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23, 유앤미블루 "The Moments" @섬유센터 이벤트홀 - 후기 [1]

2010. 1. 15. 03:03💙/언제나 내곁에


2009년 12월 23일,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유앤미블루.
보컬/기타 방준석.보컬/기타 이승열.

원래는 무대를 마주보고 승열님이 왼쪽, 준석님이 오른쪽에 서시지만 한번 반대로 해 보고 싶었다. 이러면 더 사이좋게 보이지 않나? (참 애쓴다ㅋㅋ) 11월에 두산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천변풍경 공연의 후기를 빼먹었더니 정말로 오랜만에 쓰는 유앤미블루 공연 후기가 되어버렸다. 느지막히 올리는 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공연의 감동은 여전하다. 'The Moments'라는 공연 타이틀이 딱이다 싶을 만큼, 한 순간 한 순간들이 강렬하고 소중했다. 아, 다시 떠올려봐도 너무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난다.

우선 셋리스트. 곡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순서엔 변화가 컸다. 준석님이 오프닝곡을 부르신 게 가장 큰 변화!


 1. 준석/ To You
 2. 승열/ Rhythm in my Heart
 3. 준석/ Sun
 4. 승열/ Too Many Times
 5. 승열/ So
 6. 준석/ Low End
 7. 승열/ M.O.M
 8. 준석/ Flow
 9. 승열, 준석/ 비와 당신
 10. 승열/ Little Drummer Boy
11. 준석/ 꽃
12. 승열, 준석/ 영화 속의 추억
13. 승열, 준석/ Ain't Good Enough
14. 승열/ What About Love
15. 준석/ T 94
16. 승열/ Shot has been fired
17. 준석/ Straight
18. 승열/ I Don't Know
19. 승열, 준석/ Happy Christmas
                     (War is over)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잘 놀면 되는 거'였던 그 날. 오퐈들은 예상보다 관객들이 많다고 여러번 말씀하셨지만 공연 시작 전엔 솔직히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사람이 너무 없으면 어쩌나, 평일 저녁 섬유센터는 무리수다, 나쁘다 플*서스 등등의 불평과 불만과 걱정을 주위 분들과 나누며 오프닝을 기다렸다(고양 공연 첫날의 기억이 잠깐 떠오르기도).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부턴 그런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무대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열광하느라고, 거기에 팬이벤트+_+로 ㅈㅇ씨가 준비해온 야광봉을 열심히 흔드느라 바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과 몸이 함께 더워졌고 공연장도 뜨거워졌다.

돌이켜보면, 이날 야광봉이야말로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공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 효과와 사람이 많아보이게 하는 효과를 동시에 거둔 듯. 플럭*스 스탭 중 한 분도 야광봉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하셨다 하고. 공연이 끝나고 무대로 야광봉을 던졌던 건 매우 돌발적이었지만 관객들의 흥분과 열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액션이었던 것도 같고. 어쨌든간 나이스 초이스. 회사의 전략이 아니라 팬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는 걸 이분들이 과연 눈치채셨을지에 대해선 알 길이 없으나 오퐈들도 호응해주셔서(정확하게는 '승열오라버니가'라고 해야겠지만 뭐) 고마웠다. 일부러 파란 걸로 두 개 드린 겁니다ㅋ

오퐈의 마이크 스탠드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던 야광봉. 아, 부럽다. (배경은 물마시는 승열오라버니)



두 분의 연주와 노래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천변풍경 공연 때보다 딱 칠십 배 좋았다ㅋㅋ To You가 오프닝일줄은 정말 예상 못했는데, 덕분에 초반부터 뜨겁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준석님은 본인의 솔로로 부르시는 첫곡과 마지막곡을 둘다 강한 걸로 하셨네. 수고하셨어요.

