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5. 22:06ㆍ💙/언제나 내곁에
아, 이렇게 공연 끝나고 바로 후기를 쓰는 게 얼마만인가. 확실히 트위터 쓰면서 블로그를 안쓰게 됐다. 그 순간의 느낌이나 생각을 바로바로 기록해 놓기엔 트위터가 편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긴 글을 안 쓰다 보니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섞이기만 한다. 나중엔 경험들 간의 경계까지도 흐릿해져서 이 경험과 저 경험이 다 섞여 버린다. 머릿속에 있는 걸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 막연했던 것이 더 명료해지기도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었음을 깨닫기도 하는 건데. 그런 깨달음과 명료화의 과정이 너무나 부족했다.
여튼간, '나중에 써야지 언젠간 쓰겠지 죽기 전엔 쓸거야...'하면서 미뤄뒀었던 후기들을, 앞으로는 예전처럼(!!!) 좀더 부지런히 쓸 생각. 계속 쓰는 것이 나를 좀더 충실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이번 <MUMBO JUMBO>를 되새기며 정리해 보는 것 역시 나를 채우는 일. 어디 시작해 볼까, 하하.
<SET LIST> |
beautiful ('또다시' 영어 버전) 기다림의 끝 You Make ('나 가네' 영어 버전) 돌아오지 않아 M.O.M
신곡 1 - northern star 신곡 2 - 아/ 추잡하다 신곡 3 - 개가 되고 신곡 4 - we're dying (단보우) 신곡 5 - someone's at the door (who) 아도나이 기다림
앵콜 1 - secretly ('솔직히' 영어 버전) 앵콜 2 - so |
1. 이번 공연의 set list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신곡이 자그마치 5곡이나 된다는 것. 지난번 벨로주에서 부르셨던 세 곡(신곡 1,2와 5)에 두 곡이 더 추가됐다. 저 위의 표에 써 놓은 제목은 사실 '공식적인 제목'이라 할 수 없고; 공연 후 훔쳐본 경남님 셋리스트에는 '키보드-뽕댄스-개가되고-단보우-who'라고 쓰여 있었다ㅎ northern star와 someone's at the door는 신곡 1과 5의 첫 번째 가사고 추잡하다, 개가되고, we're dying은 신곡 2-4의 후렴 첫 번째 가사. 1집 노래는 기다림 하나, 2집 노래는 아도나이 하나, 오라버니의 정규앨범에는 안 실려 있으나 어떤 공연에서도 거의 빼먹지 않으시는 so와 역시 단골 레퍼토리인 M.O.M, 그리고 나머지 다섯 곡이 3집 노래. 사실 말이 다섯 곡이지, secretly는 마지막 날에만 부르셨기 때문에 3집 노래를 네 곡 하셨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2. 3집이 나온지 인제 일 년 됐는데, 3집 노래보다 신곡이 더 많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돌이켜 보면 2007년에 2집이 나왔고, 2009년 봄까지 2집 노래로 공연을 하셨고, 2009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유앤미블루를 하셨고, 2010년 봄부터 3집 신곡들이 공연 때 선보였고, 2011년 여름에 3집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 겨우 2012년 여름. 그런데 셋리스트에 제일 많은 건 3집 노래가 아닌 신곡. 앨범을 내는 데 시간을 꽤 들이시는 오라버니답지 않게, 비교적 다음 앨범은 빨리 나오는 걸까. 저런 흐름이라면 내년에 4집이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니면 3집 노래를 너무 많이 부르셔서(작년 한달 공연의 여파?ㅋㅋ) 3집 노래들을 부르시는 게 신곡을 부르시는 것보다 덜 재미있으신 건가. 3집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why we fail이나 dream machine, lola, 너의 이름 같은 노래들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쉽기도 했다(그들의 블루스나 라디라, 돈은 상대적으로 공연 때 덜 부르시는 것 같아 크게 기대 안 했지만). 그렇지만 신곡 다섯 곡이 너무 좋았던 터라!!!! 그리고 그 신곡들이 분명히 앞으로 여러 공연을 거치면서 처음에 들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올 것을 예상할 수 있는 터라 반가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튼 신곡 다섯 곡은 정말 다 좋다. 너무 좋아서 탈이다ㅋㅋ 이제까지의 오라버니 노래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많이 달랐다. 