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이승열 'SYX' 앨범 리뷰 & 인터뷰

2015. 8. 5. 15:26💙/너의 이름

읽은 지는 좀 됐는데 어찌저찌하다보니 이제서야 느지막히 옮겨놓는 리뷰와 인터뷰. 김학선 평론가가 앨범 리뷰를 쓰고, 승열오라버니와 인터뷰도 했다. 이제까지 나온 앨범 리뷰 중 (그나마 혹은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리뷰다. 특히 이 문장이 좋다 : <V>도 옳고 <SYX>도 옳다. 방법에서 <SYX>는 <V>와 완전히 다르다.


평론가들의 앨범 리뷰를 보고 있으면 왜이렇게 SYX를 오라버니의 이전 앨범들과 비교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교양 없는 표현 죄송). 이승열이라는 뮤지션의 '일관된 그 무언가'를 발견함으로써 '이승열은 무엇무엇'이라고 정의내리고 싶어하는 직업적 욕망의 발현이겠지. 뭐 이해는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이승열의 음악이 지금 이 순간 이승열의 음악이면 충분하지 않나? 


어디까지나 자기의 생각에 불과한, 이승열에 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의 이승열/이승열의 음악에서 자기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을 찾아내려고 애쓰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자기의 것에 불과하여 보통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크게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승열을 이러저러한 존재라고 고정시켜 놓은 틀에 절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승열/이승열의 음악을 끼워맞추려고 애쓰는구나 싶기도 한다. 둘다 '이승열'을 자기의 인식 안쪽으로 끌어들여 '이해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해석해내려는 노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참, 그닥 와닿지 않는다. V 때도 그랬고, SYX 때도 그런 느낌의 평론이 많다. 그만큼 평단이 혼란스러워한다는 뜻이려나. 차라리 그냥 이 김학선 평론가의 리뷰처럼 진솔한 게 좋다. 훨씬 좋다.


(그리고 오라버니의 앨범 리뷰를 볼 때 '이사람 오라버니 공연 한 번도 안 봤구나ㅋㅋ'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흠. 이승열의 음악은 CD로 들어도 당연히 훌륭하지만 무대에서 구현됐을 때 더 풍성하고 입체적이며 아름다운 바, 공연을 좀 보시고 평론을 써주시면 어떨까 싶다. 비매품으로 회사에서 제공되는 CD 혹은 거대통신사의 음원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음원 한 번 듣고 '앨범 리뷰'를 쓰는 건 아니리라고 믿고 싶지만은 음…)


그래서 여튼 이 아래는 김학선 평론가의 리뷰. 원문링크는 "여기"



그리고 오라버니와 김학선 평론가의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23일에 이루어진 인터뷰라서 그런지 공연 끝난 후의 무상감 혹은 허탈감 같은 게 좀 느껴졌다, 나는. SYX 공연 마지막날 사인회 때,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순서가 거의 끝나갈 때쯤 웨스트브릿지 쪽에 증정하실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 포스터에 사인하시는 모습을 봤었다. 그때는 되게 밝은 모습으로 "재미있는(즐거운이었던가…;;) 공연 잘 했습니다"류의 유쾌한 멘트를 적어놓으셨었는데. 공연 직후의 들뜸이 가라앉은 후의 인터뷰라 그런지 약간은 가라앉은 느낌이 든다. 인터뷰 자체는 꽤 충실한 편이지만. 흐음. 원문 링크는 "여기".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문답 몇(십-_-?) 개만 옮겨본다. 내가 덧붙이는 문장은 이 색깔로.



- 내가 혼자 기타 하나 들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녹음할 수 있다면 그것도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장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다 오라버니!! 진짜 어느날 왼쪽에 기타 오른쪽에 배낭 메고 북유럽 어딘가로 떠나버리시는 거 아닌가 몰라. 따라가 버릴 겁니다 므흐흣.



- 방에서 하게 되면 연주자나 녹음실 스케줄을 안 따르고 내 페이스대로 해도 되고 늦게까지도 할 수 있고 하다가 접어도 민폐를 주는 게 아니라 굉장히 여유가 생긴다.

