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6. 20:54ㆍ흐르는 강/이즈음에
준석님 돌아가신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3월 26일이었으니까. 내가 내 블로그 들어오는 게 힘들었다는 말을 쓰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진짜로 그랬다. 그날의 기억을 우선 저장해놓겠다는 심산으로 준석님 돌아가신 후 빈소에 다녀온 것까지 겨우 써놓고 나니 내가 써놓은 글인데도 다시 읽기가 힘들었다. 블로그 메인화면에 보이는 준석님 얼굴을 보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올해의 3분의 1이 지나고 있다. 참 여러모로 마음이 힘든 일이 많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3월이 힘들었다. 매년 3월이 힘든데 올해도 그랬다.
작년엔 직장을 옮기고 새로운 곳과 낯선 사람들에 적응하면서, 많은 업무와 적대적인 분위기에 위축되고 당황하며 지냈던 시기였다. 올해는 작년보다 업무가 훨씬 더 많았고 훨씬 더 바빴다. 그래도 지금 직장의 분위기와 사람들에도 어느 정도 적응해서 덜 위축된 상태로 지낼 수 있었다. 뭐 일이야 어떻게든 하면 되니까.
근데 순간순간 찾아오는 무력감이 너무 컸다. 대선 과정과 결과, 그 이후의 상황, 모두가 지켜보기 고통스러웠고, 여전히 그렇다. 이명박 취임식을 앞두고서나 박근혜 취임식을 앞두고서도 괴로웠지. 근데 그때는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잘 몰랐지. 지금은 얼마나 나빠질지 예측이 되니까, 그게 너무 고통스럽다. 앞으로의 5년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롭다. 혐오팔이하고 갈라치기해서 권력을 도모하는 차별주의자들이 날뛰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게.
그리고 3월 26일... 아 저 날짜만 봐도 마음이 너무 슬퍼진다. 준석님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 너무 우울했지만, 직장에서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지내야 했다. 나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편이라(얼굴에 바로바로 드러남) 순간순간 눈물이 나곤 했는데, 진짜 억지로 참고 억지로 웃으며 지냈다. 준석님이 내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아니라 직장 동료 중 누군가에게도 사실은 지금 내가 엄청 우울해서 확 죽어버리고 싶으며 그 이유는 준석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인스타에서 준석님 해시태그를 검색해 준석님에 대한 글들을 읽고 준석님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울기도 하고. 준석님 인스타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보고 또 보고. 외장하드 열어서 옛날 공연 영상-지금은 너무 저화질이 되어버린-보고, 공연 때 녹음했던 노래 듣고, 사진 보고, 그러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지면 자고, 이걸 몇 주 했던 것 같다.
사실 포스팅할 거리들은 많다. 마음이 힘든데 봄이 되어버려서 꽃도 열심히 보려고 했고(왜 인간은 나이가 먹으면 꽃 사진을 찍게 되는 걸까... 알 수가 없다-_-) 줄드는 다시 3인조가 됐으며 준형님은 결혼 소식도 전하셨다. 승열오라버니 관련된 포스팅도 해야 한다. 넷플릭스에서 본 시리즈들도 많다. 2월에 산타클라리타 정주행을 마치고 포스팅을 한 다음, 또다시 정성스럽게(!!!) 포스팅을 이어 했었는데, 글 속에 포함됐던 사진들이 좀 적나라했는지ㅠㅠ 그 포스팅이 부적절한 게시물로 제재를 받아 일주일 간 블로그 접근을 금지당했고(진짜 올해 별일이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또다시 든다) 글도 삭제당했다. 다소 억울한 마음은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받아들이고 나니 포스팅할 의욕이 확 꺾여서 굿 플레이스와 범죄의 재구성과 블랙 미러와 리타와 소년재판에 대한 포스팅을 할 수도 있었으나 할 마음이 안 들었다. 그 와중에 3월이 왔고 직장 일은 미친듯이 바빠졌고 대선 결과는 그따위로 나왔고 3월 26일이 됐고...뭐 그랬지.
무엇보다 준석님을 기억하는 글을 올려놓고 싶다. 이제 막 한 달 지난 것뿐이고, 나는 앞으로도 쭉 기억할 거니까. 잊지 않을 거니까.
우선 오늘은 준석님 인스타에서, 사진 몇 개를 가져와본다. 준석님이 마지막으로 올리신 게시물이 된, 방백 LP의 사진을.
준석님이 음악을 만드시고 연주하시면서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이 백현진씨이다보니...준석님 돌아가신 후 백현진씨가 인스타에 남기신 글이 너무 마음 아팠다. '안녕...'이라는 글이.
그리고, 준석님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은 아니지만, 준석님의 부고를 전하는 기사에 가장 많이 쓰인 것 같은, 이 사진 역시,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여전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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