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1. 23:50ㆍ흐르는 강/흘러가는
직장에서 신문을 구독한다(여기서의 ‘에서’는 주격 조사다). 한쪽으로만 편향된 정보를 주지 않으려 애쓰겠다는 건지 동아일보와 한겨레와 매일경제와 경기일보를 구독하는데 보통 나는 한겨레만 읽는다. 사실 종이신문이 비치된 곳에서 시간 들여 읽고 있는 건 거의 나뿐이다. 나 말고 신문 읽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나도 바쁜 날에는 종종 신문 읽기를 빼먹는다.
하지만 오늘은 절대로 빼먹을 수 없었다. 한강작가님 사진이 모든 신문의 1면에 실려 있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경기일보 1면에는 한강작가님 사진이 없었고 매일경제는 누가 경제지 아니랄까봐 <‘한강’의 기적> 같은 표제를 달아버려서 아니 이게 뭐야😮💨 하는 기분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동아일보와 한겨레 1면에 나란히 한강작가님 사진이 실려있는 걸 보니 다시 감격스러워졌다.
사실대로 말하면 나는 오늘 오전까지도 한강작가님 사진만 보면 눈물이 핑 도는 상태였는데 이거슨 절대로 국뽕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팬심임. 나의 페이보릿은 김연수소설가님이지만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님들 나열해보라고 하면 황정은작가님 배수아작가님 그리고 한강작가님…그 다음다음으로 윤이형작가님(엉엉엉) 윤성희작가님 김애란작가님 최은영작가님 정세랑작가님 하는 식으로 쭉 이어지는 거라서…애니웨이,
한강작가님이 노벨상 받으셔서 여전히 기쁘다. 수상 후에도 호들갑스러운 모습 대신 차분하면서도 겸허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으신 것 같은 작가님의 포즈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그에 비해 출판사들은 다소 호들갑스러운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호들갑스러워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소년이온다도 작별하지않는다도 더 많이많이 팔렸으면 좋겠으니까. 생각보다 소년이온다 안 읽은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좀 놀라기도 했고. 심지어 한강작가님 첫 작품이 몽고반점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기도 해서ㅠㅠ 이번 기회에 아예 여수의 사랑부터 읽히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더불어 한국문학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웹소설도 장르소설도 웹툰도 온갖 OTT도 쌔고 쌘 마당에 문학 같은 거 누가 읽느냐는 조소와 냉소가 짙기만 한 21세기 한국에서ㅠㅠ 희미해보이지만 여전히 빛으로 문학이 존재해서ㅠㅠㅠㅠ 나는 너무 좋고 감사하고 감격한다. 오늘 낮에 창비 인스타의 저 화면을 보고서도 눈물이 나서 혼났다ㅠㅠㅠㅠㅠ 채식주의자를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이, 소년이온다를 처음 읽었을 때의 기분이 떠오르는 거 같아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타이밍에, 오늘은 와우북페스티벌이 개막하는 날. 게다가 올해의 캐치프레이즈는 ’공존으로의 여정‘이며 올해는 와우북 20주년. 금요일 저녁 홍대 근처라니, 평소라면 발걸음은커녕 눈길도 안 주고 싶어할 시간과 장소이지만 오늘은 기꺼이 다녀왔다. 다행히(!!?!) 홍대 쪽이 아니라 합정역 근처이기도 했고ㅋㅋㅋㅋㅋ
마음같아서는 내일의 와우북도 가보고 싶은데 선약이 있어 가지 못하는 게 그저 아쉬울 뿐ㅠㅠ 올해의 와우북페스티벌도 무사히 성황리에 멋지게 잘 끝나기를 기원한다. 더불어 와우북페스티벌의 20주년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내년에도 좋은 계절에 21번째 와우북페스티벌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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