남에게 피해주는 걸 싫어하시는(더불어 남에게 본인이 폐끼치는 상황을 만들기 싫어하시는) 오라버니의 성품이랄까 캐릭터랄까…가 느껴졌다. 마이페이스 BUT 폐는 끼치지 않는다는 주의?



- 전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는 내 몸의 어느 감각기관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느끼는 질감 같은 걸 꺼내 언어를 통해 전달하거나 다른 음악의 레퍼런스를 주면서 전달해야 하는데 혼자서 하면 그렇게는 안 해도 되니까 그 개념을 실현한 거다. 콘솔을 만지거나 전기 개념을 아는 것보다는 인터넷에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며 해 나갔다. 

역시 마이페이스! 동영상을 보며 해 나갔다는 부분은 정말이지 이승열답다 싶어 웃음이 났다ㅋㅋ



- 보통은 앨범 내고 첫 주가 지나가면서부터 슬슬 머릿속으로는 다음 방향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부담 없이.

아마 이 인터뷰를 하시고 있을 때도 'SYX 다음 앨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계셨을 듯. 오라버니의 공연을 쭉 따라가다 보면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 진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발매된 앨범의 곡들을 쭉 들려주는 유일한 공연은 앨범 발매 직후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공연이 끝나고 나면, 이미 오라버니의 마음은 CD로 나온 앨범으로부터 떠나 그 다음의 그 무엇으로 날아간다는 느낌이랄까.



- 큰 간섭이 없어진 건 맞고 <V>와 <SYX>를 할 때도 큰 우려는 없었다. 내버려두는 것 같다.

솔직히 간섭을 해 봤자 따를 분도 아니시지 않나(쿨럭). In Exchange 앨범이 오라버니의 필모그래피에서 '혼자 튀는 애', '밝게 가 보려고 했(으나 잘 안되었)던 애', '대중성을 노려보았(으나 어색했)던 애'로 고정되는 게 개인적으론 좀 안타깝기도 하다. 그 앨범도 그 앨범 나름대로 나는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이 오라버니 입장에서 '내키지 않았던 타협의 산물'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그당시 이승열의 고민이나 생각 같은 게 묻어 있다는 건 맞을 테니까, 그 앨범 나름의 의미 혹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솔직히 쓰자면 선물하기 가장 좋은 앨범이기도 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why we fail 때부터 오라버니에 대한 레이블의 간섭이 적어졌다는 문장을 읽고 있으면 그것이 결국 '레이블의 의견대로 한 앨범이 실패한 탓'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해 마음이 좀 아프다. 뭐 결과적으론 잘 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In Exchange도 좋아합니다. 아무리 오라버니가 그 앨범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셔도 친구에게 나에게가 CD플레이에서 나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지던 기억이, '미쳐버릴 듯 힘이 들어도 견뎌내야 해'를 들으며 엎드려 울던 그 때의 내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 로-파이는 늘 선망의 대상이다. 내가 앨범마다 변화가 있다는 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면, 반면에 ‘어어부’를 예로 들면 그들은 초반부터 그 모습을 고수하고 있지 않나. 어떤 게 더 좋은 거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내가 지난 앨범은 제3세계고 이번엔 로-파이라고 한다면 그건 좀 낯뜨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차용하는 건 누구다 다 하는 거지만, 그렇다면 ‘나의 정체성은 뭔가?’ 하는 생각은 든다.

이 문장은 'V는 제3세계 SYX는 로-파이'라고 단순무지하게-_- 말해버리는 몇몇 평자들을 향한 일침 같이도 느껴진다, 나한테는요. 더불어 오라버니의 백현진/어어부에 대한 느낌은 뭘까 문득 궁금한 느낌이 들었다. 매력적인 타인에 대한 호감/호의 또는 동경 같은 거? 오라버니와 백현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른바 '대중성'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작가주의적 아티스트'라는 점에서(하 진짜 웃기는 표현이다ㅋㅋㅋㅋ) 둘을 비슷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둘은 너무 다르고 접점이 거의 없는 것에 가깝다고, 나는 느껴서. 그리고, 가끔은, 준석님 생각이, 아주 조금 나기도 한다. (아 준석님 뵌지 진짜 오래됐네. 애정의 저울이 균형을 잃어 버렸엉ㅋㅋㅋㅋㅋㅋㅋㅋ)



