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6. 23:32ㆍ💙/언제나 내곁에
어제에 이어 쓰는 두 번째 후기. 공연에 대한 잡생각들 중 밴드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면,
1. 이번 밴드 구성은 기타 윤상익-드럼 신동훈-베이스 이경남-단보우 프엉, 그리고 기타+보컬+키보드 이승열. 영호님이 함께 무대에 오르지 않으신 지 꽤 됐다. 예전같으면 Northern Star처럼 키보드로 시작하는 노래나 '기다림' 같은 노래들에서 영호님의 연주가 오라버니의 보컬을 받쳤을 텐데. 근데 Northern Star는 영호님의 현란하고 유려하며 부드럽고 화려한 연주보다 조금은 투박하고 툭툭 던지는 듯 하지만 은근히 맛깔나는 승열오라버니의 연주가 더 잘 어울리는 노래인 것 같다. 벨로주 때 처음 Northern Star 들을 때는 '우왕 오빠 키보드 엄청 열심히 치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엔 그 때만큼 한 음 한 음 또박또박 치시는 느낌은 아니었고ㅋㅋㅋ 조금 더 익숙해지신 것 같았다. 한 음 한 음 분명하게 탕탕탕 치실 때의 느낌이 좋았었는데. 왠지 아, 키보드 소리 참 착하다, 괜히 믿어주고 싶은데?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ㅋㅋㅋㅋㅋㅋ
언제부턴가 기다림을 상익군의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고 계신데...물론 기다림이야 기타나 피아노나 첼로나 바이올린이나 튜바나 트럼펫이나 플룻이나 리코더나 멜로디언이나 실로폰이나 가야금이나...뭘로 연주하든 간에 아름다운 곡임에 틀림없지만, 가끔은 건반에 맞춘 기다림을 들어보고 싶다. 예전에 다른 악기 전혀 없이, 영호님의 키보드와 오라버니의 목소리만으로 기다림이 울려 퍼질 때, 참 감동스러웠던 기억이 자꾸 나서 말이지.
2.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 외의 수확'이라 할 만한 건 역시 경남님의 코러스(라기보다는 피처링이라고 해야 될 것도 같고...)!!! 개가 되고에서 경남님의 다양한 효과음 내지 추임새가 없었다면 노래는 훨씬 심심했을 거고 분위기는 훨씬 덜 올라왔을 거다. 돌아오지 않아의 코러스도 기대보다 훨씬 안정적이셨고 무엇보다 아도나이!!! 아 그렇게 잘부르실 줄이야!!!! 예전엔 그렇게 아도나이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영호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이야!!!!!! 오라버니와 경남님이 'Maker of me, ADONAI'를 번갈아 부르시는데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헌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아 이건 아니고;;;;)
셋째 날 공연 끝나고 씨엘님을 잠깐 뵀는데(씨엘님=정명훈님. 절대 까먹을 리가 없지ㅋㅋㅋ). 이런 식으로 경남님이 코러스 혹은 피처링을 멋들어지게 해버리시면 씨엘님이 오라버니의 무대에 오르시기는 좀.....음......아 뭔가 말을 잇기가 곤란하구나;; 여튼 씨엘님 정말 진짜 반가웠어요. 파마도 잘어울리시던데요. 씨엘님은 뵐 때마다 목소리도 표정도 밝아보이셔서 좋다 :)
3. 그와 달리 '기대했던 수확'이라 할 만한 건 역시 프엉의 단보우. 아 진짜 깜짝 놀랐네요. 너무 잘하시네요. 태어나서 '단보우'라는 악기를 본 것도 처음이고 '프엉'이라는 분을 본 것도 처음인데(죄송해요 무식해서. 엄청 유명한 분이시더라구요. 몰라뵈었던 것 반성합니다) 보통 오라버니 공연 볼 때는 오감의 90% 정도가 오라버니에게 집중되는데, 첫 날 공연 때는 진짜 프엉의 연주 보다가 넋 잠깐 나갔다.
