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28. 21:52ㆍ흐르는 강/이즈음에
모르는 사람이나 나와 지속적인 관계를 갖지 않을 사람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든, 어떤 사생활을 갖든-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면 뭐, 맘대로 하세요, 다. 어릴 적에는 좀 달랐던 것 같지만; 언제부턴가 내가 일반적인 의미의 '사람'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대신 나와 잠시라도 관계를 맺게 되는 특정인에 대해서라면 꽤 친절하다(고 자부한다!). 예를 들어서, 지하철역에서 내 버스카드를 충전해주는 분이라든지, 우체국에서 내 소포를 부쳐주는 분이라든지, 카페에서 내가 마실 커피를 주문받아주는 분들에게는 친절하게 말하고, 감사를 표시하고, 웃는 표정으로 대하는 등등. 그래서 가끔 불친절한 대접을 받으면 매우 공정하지 못한 대접을 받은 것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기분이 되게 나쁘진 않다. 어차피 자주 볼 사람이 아니니까.
어쨌든 나는 인간에 대해 기본적으로 되게 기대하거나 신뢰하지 않는다. 특별히 관심도 없고, 인간관계를 충실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남들처럼 꾸준한 노력을 하지도 않고, 남들보다는 나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고, 굉장히 자족적이고, 등등. 반복하지만, 그리고 강조하지만, 이건 특정한 개인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특정한 인간이 싫고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 태도를 취한다는 게 아니라, 내 기본적인 태도가 그 모양이라는 거다.
비록 이렇게 나의 인간관계 관리가 불친절하고 나태하기는 하나, 오래 만나고 싶고, 깊이있게 지내고 싶은 사람들이 아예 없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특별히 잘해준다거나 겉으로 내가 너에게 이러이러한 애정을 가졌다고 자주 표현하진 않지만(세심하고 배려깊고 살가운 성격이 되지 못했다;) 믿음을 가진다.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저사람이 진실되다(혹은 진실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나도 진실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은 절대 안돼! 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세상에는 악의 없는 거짓말도 존재하고, 선의에 의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거짓말 안하는 거 아니니까(특히 아버지에게는 거짓말을 애용하기도). 하지만 그 거짓말들이 반복되고 누적되어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된다면 곤란하다. 내 믿음, 생각만큼 굳고 튼튼하지 않다. 무엇으로도 무너뜨릴 수 없을만큼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 없다.
한번 흔들린 믿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바닥을 드러낸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어야 마땅한 믿음이 없어진다면, 그 관계는 끝이다. 정말 친하고 아꼈던 사람이든 말든, 그사람이 나에게 피해를 입혔든 말든, 꽤 오랜 시간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많은 추억을 공유했든 말든, 끝. 이. 다.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미련도 별로 없다.
내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잃은 사람들, 많다. 하지만 더이상 관계를 지속해나갈 수 없겠다는 판단 하에 그 사람을 잃기 자진했던 적은 딱 두 번이었다. 평생 딱 두번에서 그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 사는 일은, 마음먹은 대로,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입안이 참, 씁쓸하다. 많은 것을 버리더라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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