좀더 툭툭 던지고, 직설적이고, 강하고, 블루스나 컨트리 락 같은 느낌도 좀 나고...아아. 내가 아는 게 너무 없다보니 장르에 대해선 뭐라 딱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여튼간 다르다. 특히 3집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비슷한 곡을 찾자면 3집의 그들의 블루스? 그 노래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던 '직선'의 느낌이 더 세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3집 신곡을 처음 들었던 게 앨범 나오기 1년 전, 2010년 그린플러그드 때였는데, 그 때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내면으로 침잠하는 느낌이었고,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섯 곡 중 침잠하는 곡이 하나도 없다. 개중 가장 '얌전한(?)' 곡인 Northern Star도 중간에 반전이 있다. 모두 극적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래들이라기보다는 겉으로 뿜어내는 노래들. 그런데 가볍거나 경박하지 않다. 3집 노래들과는 다른 느낌의 무게감이랄까. 3집의 노래들이 정교하게 다듬은 유리 세공품 같다면 이번의 신곡들은 신경 쓰지 않고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은 집요하게 계산하고 계획해 만들어 낸 도자기 같다는 느낌.
3. 3집 노래들은 여전히 좋다. 이번에도 오라버니는 우리말 가사 대신 영어 가사를 애용하셨고ㅋㅋㅋ 오빠가 3집 노래들을 영어로 부르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영어로 공연을 일 년 정도 했으니, 우리말 가사보다 그 가사가 더 입에 익으신 건 당연하겠지 싶다. 안그래도 오라버니 노래는 별로 한국 가요 같지 않은데, 영어 가사로 부르면 더더욱 우리 나라 가요 같지 않아진다. (그렇다고 특별히 더 좋거나 더 싫은 건 없다. 이승열 음악은 그냥 이승열 음악이니까!)
오라버니는 우리말 가사 쓰는 게 어렵다고 자주 말씀하신다. 혹시 직접 쓰신 우리말 가사를 크게 좋아하지 않으시는 건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라버니의 우리말 가사를 사랑한다. 흔하지 않고 번지르르하지 않고 단순하지 않아서 좋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렵거나 너무 관념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짚어주지 않기 때문에 더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게 이승열의 가사라고 생각한다.
우리말 가사로 불러주실 때와 영어 가사로 불러주실 때 노래의 느낌이 달라지고, 그게 공연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뭐든 좋지만ㅋ 이번 공연엔 영어 가사가 잘 어울렸다. 다행이었다. 행복했다. 눈물이 가장 많이 난 건 마지막 날이었고ㅋ
4. M.O.M과 SO를 공연 때마다 빠짐없이 불러주시는 건 어떤 연유일까. 오빠가 특별히 좋아하시는 노래들인가. 궁금하다. M.O.M과 SO를 들을 때면 반사적으로 2010년 유앤미블루 공연 하시던 때가 떠오르고 그 때의 노래들이 생각난다. SO도 M.O.M도 좋지만 What about Love나 Shot has been fired나 I Don't Know 같은 노래들 다 좋았었는데...그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없을까. 그리고 또 궁금한 것, 기다림을 엔딩으로 하시는 건 오빠의 의도일까 회사의 의도일까. 노래가 싫어서는 절대 아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인간으로서 기다림같은 노래를 싫어할 수 있는가!!!!!!!!!!!!!! 말도 안돼!!!!!!!!!!!!!!!
그나저나 아직 노래에 대한 얘기밖에 안 썼는데 스크롤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안쓰면 안써서 문제고 쓰면 너무 길어져서 문제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왜이렇게 승열오라버니에 대해선 끊임없이 말을 잇고 또 잇는 걸까. 뭔 할 말이 이렇게 많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밴드, 공연장, 오라버니의 멘트, 공연 분위기 등등에 대한 얘기는 다음 포스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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