- 어어부 팬들보다는 이승열 팬들이 더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은 한다(웃음). 정 붙이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하고. 다만 내가 처음 지향했던 것에서 멀어진 거라면 돌아가는 것도 무의미하다 생각한다. 물론 처음부터 지향하던 걸 10년, 20년을 끌고 오는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난 지금까지 내 기준에서 변화라고 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나아갔던 것 같고, 그들 또한 그들의 기준에선 확실히 변화가 있는 것일 수 있는데 (나의 기준에서) 못 느낄 정도의 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음, 그런가? 그리 혼란스럽지 않은데 나는. 혼란보다는 오라버니가 쓴 '변화'라는 단어가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기본적으로 '이승열이 변했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이승열이라는 뮤지션에게 내포되었던 여러 얼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둘씩 현현되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잎을 내고, 몸을 키우고, 꽃을 맺으면서 무한의 열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랄까…그런 걸 누군가는 혼란이라 느끼고, 누군가는 변화라 느낄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누구도 씨앗이 새싹으로 '변하는' 걸 보며 '혼란스럽다!'고 경악하지는 않지 않나? 그래서 오라버니를 보며 '혼란스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이토록 성실하게 쌓아가고 계실까 경탄할 뿐ㅋ



- 보통 믹스 기간이 한 달 정도인데 난 3~4개월 정도 걸렸다. 그래서 버전도 수두룩하게 나왔다.

- 믹스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버전이 생기니까 다르게 들릴 수 있다. 각 믹스마다 파일 이름이 형성되는데 한 곡의 버전이 40가지가 넘을 때도 있다(웃음).

오라버니 맥북 좀 저한테 버려 주세요ㅠㅠ 제가 새것 사드리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난 늘 전자음을 좋아했다. 뷰직이라는 비주얼 아티스트와 카입과 함께 내 곡을 리믹스처럼 꾸려서 한 적도 있었고, 1집에서도 음식의 치장처럼 살짝살짝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점점 그런 요소가 많아진 것 같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낯설 수도 있는데, 난 늘 그런 부분들을 중시했고 좋아했었다.

단호박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랑 나는 달라!!!!! 맞아요!!!!!! (여기서부터 오라버니의 어조가 묘하게 달라진다고 나는 느꼈다. 뭐 아니면 말구요ㅋ)



김학선 : 예전에 인터뷰를 할 때 본인의 노래에는 훅이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주위에서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었다. 이제 그런 부분은 내려놓은 건가?

이승열 : 안 되는 걸 어떡해(웃음). 그러다보니까 대중성이라는 표현도 미워지는 거다. 쓸데없는 표현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 우리오빠한테 이런 질문 좀 인제 그만하라고요…짜증나서 현기증난다고요ㅠㅠㅠㅠㅠㅠ



- '비상'을 참고한 노래가 '날아'인데, 그분들이 대중성이란 면에서 태권도 7단 정도 되는 검정띠라면 나는 품띠 정도 될 것이다(웃음).

와나 진짜 날아 처음 듣고 '헉 이거 비상 2014 버전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문장 읽고 어찌나 놀랐던지!!!!!!!!



- 최소한 회사에서 "타이틀곡이 없다"는 말은 안 나올 것 아닌가. '노래 1'이 없었다면 과연 무얼 골랐을까 궁금하긴 한데(웃음), 그냥 그 정도다. (홍보용 음반에) 빨간 스티커를 붙일 만한 노래가 없다고 하면 나는 그걸 또 고려해서 곡을 써야 하는데, 그걸 막아낼 역할을 '노래 1'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 거다.

(울며 겨자먹기로) 'amore italiano'를 타이틀로 고르고 'fuck'을 제발 좀 빼 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닼ㅋㅋㅋㅋ 솔직히 '노래1'은 타이틀곡이라는 라벨을 붙이기에 너무 아까운 노래다. 타이틀곡이라는 말이 가진 쉽고 얕은 느낌이 전혀 없는 노래니까요. (그렇다고 'secret'이나 '기억할게'나 '돌아오지 않아'나 'cynic'이 쉽고 얕다는 건 절대절대절대절대절대 아님ㅠㅠ)



- 예전에 회사 내부에서 노골적으로 이제 예술은 그만하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분도 있었다.

