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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이즈음에

221122, 이즈음에.

김연수소설가님을 자주 뵙는 가을을 보내고 있다보니 요즘 떡밥이 많다ㅋㅋㅋㅋ 그래서 근황글 쓸 일이 없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꼭 쓰고 싶었다. 221122라는 숫자가 예뻐서. 221122의 모양도 예쁘지만 내가 2 혹은 22를 좋아하기도 하고. 올해 3월까지 사용했던 번호의 뒷자리가 0022였는데, 번호를 바꾼 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 예전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어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다시 이 번호를 가져가고 싶은데...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름ㅠㅠㅠㅠ 애니웨이, 오늘은 2022년 11월 22일. 내 생애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할 221122의 날이므로(2122년까지 살아있을 리 만무함) 오랜만에 근황글을 쪄본다.

 


올해는 김연수소설가님 새 소설집이 나와 특별한 해이기도 하고, 진은영시인님의 새 시집이 나와 더 특별해진 해이기도 하다. 진은영시인님 시집이 너무 좋아서ㅠㅠ 여러 권을 샀는데(선물하겠다는 마음) 그러다 지난달 문학과지성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열어주신 이벤트에 당첨되어! 시인님의 친필사인이 들어 있는 시집을 받았다!!!

 

아니 어쩌면 진은영시인님 글자도ㅠㅠ 이렇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처럼 아름다우시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문학과지성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난 겨울에 붕어빵을 한 번도 못 먹어서 마음이 아주 서운했었는데, 올해는 겨울이 오기도 전에 성공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백석고 맞은편에 있는 붕어빵집이 문을 연 것을 보자마자 현금을 챙겨서 달려갔음.  단팥과 슈크림을 함께 파시는 게 요즘 붕어빵 파시는 분들에게 보편화되어 있나보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고ㅠㅠ 겨울엔 언제 어디서 붕어빵이나 호떡을 만날 지 모르므로 현금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새김.

 

그나저나 왜 '잉어빵'이라고들 하는걸까...붕어빵이 더 맛있는 느낌이지 않나?;;

 

 


12월에 임영웅 콘서트가 (또ㅠㅠ) 있다. 임영웅이 콘서트 하는 건 좋다. 엄마의 삶에 활력이 생기니까. 근데 티켓팅이 너무 어려워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콘서트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긴장이 된단 말이다.

 

12월 초에 있는 부산 공연은 10월 20일에 예매가 오픈됐고, 일주일 후의 서울 공연은 10월 27일 예매가 오픈됐다. 벡스코 좌석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 약간 긴장했지만 그래도 일주일 후가 서울이니 사람들이 부산보다는 서울로 가겠지 그러면 부산은 운좋게 예매할 수도 있겠지????? 아 제발 예매 성공했으면...하는 마음으로 10월 20일 8시를 기다렸다. 예전 인천 공연 예매 때 한번 성공해본 후로(물론 그 전후에는 모두 광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만용이 생겨가지고 왠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가열차게 실패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날 포함 3일 동안 엄마 앞에서 땅만 보며 지냈다. 임영웅콘서트 예매를 실패하다니 우리 자매야말로 죄인오브더죄인. 서울은 꼭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27일 가열차게 동네PC방을 향했다. 자리를 잡고 예스24에 로그인하고 팝업차단해놓고 현재시각창을 바로 옆에 띄워놓고...는, 아주 거룩한 마음으로 8시를 기다렸단 말이다?????

 

피씨방 진짜 십몇년만에 가본 것 같은데 간 이유가 임영웅...!!!!!!

 

그런데 이번에도 광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너무 억울해가지고ㅠㅠㅠㅠ 트위터에 들어가 나처럼 망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거 말고 나를 위로할 방법이 없었음.

 

대체 저 많은 자리 중 내가 예매할 자리는 왜 하나도 없는 것인지 모르겠고 예스24 아주 유감임...당분간 예스24 혼자 불매할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

 

도대체 임영웅은 왜 고척돔 같은 데서 공연을 해가지고ㅠㅠ 이렇게 세상 아들딸들을 골치아프게 하는 것인가ㅠㅠㅠㅠㅠㅠ 그냥 잠실야구장에서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실야구장 야외라서 추우면 문학구장에서 하라고!!!!!! 아니 그냥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해버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 나도 예매할 수 있겠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 진짜 임영웅콘서트 예매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받고요...12월 2일=부산공연날이 가까워질수록 엄마의 한숨이 깊어질텐데 벌써부터 걱정됨. 엄마 미안합니다 진짜...제가 제 티켓팅도 잘 못하는 멍청손이라 너무 미안하고......지난번처럼 티빙에서 콘서트 중계 좀 해줬으면 좋겠음. 부탁입니다 티빙 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람누리에서 가을을 맞아(??????????) 페미니즘 책 큐레이션 코너를 만들어놓았더라.

 

 

소설로 만나는 페미니즘인데 왜 이다혜작가님 책과 최지은작가님 책이 저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 하고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보기 시작했으나(뭐 도서관에서 만나는 페미니즘 정도로 했어야 하지 않나 싶음) 이걸 계기로 이다혜작가님의 책과 최지은작가님 책을 읽게 되는 독자가 생긴다면 그것은 무조건 좋은 일일 것이므로 불만 갖지 않기로 했다. 페미니즘의 F만 봐도 악악거리며 목숨 걸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쌔고쌘 시기이다 보니(진짜 뭐 목숨이 천개는 되나...0개였으면 좋겠음...) 저런 큐레이션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용기 있고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람누리도서관의 멋진 사서선생님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이다. 다들 천복을 누리십쇼!!!!!

