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20,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12 - 승열오라버니 출격!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Hall Of Fame'

2012. 10. 21. 14:07💙/언제나 내곁에

빗속에서 와인색 셔츠를 팔락이시며 뇌쇄적인 매력을 뽐내셨던 첫회와 클럽 미드나잇 선셋에서 '이것이 선셋이다'라는 듯 묵직한 음악을 선사하셨던 2010년 GMF에 이은 승열오라버니의 세 번째 GMF. 

올해는 Hall Of Fame(이하 HOF)의 저녁 타임을 맡으셨다. 
페스티벌에 오라버니가 나오시면 '100퍼센트 이승열 중심'으로 동선을 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의 이번 GMF 일정은 머쉬룸즈를 보고 HOF로 이동해 하와이-벨맨-소란을 본 후 승열오라버니를 보는 것이었다. 그 이후엔...사실 다 보고 싶었는데(에피톤프로젝트, 뜨감, 장얼, 오지은, 정차식...이른바 '메인 스테이지'는 전부다 너무 화려했던지라ㅠㅠ) 올림픽공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에 끝까지 보기는 애초부터 포기했었다. 그리고 사실 페스티벌에서 오라버니를 보고 나면 힘이 빠져서ㅋㅋㅋㅋㅋㅋㅋㅋ 뒷공연은 거의 제대로 못 보는 게 보통이고-_-

어제는 다행히도 계획을 완수했고! 오라버니 무대 분위기가 참 좋았으며!! 이상하게 오라버니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무대 위에서 청순하셨던 데다가!!! 세상에 처음 듣는 신곡도 하나 들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공연 중간중간 나오는 영상에서의 모습도 지나치게 아름다우셨어서!!!!! 오랜만에 보는 오라버니 무대를 행복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리허설 중,얼굴에서 광채가 +_+northern star를 위한 준비 중ㅋ

물론 페스티벌은 아무리 좋아도 어디까지나 단공이 아니며, 페스티벌의 여러 관객들은 이승열만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이승열도' 보러 온 사람들이기에, 한때는 페스티벌에서 오라버니 무대를 보고 난 후 개인적인 충족감과 '페스티벌이 아니라면 이승열의 무대를 보지 않을 사람들'에 대한 고려 사이에서 혼자서 약간의 고민을 하기도 했다. 페스티벌에서의 이승열은 단독공연에 오지 않는 사람들도 알만한 이승열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을 순 없었으니까. 

어제도 오라버니 무대가 끝나니까 '기다림! 기다림!'을 외치던 관객들이 있었다. 아마 '아니 왜 이승열은 자기 노래 안하고 남의 노래만 하나'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을 거다. 늘 그러니까ㅋㅋㅋㅋ 신곡을 매번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라버니 신곡이 다 커버인 줄 알기도 하니-_-

하지만 나는, 최소한 지금의 나는, 단독공연에서의 마지막 곡으로 기다림을 선택할지언정 페스티벌의 마지막 곡으로는 기다림을 선택하지 않는 이승열이 좋다. 그 모습이 이승열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들어야 하는 것이 이승열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페스티벌에서 오라버니가 기다림-씨크릿-비상-원더월드 같은 걸 와르르 부르고 내려가버린다면, 글쎄, 난 아마 승열오라버니를 더 좋아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공연 중 멘트.멘트 중 미소.청순열매드신 듯ㅎ

때로 음악은 오락이거나 배경으로 선택된다. 페스티벌이나 공연은 즐겨야 하는 곳이거나 놀아야 하는 곳이고,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란 흥을 돋우어 주는 무엇이다. 맞다. 그런 음악도 있고 그런 무대도 있고 그런 공연도 있다. 그러나 승열오라버니의 음악은 오락이나 배경이라기보다는, 음악 그 자체라고, 나는 생각한다. 뮤지션으로서 공들여 만든 하나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면 관객으로서 그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하면서 집중하고 몰입하고 공감하고 때로는 감동하는 것-이것이 이승열의 무대와 그 무대의 관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승열의 역할은 '누구나 아는 노래를 부르고 호응을 이끌어내고 관객을 웃겨 주고 춤추게 해 주고 들썩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거다.
 

어제 공연이 끝나고 문득 든 생각은, 페스티벌이든 단공이든 승열오라버니에게 중요한 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무대'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진심을 담은 연주와 노래가 익명의 대중에게 가 닿는 순간으로서 페스티벌이 의미를 가진다면, 굳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즐거워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모두에게 즐겁고 유쾌한 오락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 공연이라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오라버니의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운 그 순간, 전율하고 감동하며 오라버니의 음악을 온 피부로 받아들이고 '즐긴' 사람은 언제나 존재하니까.


하 쓰다보니 쓰잘데없이 길어졌네 또-_-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승열의 이승열스러운 무대'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친절하지 않고 많은 멘트를 하지 않고 마구 웃겨주지 않고 관객들을 춤추고 따라부르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사랑하고 보고싶고 고백한다고 속삭이는 대신 개와 소와 나이 오십과 사장님과 예수님과 northern star와 쓰레기와 오물을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경박하거나 우습지 않고 오히려 거룩하기까지 한 그 무대가 좋다. 가사를 틀릴지언정(!)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온 힘을 다해 토해내는, 신중하고 진지한 행동 하나하나에 숨을 죽이고 집중하게 하는 그 무대가 참으로 좋다. 그것이 이승열답다. 이승열스럽다. 따라서 오늘도 결론은 이승열 찬양...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