누구요 누구?!?!? 실명공개 요청합니다-_-)//



- 그래서 제일 고마운 건 팬들하고 레이블,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호의를 보여준 사람들.

오라버니가 공연 때 '고맙습니다' '고마워요'를 예전 공연보다 요즘 더 많이 하는 것도 이런 마음을 표현하시려는 거겠지…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오라버니가 팬들에게 주시는 게 엄청 많고 큰데. 좀 아셨으면 좋겠다.



-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그냥 했다(웃음).

이것이야말로 이승열답다ㅋㅋㅋㅋㅋㅋ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내가 좋으면 됐지' 이런 거. 남 신경 쓰지 않고. 그러면서도 자폐적이지 않고 폐쇄적이지 않고 유연하고 균형잡힌 사람.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도 '자기'가 뚜렷한 사람. 뮤지션으로서 애정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분.



- <V> 앨범 공연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나름대로 앨범에 가깝게 해보자고 노트북에 콘트롤러에 다 싸들고 페스티벌까지 갔는데 거기에 좀 지친 것 같다. '내가 왜 이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순간부터 아닌 것 같다는 결정을 했다. 몇 개월 동안은 장비 들고 다니면서 열심히 했는데 이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 많이 힘드셨어요?ㅠㅠㅠㅠㅠㅠ 하긴 장비 연결하고 테스팅하고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었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괜히 내가 막 죄송하고 그르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점점 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과연 공통분모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음악에 대한 해석도 그렇고, 만약에 내가 "나는 해체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서로의 논의는 끝나는 것 아닌가. 나는 사실 해체했다는 생각이 안 들고, 또 어떤 분은 전에 어떤 공연 후기에서 이번 공연 편곡이 좋았다고 했는데 나는 편곡한 적이 없었다.

단호박2222222222 나 역시 공연을 듣거나 음악을 들으며 '이승열답다' '이승열스럽다'는 생각을 할 때가 없잖지만, 내가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이승열이 과연 실제의 이승열과 같은 존재일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내가 오라버니에 대한 몰이해나 편견으로 가득찬 인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부터는 개인적으로 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인터뷰의 후반부. 기분이 많이 묘했다. 너무 길어져서 좀 지치셨나?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기억이 아예 안 나서 안 되는 곡들도 있다. 그러면 내 곡을 내가 카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건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

아까의 2집 얘기에 이어서…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흑 2집 불쌍해ㅠㅠ 같은 느낌ㅠㅠㅠㅠㅠ) 2007년의 나는 오라버니 공연 보면서, 오라버니 음악 들으면서 진짜 많이 위로받고 감동받고 그랬었는데. 그것들 중 여러 가지가 지금의 오라버니에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것들'이라면 아…마음이 좀 아프다.



- 지금까지는 두루뭉술하게 답했는데 이제 확실히 말해야겠다. 아마도가 아니라 안 한다.

- 대중이 좋다고 하는 곡과 내가 하면서 좋은 건 괴리가 많은 것 같다. 그걸 지금 다시 들어보면 못할 것 같다.

성에 안 찬다기보다 하면서 별로 재미가 없고 즐겁지가 않다. 그 클래식 록 같은 느낌이 이제는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못할 것 같다.

몇년 전…그러니까 why we fail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문장을 보면 엄청 충격받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음…뭐랄까 예감하고 있던 것을 확인한 기분이다. 어쨌든 2009년엔 거의 반 년을 유앤미블루로 공연하시고 작업하시고 했었으니까, 좀 아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씁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why we fail 이후의 오라버니를 보고 있노라면 유앤미블루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윤철님 솔로 앨범에 준석님이 부르신 소년시대를 들으면서도 그랬다. 둘의 길이 나뉘었다는 기분. 둘이 이제 어울리지 못할('않는'이 아니다) 것 같다는 기분. 말로는 확실히 표현할 수 없는데, 뭔가가 달라졌다. 이승열의 음악과 방준석의 음악이, 분위기가, 공기가, 느낌이, 바뀌었다. 어울리지 못한다.