 

'소설로 만나는 페미니즘'이니까 다음에는 윤이형소설가님과 최은영소설가님과 정세랑소설가님과 한정현소설가님 꼭 넣어주세요😏😏

 

 


문학주간2022 행사 때 김연수소설가님을 뵈러 대학로 간 김에! 사진전도 같이 보고 왔다. 둘 사이, 작가의 얼굴들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악스트의 표지와 인터뷰 사진을 찍으시는 백다흠작가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이성복/김혜순, 허수경/장석남, 박완서/오정희, 박상륭/정영문, 한강/임솔아, 김애란/윤이형, 배수아/황정은작가님의 사진이 둘씩 짝지어져 전시되어 있었는데 무슨 의도인지 사실 잘 모르겠넼ㅋㅋㅋㅋㅋㅋ 박완서/오정희선생님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여성작가님들 뭐 이런 거인가 싶은데...김애란/윤이형작가님이랑 배수아/황정은작가님은 무슨 의도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애란/황정은, 윤이형/황정은으로 묶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간 날은 김연수소설가님 낭독회가 있었던 11월 9일. 마음 같아선 이 주 내내 오고 싶었다ㅠㅠㅠㅠ

 

전시된 사진이 대부분 좋아하는 작가님들이어서 사진만 봐도 마음이 벅찬 기분이었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모두 함께 좋아했던 김혜순시인님과 배수아작가님,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너무 좋아했던 황정은작가님, 2010년대에 정말 좋아했던 윤이형작가님의 사진을 한 곳에서 한꺼번에 보니까 덕심이 충만해지면서 이것은 나를 위한 전시인가 싶었을 정도임. 한강작가님과 김애란작가님도 당연히 좋아하고요. 당연히 두분+임솔아작가님 사진도 찍은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걸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깨닫고 어찌나 당황스럽던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새끼야 다 찍었어야지ㅠㅠㅠㅠㅠㅠ '사진'을 '사진찍는다'는 게 좀 어색해서 쭈뼛쭈뼛하다가 놓쳐버렸네 싶어서 몇 시간 전의 스스로를 혼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김혜순시인님. 오른쪽을 먼저 찍었다가 삐뚤어졌나 싶어 왼쪽을 다시 찍음.
두분 다 언제나 멋있으신 분들인데 그 '멋있음'의 느낌이 좀 다르다. 엄청 멋있는 '언니' 같으신 황정은작가님과 엄청 멋있는 '선생님' 같으신 배수아작가님🤩
윤이형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간 보고 싶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 앞에서도 잠깐 썼지만, 이번 가을에는 김연수소설가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꽤 있었다. 덕분에 나는 최근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있닼ㅋㅋㅋㅋㅋㅋㅋ 이에 필적할 만한 가을로는 유앤미블루 공연이 있었던 2009년 가을과 승열오라버니의 메리홀 한달공연이 펼쳐졌던 2011년 가을이 있다...만 두 해 모두 여름부터 가을까지 쭉 이어졌던 거라 온전히 가을에 시작해서 가을에 끝나는 기분은 아니었다. (유앤미블루 공연과 메리홀 공연 모두 8월부터 시작됐으므로) 이번엔 10월 1일 북극서점에서 시작해 11월 마지막 토요일까지 기회가 쭉 이어져서 신기하고 신비롭고 경이롭고 행복하다. 

 

아래 사진은 10월 마지막 토요일에 소설가님 북토크를 보고 호수공원에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다가 찍은 것들. 가을도 좋고, 가을하늘도 좋고, 가을하늘 아래의 호수공원도 좋고, 가을하늘 아래의 호수공원에서 김연수소설가님이 사인해주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이렇게까지 가을을 잘 누려도 되나 싶게, 아름다운 가을이다.

 

왼쪽 사진 같은 구름 때문에 호수공원으로 발걸음이 향했고, 시간이 지나다 보니 오른쪽 사진 같은 풍경이 됐다.
이날 이곳에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난주 토요일 홍대에 갔다가 지구평평론자들을 또 봤다. 지난번에 광화문에서 봤을 때는 아니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같은 심정이었는데, 이번에는 아이고 어떡하냐...같은 심정이었다😥😥😥 고등교육 아니지 초등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건가 싶고...절레절레.

 

저 플래카드를 들고 큰 소리로 복음성가인지 찬송가인지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괴기스러우면서도 조금은 안타까워서(어쩌다 저렇게까지 됐을까 쯧쯧쯧...) 정신차리셨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고,

 

 

그 외 지난주에 있었던 이러저러한 일들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는데, 이런 내 기분을 한방에 해결해주는 처방전이 미니스톱 벽에 붙어있었다. 바로 벨기에초코가 나왔다는 포스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벨기에초코가 보인다=겨울이구나! 논산딸기가 보인다=여름이구나!

 

덕분에 나는 올겨울이 본격적으로 오기도 전에 붕어빵과 벨기에초코를 모두 맛보곸ㅋㅋㅋㅋㅋㅋㅋ 올겨울도 가을처럼 '좋은 것이 온다'는 마음을 가지고 잘 지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남은 한 달여의 시간도 이제까지의 11개월이 그랬듯이 바쁘고 정신없고 수많은 업무들에 쌓이는 시간이겠지만, 힘내고, 건강하게 잘 버티고, 또 힘내자. 그리고 22년 12월 12일이나 22일에 다음 근황글 또 이어 써야지. 남은 2022년, 부디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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