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23, 유앤미블루 "The Moments" @섬유센터 이벤트홀 - 후기 [2]

2010. 1. 16. 22:30💙/언제나 내곁에

늦게 쓰는 주제에 끝도 없이 길어져서 결국은 두 개로 나눠 쓰는 <The Moments> 후기ㅎ 지난 포스트엔 좋다 좋다 좋다 소리만 썼으니 이번엔 아쉬운 점 중심으로.

무얼 하시나요, 승열오라버니.준석님의 이런 표정!

○ 열 아홉 곡 중 유일하게 마음에 걸렸던 노래는 Ain't Good Enough. 보컬은 좋았는데, 연주와 보컬이 조화롭지 못했다. 편곡을 의도적으로 바꾸신 거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좀 아쉬웠다. 두 분이 함께 부르시는 소중한 노래라 무지무지 기대했던 탓에 더 안타까웠던 듯.  다시 생각해도 슬프다ㅠㅠ '뚱땅뚱땅'이라니요 오퐈들, 이건 아니잖아요. 예전 버전으로 바꿔 주세요. 고양 공연 버전이 딱 좋사옵니다.


○ 준석님께서 곡 소개 시간에 '요즘엔 그 노래밖에 안 부른다'고 하셨던 영화 속의 추억. 올해 꽤 많이 들었다. 특히나 은 뮤지스탤지아에서도 하셨고 제천에서도 하셨고 쌈싸페에서도 하셨다. 물론 두 곡 다 좋고, 뭘 부르셔도 좋다. 그리고 유앤미블루 때의 노래를 선곡하는 게 오퐈들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잘 안다.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날선 그 감성의 결과물들을 재현하시는 게 내키지 않으시겠지.

하지만 좀더 다양하게 선곡해 주시면 안 되나, 하는 바람이 자꾸 든다. 승열오라버니가 단독 공연 땐 여러 번 들려주셨었고, 1집에 재수록하시기도 했던 흘러가는 시간...잊혀지는 기억들도 괜찮고. 아니면 <이승열 MEETS 서전음> 공연 때 하셨던 그대 영혼에도 좋고. 제천에서 불러주셨던 햇살도 좋다. 그 노래 정말정말 좋아해서 YMCA 야구단 OST도 샀었는데ㅠㅠ

어쨌든 올해는 새로운 레퍼토리도 좀 들려주셨으면 한다. 가장 듣고 싶은 건 두 분이 다정하게 불러주는 언제나 내곁지만 절대 안하실 것을 알고 있으므로 기대 따위 안한다. 솔직히 공연 타이틀 보고서는 '오옷 준석님이 Moments를 불러주시려는 건가' 했었는데. 역시 과욕이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션의 고정을 통한 공연의 안정화를 강력히 희망한다. 작년 유앤미블루 공연을 쭉 돌아보면 고정된 파트가 베이스 이경남씨 한 분밖에 없다. 3월에 있었던 승열님의 예술의전당 단독공연 때까지 넣어서 따져보자면 세션들이 일년 내내 바뀐 거고. 이번엔 베이스 이경남, 드럼 김책, 키보드 김은경 세 분이 수고해 주셨는데 솔직히 몇 곡의 시작 부분에 호흡이 완벽하게 맞진 않는구나 하는 느낌이 잠깐잠깐 들기도 했다.

예전 먼데이블루 이후 이승열밴드 2기였던 키보드 전영호, 베이스 김정민(이바디의 저스틴), 기타 조정치, 드럼 임거정 체제도 처음엔 좀 아쉬웠지만 갈수록 안정되어 매우 좋은 무대를 여러 번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서로 손발을 맞추었기 때문에 그런 멋진 무대가 나올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올해는 세션이 (웬만하면) 좀 안뀌길 바란다. 나의 베스트 라인업은 이경남-신동훈-전영호. 사실 승열님이나 준석님과 협연한 무대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베이스는 <이승열 MEETS 서전음> 공연 때의 정욱님이었지만ㅋ

그래도 수고하셨어요. 공연 끝난 후 승열오라버니, 이경남씨, 김책씨.