그래서 배신감이나 실망 같은 건 느끼지 않는다. 잘못된 선택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 한 구석이 좀 찌르르하긴 하지만 '유앤미블루의 새앨범이 안 나온다니! 슬퍼!'라는 기분은 아니다. 유앤미블루의 이름으로 했던 음악이 지금의 오라버니에게 재미없고 즐겁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지금의 오라버니를 보면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유앤미블루 3집은 없다, 는 것이 오라버니의 선택이라면, 결정이라면, 나는 신뢰한다. 조금도 서운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더 솔직히 쓰자면 이제야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는 게 고맙다. 오라버니가 이런 말씀을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하실 정도라면 준석님과 옛날옛적에 합의하셨을 거라 생각하니까. 하지만 실망할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주저하셨겠지. 고맙습니다.)



-전에 내가 진행하는 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제 나는 더 이상 풀-렝쓰(full-length) 정규 앨범을 안 낼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 생각도 실제로 하고 있고, 새로운 음악에 대한 구상도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발표할 지는 아직 정리를 안 했다.

- 앨범에 수명이 있다면, 이게 나이테가 수백 년 된 나무도 아니고 계속 자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공중에 뿌려졌다 하강하는 순간에 잠깐 반짝반짝 하다 사라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인터뷰가 매체와 하는 마지막 인터뷰인데 홍보 주기가 이렇다. 공연은 이미 했고 홍보도 다 끝나가고, 여운이 없다. 그게 돈이 됐든 뭐가 됐든 타임라인의 멘션이 됐든, 여운이 없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나는 오라버니의 정규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오라버니가 더 이상 내지 않겠다고 결정하신다면 받아들인다. 이게 내가 이승열을 신뢰하는 방식인 것 같다. 그렇다고 아예 '새 음악'을 선보이지 않겠다는 건 아니실 테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발표는 하실 테니까, 그 방식에 대한 고민만 제대로 이어지면 되겠지.


그보다 내가 더 '초점을 맞췄던' 건 '여운이 없다.'는 문장. 처음에는 왜 여운이 없다고 하셨을까, 생각했다. 그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나는 한 번도 오빠의 음악이 '공중에 뿌려졌다 하강하는 순간에 잠깐 반짝반짝 하다 사라지는 거'라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음악이 소모품으로 변했다고들 하지만, 음악도 이제는 entertain이라고 또 누군가는 하지만, 오라버니의 음악은 둘다 아니라서, 잠깐 빛나는 것도, 금세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하다가 문득 저 문장이 돌아오지 않아의 가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나에겐 찰나였어, 돌아올 순 없겠지, 계절은 다시 돌아온대도 떨어져 버린 건 돌아오지 않아. 그렇잖아?


하지만 그 어떤 유행가도, 잠시 반짝 하고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음악도, 진짜 사라져버리진 않는다는 걸, 나는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니까 겨우 알겠다. 어릴 적에 '아우 뭐 저런 걸 들어'하고 생각하며 내심 무시했던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뭉클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도, 처음 발표됐을 때는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던 음악을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듣고 '이런 음악을 지금이라도 알아서 감사하다ㅠㅠ'고 생각했던 경험도, 예전에 한창 듣다가 잊고 있던 음악을 오랜만에 불현듯 떠올리고 '지금도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해서 기쁘다'고 느꼈던 경험도 모두 있으니까. 그럴진대, 오라버니의 음악이 그렇게 '여운 없는 무엇'일 리 없잖아요? 떨어져버린 건 돌아오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그 떨어짐이 찰나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why we fail we don't know. 그러니 또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오래 참는 마음을 갖는 거잖아요. 아시잖아요.


아 쓰다보니 왜이렇게 길어졌…내가 인터뷰 한 것 같네 으허허허허허허-_- 진짜 오라버니에 대해 글을 쓰면 늘 너무 길어져서ㅠㅠ 아예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적당히 좀 하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