승열오라버니는 싱글로 발매된 SoFlow 때의 반응이 다른 곡을 하셨을 때보다 좋다고 하셨는데...그랬나? 최고로 반응이 좋았던 건 북치는 소년 같은데. 내생애 최고의 캐롤이었다. 평범한 노래를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노래로 만들어버리는 승열오라버니의 놀라운 능력을 또다시 체험할 수 있었다. 온몸을 쫘르르 훑고 지나가는 전율! 승열님의 '라퐘퐘퐘'은 절대 잊지 않겠다 ;D

비와 당신은, 아,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ㅠㅠ 사실 나는 '유앤미블루가 비와 당신을 부르는 것'에 약간 회의적이었다. 라디오스타 개봉시 준석님이 인터뷰에서 80년대 인기가요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80년대 인기가요의 느낌을 주는 노래가 유앤미블루에 어울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노래를 대망의 디지털 싱글 타이틀로 내놓은 데에는 기획사의 입김이 너무나 크게 작용했을 것이 안봐도 DVD. 오라버니의 보컬도 좋고 준석님의 코러스도 좋고 예전에 준석님 버전의 어쿠스틱 비와 당신도 좋아했지만 '이 노래를 디지털싱글 타이틀로 쓰는 건 반댈세'였단 말이다.

그런데그런데그런데 공연에서 직접 두 분의 목소리로 들으니........................아, 정말 미치겠는 거다. 숨을 못 쉬겠어!!!!! 승열님은 '같이 부를 형편이었기에 (같이 불렀는데) 떨린다'고 웃으면서 얘기하셨지만 난 두 분이 나눠 불러서 더 좋았다. 서로의 목소리가 가진 장점이 더욱 부각되기도 하면서 사이좋아보이잖아ㅋ

공연의 마지막 곡을 Happy Christmas로 고르신 것도 참 맘에 든다. 아름다운 선곡. 정말 War is Over였으면 좋겠지만, 가능하진 않겠지. 하지만 '크리스마스랍시고 그렇게 신나서 자기 즐거운 것만 챙기지 말고 주위도 한번 돌아보지 그러냐'는, 은근한 메시지가 느껴져 참으로 훈훈했다. 준석님의 마지막 멘트도 그러했고. 역시 오퐈들!

열 아홉번째로 불러주신 Happy Christmas 무대 때, 승열오라버니와 준석님. 앵콜 안하는 밴드 유앤미블루♡

이날 공연의 특징 중 하나는 멘트가 이제까지의 공연들에 비해 꽤 많았다는 것. 덕분에 조용하면서 마음을 전달하는 시간-승열님의 표현-이 늘어나 행복했다. 말 좀 하라고 징징댄 탓도 있었겠지만, 가장 강력한 이유는 승열오라버니 어머님의 말씀이었을 거다. 승열오라버니가 공연 실황을 어머님께 보여드렸더니 "사람이 음악도 중요하지만...교감을 하려고 하는 자센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셨다고.

준석님은 자신들이 너무 버벅댄다며 '얘기 인제 더 안하려구요'라는 말로 멘트 늘이기에 부정적이셨지만 승열님은 역시나 베테랑 뮤지션답게 "저희는 그런 말주변은 없어요. (하지만) 만약에 저희가 그런 말주변을 가지고 (공연 때 멘트를) 하면 싫어하실 거잖아요."라며 팬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셨다. 자신의 유머 코드를 "썰렁함을 구사하곤 춥다고 웃는 스타일"로 정의하시기도. 승열오라버니는 하나도 안 썰렁하시며 준석님은 하나도 안 버벅대시고 흐르는 강물처럼 술술 말씀만 잘하시면서 암튼간 그놈의 겸손. 결론은 어머님 사랑합니다.


멘트하시는 승열오라버니,그리고 준석님.


아, 쓰다 보니 또 한정없이 길어지네-_- 암튼간 오퐈들에 대해 쓸 때는 할 말이 너무 많아 문제다. 큰 맘 먹고 나머지는 다음에 이어서. 커밍 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