

 

셋째. 마라는 나의 에너지원!!!!!!

 

 

원마운트에 '도이티'라는 이름의 쌀국수집이 생겼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지라 가보고 싶어하다가, 작년 봄에 처음으로 가봤는데, 아니 이거 너무 완전 내 취향인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큰한 맛'이라는 홍탕과 '마라맛'이라는 백탕이 있는데 나는 백탕이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때 이후로 한달에 한 번씩은 도이티에 반드시!!!! 갔다. 아마 올해도 별일이 없는 한 정기적으로 방문할 것이다. 도이티 백탕만큼 더 마음에 드는 것을 아직 찾지 못했으므로!!!!!

 

원마운트 입구에 위치해 있고, 나는 고수도 좋아하기 때문에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려서 먹는다. 우삼겹 백탕과 곱창 백탕이 있는데 우삼겹이 더 취향에 맞긴 한다만 둘다 맛있다.

 

재이식당과 계단라멘과 한뫼당도 작년에 좋아했던 가게들이긴 하지만 도이티를 이길 수는 없다 절대로...따라서 도이티에 대해서는 언젠가 포스팅을 따로 하겠음. 도이티 사장님 제발 돈 많이 버셔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래오래오래 영업해주세요 제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

그래도 명색이 2024년 첫 포스팅이니 '2023년의 어쩌구' 같은 걸 짧게나마 해야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이미 스크롤이 짧아졌으니 아주 짧게만 적어보고 길게 주절주절 떠드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1) 2023년의 책: 캐럴라인 냅 '욕구들', 엄기호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2) 2023년의 소설: 김화진 '공룡의 이동 경로'

3) 2023년의 시리즈: 퀸메이커

4) 2023년의 영화: 큐어

5) 2023년의 아쉬움: 상대의 '바람'을 최대한 수용해줘야 하는 순간과 내 의견을 좀더 강하게 밀어부쳐야 하는 순간 사이에서 갈피를 잘 잡지 못했던 때들이 가장 아쉽게 남는다.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 뻔히 보이는 선택을 상대가 고집할 때, '어차피 선택의 주체는 저 자신인데 내가 뭐라고 강하게 의견을 내세우나...'하고 생각하며 몇 발씩 물러서버렸던 것이 연말에 굉장히 후회됐었다. 올해는 너무 쉽게 포기하지 말고, 내 뜻을 내세울 때 좀더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6) 2023년의 사람: 애정하는 김연수소설가님💜 작년 내내 바빴는데도 운 좋게 소설가님💜을 계절마다 한 번 이상씩은 뵐 수 있었고, 뵐 때마다 힘을 얻었다. 작년 이후로 소설가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과 이야기들이 내 삶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나 자신을 계속 변화시켜나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아주 많이 감사하고, 올해도 감사할 것이다.

7) 2023년의 사물: 너무나 많은 여름이💜💜 위에서 잠깐 썼듯이, '이토록 평범한 미래'와 '너무나 많은 여름이' 둘 다 '더이상 나는 변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회의에 가득 차 있던 나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죽을 때까지 변하고 또 변하자는 마음을 (희미하게나마) 가진 인간으로 바꿔주고 있다. 이 아래의 두 페이지에 사인을 받았던 두 하루는, 2023년의 날들 중에서도 아주 소중한 어떤 날들.

 

무조건 이기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길. 기뻐하는 것을 더 기뻐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길. 그러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길.

 

 

4.

2024년에 하고 싶은 일 중 가장 첫 번째(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는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것이다. 이 아래 있는 안경테가 마음에 들어서, 연말에 코받침을 고치러 안경집에 갔을 때 찍어두었다. 새 안경도 맞추고, 머리도 더 짧게 자르고, 그동안 못 갔던 피부과도 좀 가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도 더 챙기며 1월을 시작해야지. 작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두려워하지 말고, 더 즐거워하고, 더 재미있어하면서,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 힘내라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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