○ 공연 때마다 함께하는 팬들을 신경써 주시는 것, 같은 공연을 보고 보고 또 보는 팬들을 잊지 않아 주시는 것, 잘 알고 있다. 항상 감사하다. 하지만 유앤미블루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관객도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해 주셔야 할 것 같다.

오퐈들은 항상 보는 그 사람들에게 여러 번 들었던 노래들을 또 한 번 들려주는 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보는 그 사람들'이 아닌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어찌됐든간에 유앤미블루는 음악을 통한 소통을 지향하는 이들이니까. 자신들의 만족만을 위해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고, 공연을 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 바로 이 자리가 생전 처음 보는 유앤미블루의 무대'인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요즘에서야 든다. 내가 부른 노래의 제목이 무엇인지, 왜 우리 노래들의 가사는 대부분 영어인지, 이 노래들을 집에 가서 찾아보려고 하면 대부분 검색되지 않을텐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정도는 알려 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

사실, 이번 공연 때 승열오빠가 노래 제목을 소개하지 않고 넘어가시려 할 때 강력하게 해 주실 것을 요구(!)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팬들에게는 '나중에 큐시트 올려 놓을게요'라는 말로 충분하다. SYBLUE에 가서 셋리스트를 찾아보면 되는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며, 굳이 셋리스트를 보지 않고 노래 제목 소개를 듣지 않아도 무슨 노래인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미발표곡들을 그 자리에서 처음 들어본 사람, '도대체 어디에 무엇을 올려 놓는다는 거냐'고 답답해하는 사람도 한 명은 있지 않을까. 귀찮으시겠지만 공연 때마다 그 정도는 좀 해 주셨음 좋겠다. (사실 너무 강력하게 요구한 감이 없잖아서 나중에 조금 반성하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SYBLUE에 셋리스트가 안올라온 걸 보면 그때 강하게 요구하길 잘했다 싶다)


○ 앵콜을 하지 않는다는 걸 좀더 확실하게 언급해 주시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앵콜 안 하는 거 좋다. 유앤미블루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앵콜이라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 관습 아닌가. 공연을 처음 본 사람이나 '설마 오늘은 하겠지' 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곡을 하기 전에 '우린 앵콜 안 한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 이제까지 쭉 안 해 왔다, 많은 분들이 안 믿으시는데 준비된 노래가 진짜로 없으니 안녕히 가시라'고 딱 잘라 말씀해 주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유앤미블루가 앵콜을 하지 않는 이유까지 설명해 주신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매일 이걸 설명하려면 많이 지겨우시겠지-_- (이런 건 준석님이 잘 하신다. 단호하고 냉정하게. 이번에도 마지막 곡 하기 전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뭐 어쩔 수가 없네요"라고 말씀하시는 준석님의 강한 모습을 보며 '역시!' 하고 감탄했다ㅋㅋㅋㅋㅋㅋ)


본인들은 스스로가 버벅댄다고 하시지만 사실은 두 분 다 멘트를 매우 잘하신다고 강력히 주장한다ㅋ


말이 길어서 엄청 아쉬운 점이 많은 것처럼 되어버렸는데-_- 절대 그렇지 않다. 좋은 점은 이것보다 백만배 더 많은걸.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노래도 좋았고, 멘트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무엇보다 오퐈들 표정이 참으로 밝아서 기뻤다. 노래 끝난 후 박수에 화답하는 '감사합니다'가 시원시원하고 우렁찼다. 그냥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정말로' 감사하다는, 오라버니들의 진심이 가득 담긴 인사임이 느껴져서 참 고마웠다.

준석님의 Straight가 끝난 후 승열님이 "언젠간 따라부르시겠죠"라고 하셔서 마구 웃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앨범을 내시란 말입니다!! 지금보다 더 미친듯이 따라불러드리겠어요. 녹음을 시작하셨다고 했으니 올해 안엔 나오겠지. 앨범을 안내시면 안된다. 공연을 계속 많이 쭉 하시는 것도 참 좋지만 꼭 내셔야 한다. 내년 여름은 100% 농담이었으니 제발 올해 안에ㅠㅠ 그럼 또 '어, 벌써?'하는 순간 공연을 하고 있겠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