단보우 소리를 두고 '힐링 음악' 따위로 불리는 음악들이나 뉴에이지 음악 같은 데에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은 소리-라는 말은 너무 뻔한 것 같고. '동양적이다'라느니 '오리엔탈의 느낌'이라느니(아 진짜 ㅍㄹㅅㅅ 보도자료좀 제발ㅠㅠㅠㅠㅠㅠ) 같은 말들로 표현하는 것도 너무 식상하다. 사실 난 오리엔탈리즘 자체도 싫어하고-_- 동양인들이 '동양적' '오리엔탈' 같은 말을 쓰는 걸 보면 식민주의를 이식받은 사람 같아 보여서 싫단 말이지.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우아함과 유연함. 버드나무처럼 살랑거리는 것 같은 느낌. 오라버니의 음악에서 그런 살랑거림을 느껴 본 건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특히나 직선처럼 툭툭 던져지는 느낌이었던 오라버니의 신곡들에 프엉의 단보우 연주가 부드러움을 살짝 덧입혀주는 것 같은 느낌이 참 신선했다.
4. 오라버니의 노래와 연주는 다소 즉흥적인 부분이 있다. 이승열씨는 절대로 CD와 똑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어제 했던 것처럼 오늘도 똑같이 부르는 분이 아니셔서^^^^ 그러다 보니 '계획에 맞춰 준비하는' 밴드 멤버들에겐 가끔 어려운 부분도 있겠구나 싶었다. 근데 이번에는 유독 네 분이 '한 팀' 같아 보였다. 그냥 그 무대에 같이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돈독한 관계' 같은 느낌이 났다. 그러고 보면 이제 먼데이블루 멤버들은 아무도 없고, 조정치(아!! 내가 진짜 좋아했었는데!!!! 지금도 물론 좋아하지만ㅋㅋ)-김정민-임거정-전영호 라인업의 2기 멤버들 역시 까마득하다. 오라버니의 밴드가 지금과 같은 라인업을 갖춰 가기 시작한 게 2008년 12월 공연부터니 이제 4년째 함께 하는 것.
오빠가 공식적으로 '이승열 밴드'라는 앨범을 내시거나 곡을 발표하신 적도 없고, 싱어송라이터인 이승열이 공연 때 '익숙한 얼굴'들과 무대에 서는 것이다보니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언제 저 멤버들이 헤어질지 몰라'라는 생각을 아주 가끔은 할 때가 있다. 경남님께는 그린치즈가 있고, 동훈군은 늑대들 활동도 하고, 상익군도...뭔가 어디서 하고 있지 않을까-_+ 그들에게 승열오라버니와 함께 하는 공연은 '메인'이 아닌 '서브'겠지, 라는 생각을, 솔직히, 나는, 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을 보면서, 그분들에게 이 공연이 메인이든 서브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해 왔고, 여러 무대를 함께 서 왔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져 왔고, 단순히 자리를 채우고 자기 소리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우러져' 왔으니, 그걸로 된 거지. 이 멤버들이 앞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더 좋은 공연들을 더 멋지게 만들어간다면 좋은 거고, 만약 오래 유지되진 못한다고 해도 이제까지 충분히 좋은 공연들을 만들어 왔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지. 그래서 오라버니에게 고마운 것처럼, 이승열밴드에게도 참 고맙다. 경남님, 동훈씨, 상익군, 모두 감사했어요. 경남님 빼고는 왠지 쑥스럽고 민망해서;; 공연 전후에 제대로 수고하셨다는 인사도 못 드리곤 하는데;;;; 그래도 참 고마워요. 제가 행복했고 즐거웠고 감동받았고 많이 웃었고 미친 여자처럼 울었던 수많은 이승열의 공연에 당신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 잊지 않고 있답니다.
막공 후 사인회 때 밴드 멤버들이 해주신 사인! 제가 감사합지요 :)
아이고야 밴드 얘기 쓰는 걸로 포스팅 하나를 다 채웠군-_- 어쩜 이렇게 많은 말이 생산될수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외 남은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또…쓸 수 있을까 과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쓰는 후기여서 그런가 진짜 길어지는구나 으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쓰는 나도 쓰다가 지칠 지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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