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힘든 밤,

2024. 12. 4. 02:28흐르는 강/흘러가는

진짜 살면서 이상한 장면 적지 않게 봤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나라에 워낙 참사가 많았다. 갑자기 백화점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고,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했고, 한강 다리가 뚝 끊어지기도 했다. 다른 다리를 건너며 그 다리를 볼 때마다 참담한 기분과 함께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분명히 일어난 일인데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들 뽑히지 않을 거라고 했던 이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뽑힌 뒤 멀쩡하게 단일화 과정까지 다 밟았음에도 투표일 직전에 단일화 대상의 지지 철회 선언을 들어야 했던 밤도 참 기분이 이상했다. 그럼에도 보란 듯이 당선됐던 그가 탄핵 당하던 때도 그랬고, 그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 나갈 때도 그랬다.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던 어느 토요일 아침, 세상을 떠났다는 속보가 TV에서 흘러나오던 아침도 그랬다.

 

그 외에도 너무 많지. 9·11이 일어나던 날도 그랬고, 세월호가 가라앉던 날도 그랬고, 트럼프가 힐러리를 이기던 날도 그랬다. 남대문이 불타던 날, 유신 대통령의 딸이 당선되던 날, 그녀의 곁에 있던 이의 태블릿 PC가 발견되던 날도 떠오른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가 몇 밤 내내 이어지던 때는, 흥미진진하기도 했지만, 내가 지금 이런 장면을 왜 보고 싶어야 하지 싶어 참 이상한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싶었다.

 

그만큼이나 이상한 장면을 참 많이 본 밤이다. 이제는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잠이 든 새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서 쉽게 눕질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ㄱㅎㅅㄷ에서는 '미치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정말이지 참 이상한 밤이네...하지만 몇 시간 전까지는 두려워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냐하면,

 

 

이런 장면을 계속 봐야 했으니까. 이 아래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 지금도 약간은 무섭고 불안하다. 아까보다 좀 나아졌을 뿐이다.

 

 

초록색으로 이름이 표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서 다행이다. 오늘 하루는 인간 너무 혐오하지 말아야지. 시스템을 지켜준 동료 시민들에게 주권자로서 고맙다.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었는데, 비슷한 장면을 몇분 전 유튜브에서 봤다. 묘하게 또 뭉클해졌다. 이 늦은 시간에 자기 삶의 공간에서 여의도로 달려가 구호를 외쳐주고 깃발을 흔들어주고 경찰 버스 앞에 앉아준 동료 시민들에게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아주 많이 감사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워할 수는 없다. 이 시간까지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그 역시 '사람'이긴 하니까. (물론 이것은 생물학적 개념으로서의 사람이라고 해야겠지만...) 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어떤 분들에게 고마운 만큼 어떤 이들에게는 유감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중에 조선일보는 오늘 날짜 사설로 이런 글을 썼다.

 

'국가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가 조선일보의 입장인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유엠씨가 그랬지, 지구는 아주 큰 조모임 같은 거라고...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