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1,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 승열오라버니♡

2010. 6. 27. 20:43💙/언제나 내곁에

2010년 5월 21일,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승열오라버니♡의 무대!!

한 달 전의 공연 후기를 인제 쓰려니 참-_- 사실은 사진 파일이 든 메모리를 잠시 분실했었다. 아이고 어떡해...하면서 시름에 잠겨 있다가 어제 엘르걸페스타에 다녀온 후 도저히 손놓고 앉아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온 집구석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 결국 발견!!! 기쁨도 잠시,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포스팅.

사실 이날 나는 몸이 많이 안 좋았다. 그 전전주부터 시름시름 감기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 전전날부터 심해지기 시작해 공연 전날엔 '과연 내일 갈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공연 당일날 아침에 눈을 뜨고도 못 일어나겠어서 다시 눕고, 다시 일어났다가 안되겠다 하면서 다시 눕기를 반복했다. 3일 전까지만 해도 12시 치즈스테레오부터 달려야겠다 하면서 희희낙락했었으나 이날 내가 집에서 나간 시각은 자그마치 세 시. 정말정말 보고 싶었던 오지은과 불쏘는 다 날아가 버린 시각이었다.

도착하니 다섯시 반 쯤. 다섯 개의 무대들을 모두 돌며 구경하고 싶었으나 도저히 몸이 아파 돌 수가 없었다. 사실 무대들이 그렇게 멀지도 않았는데! 흑흑. SKY Stage에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더블유앤웨일을 보다가 힘이 딸려 못 놀겠다는 생각에(더블유앤웨일은 그래도 좀 놀아줘야 하는데 말이다) 그냥 오퐈가 나오시는 MOON Stage로 이동하여 한충은 씨와 윈터플레이의 공연을 가볍게 즐기며 '이승열씨는 언제 나타나시나...' 기다리고 있었다 으하하. (오퐈는 윈터플레이의 무대가 중간쯤 진행됐을 때 도착하셨다)


거의 아홉시가 다 된 시간에야 무대에 올라선 승열오라버니. 그전까지는 아프고 열나고 몸에 힘이 없어 참 죽겠더니만, 무대 위에 올라선 오라버니를 보고 나니 조금씩 힘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작년 3월 <봄의 왈츠> 공연 이후로는 계속 유앤미블루로 공연하셨으니 '이승열'이란 이름으로 무대에 오르신 건 꽤 오랜만이셨을텐데도 오라버니는 생각보다 여유로워보이셨고 편해 보이셨다. 오빠의 세션들로 꽉 찬 무대를 보니 아, 이승열이구나, 시작이구나, 싶어 기분이 좋아졌고, 오랜만에 보는 신드러머와 전영호씨도 반가웠다. 

공연은 예의 '이승열스러운' 공연이었다. 오바해서 관객들을 놀게 하지도 않고, 일부러 관객들이 알 만한 노래들을 선곡해 오지도 않고, 멘트도 별로 없고, 앵콜도 하지 않는 공연. 어떤 사람의 눈에는 많이 낯설 거고, 불친절해 보일 거고, 무뚝뚝해 보일지도 모르는 공연. 하지만 그 '승열스러움'이 너무 반갑고 참 좋았다. 실제보다 지나치게 꾸미지 않고, 맘에 없는 얘기나 행동 하지 않고, 쓸데없는 욕심 내지 않는 이승열의 공연. 그 어떤 관객이나 연주자보다 공연에 집중하여 자신이 준비해 온 곡들을 참으로 정성스럽게 무대 위에 펼쳐나가는 승열오라버니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 했다.

이날 가장 이승열스러웠던 건 역시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도 오랜만이라, 어떤 레퍼토리를 준비해 오실까 궁금했었다. 그래도 명색이 페스티벌인데다가 오퐈를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대중적인 곡들을 좀 골라 오시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오라버니는 '아직도 날 몰라?' 하듯이 아직 발표도 하지 않은 신곡들을 좌라락 부르고 연주하셨다ㅎㅎ 대.박. 오랜만에 듣는 Dream Machine은 여전히 감동이고 다른 신곡들도 열심히 들어야 하고 무대 위의 오라버니는 열과 성을 다해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시고...몸이 아픈 것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로 오감을 무대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어진 6월의 공연에서 비슷한 레퍼토리가 이어지는 걸 보니, 당분간은 이 셋리스트가 유지될 듯 싶은데...(그럼 앨범 작업은 또 미뤄지나?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_-) 7월 지산락페 때와 8월 서울숲 공연 때도 이 레퍼토리들이 계속된다면 신곡들도 거의 익숙해질 것 같다. 한글 가사에 맞춰 불러주신다면 더 좋겠지만ㅎ 유앤미블루 앨범이 늦어질 것이라 하니 요즘 공연에서 불러 주시고 있는 M.O.M이나 유앤미블루 디지털싱글로 나왔던 So가 오라버니의 3집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도 같기도 하지만 설마 그러진 않을 것도 하고...뭐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 번 한 번의 공연에 최선을 다하는 오라버니가 좋고, 그런 오라버니의 감동스러운 노래들이 좋고, 오라버니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이 다음날부터 근 일주일을 정말 죽어라 앓았지만 앓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었다고 믿는다ㅎㅎ 그만큼 좋고 좋고 좋았으니까.


공연 때 찍은 사진들은 이 아래 숨겨볼까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