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갑자기, 비상계엄...

2024. 12. 3. 23:22흐르는 강/흘러가는

미국 대선 이후로 의욕도 없고(-_-)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바쁜 일들도 쭉 있었어서 한동안 포스팅을 못했다. 하지만 이제 12월도 됐으니 포스팅 좀 해야지 근데 그전에 책 읽은 거 메모부터 해놔야지...하는 기분으로 남천동 유튜브 라이브 틀어놓고 몇달 전 읽은 '숙론(최재천)'의 몇 구절을 필사하고 있던 중이었다. 라이브에서 임경빈작가가 오늘 라디오 방송하러 갔다가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걸 대충 흘려듣다 보니 밤 열시 반쯤이 돼서 이제 곧 씻고 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긴급 담화 발표를 한다고 했다. 진행자들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계엄이라는 말이 들렸다. 계엄...? 계엄? 내가 아는 그 계엄? 광주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게 계엄령 철폐였을텐데, 그 계엄?

 

대통령 담화가 라이브로 방송 중이라고 했다. 황급히 검색창을 열었다. KBS 라이브만 보였다. 대통령이 국가가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했다(이건 맞지). 갑자기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했다(뭐라는 거지). 그러더니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했다. 뭐?

 

그때부터는 너무 무서워서 손이 떨렸다. 내가 뭘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 자고 있던 엄마를 깨워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jtbc 뉴스특보를 보고 있다. 아니 이 나라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 의원들이 국회로 모인다는데 거기로 군대를 집결시키는 건 아니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그냥 국회를 바로 해산시키려고 이러는 건가? 근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지 않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일 그냥 출근하면 되나? 아니 오늘 승열오라버니 음감회 예매날이어서 덜덜 떨며 예매 마치고 이제부터는 예매만 기다리면 되는데 갑자기 한밤중에 이게 무슨 일이야...대체 어찌 이 모양인가.

 

 

아, 머리가 너무 아프다. 아니 그래 건국 이후 유례 없는 상황 맞지...근데 뭐 때문에 유례가 없냐고 지금......아 진짜 2024년 막판에 이게 무슨 일이며ㅠㅠㅠㅠㅠㅠ 너무 기가 막힌데 무섭다 한편으론. 대체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무슨 일이 생겨 있을지, 뭐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너무 무서워. 이러다 누가 죽었거나 뭔가 없어져 있으면 어쩌지 싶어서 또 무서워. 아무리 잘 갖춘 제도도 시스템도, 와르르 무너지는 거 순식간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한순간에 거대한 무언가를 바로 망가뜨리는 게 눈앞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어서, 그냥 무섭다. '아직은 국회에 병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뉴스도 너무 무서워. 와...어떡하지 진짜. 

 

그래도 지금 국회의장이 국회 내에 있다니 그나마 다행인 걸까. 제발 이 밤에 별 일이 없었으면. 죽는 사람도, 피흘리는 사람도, 나름의 기능을 해내던 무언가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일도 없었으면. 제발 그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