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07, 이즈음에.
2006. 2. 7. 20:04ㆍ흐르는 강/이즈음에
설 연휴가 지나고 나니 인제 방학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라앉아버린 와중, 올해 등록금이 작년보다 40만원이나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학기에의 기대나 학습에의 의욕은 커녕 '이 비싼 돈 내고 학교를 다닐만큼의 필요가 과연 나에게 진정 있는 것인가?'라는 회의감만 가득가득 밀려와 우유가 그립다는 보아도 한방울 먹고 토할 유통기한 세달 지난 서울우유 한사발 가득 들이마신 기분으로 맑은 하늘 아래 내 몸 내보이기 부끄러워 그림자만 밟으며 다녔던 지난 일주일 동안 이루어졌던, 이 또한 비싼 돈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나의 기분전환용 지름에 연루된 물품 목록을 정리해 보면서 '웬만하면 참자, 정말 죽을 것 같으면 지르자'고 되뇌이고 있다.
어쨌든, 지름물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회의날 편의점에서 찾아들고 갔다가 수차례 '그게 뭐야?' '그게 뭐야?'라는 질문의 대상이 되었던 2006 스카우팅 노트북.
완.벽.한.가이드!!!!
조오오오오금 두꺼워진 것 같다(지금 확인해보니 스물 대여섯페이지 두꺼워진 듯). 사진 하나도 없는 줄 알았는데 네 장이나(!!) 있다. 그 중 테드 윌리엄스 사진이 두 장이다. 너무하는 거 아닌가!!
이건 마크♡에 대해 쓰여있는 492쪽 하단ㅎ
팀별로 좌르륵 보는 걸 좋아했던 내 입장에선 선수 이름 순으로 바뀐 게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발행 후에 소속팀이 달라진 선수들이 종종 있어 본의 아니게 '구 정보'가 되어버렸던 스카우팅 리포트 입장에서는 이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하지만 내가 굳이 걔네 입장까지 생각해 줄 필요는 또 없는 것이기도 하지). 스탯 중심이라 재미는 덜하겠군 싶었는데 몇 줄 블라블라 적어놓은 게 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다. 예전처럼 좔좔 길었던 것보다는 지금이 덜 부담스럽기도 하고. 투/타 프로필과 랭킹이 없어진 건 조금 아쉽다. 나름 재미있었는데 홋홋. 나처럼 페이보릿들의 DL행이 잦은 팬들은 DL 날짜까지 쓰여있는 센스에 반가움을 느끼기도 할 듯.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overall player grade! 1에서 10까지 매겨져 있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훌륭한 선수라는 의미(...라고 써놓으니 참 뭐하군). '왜 얘는 이렇게 높아?' '왜 쟤는 저렇게 낮아?'라는 생각도 종종 들어 당최 무슨 공식에 의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래도 꽤 수긍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컵스에선 역시 리옵이 9.8로 최고점을 찍으셨다. 배리와 리치는 똑같이 8.7이었고, 해런이 8. 잠보는 9, 마크는 8이었다. 부디 마크, 내년 스카우팅 노트북엔 꼭 9점 후반대를 기록하시길. 흑흑.
2. 천운영 책을 직접 산 건 처음이다. 바늘은 빌려 읽었고, 명랑은 누가 선물로 주셨다. 이번에 산 책은 잘 가라, 서커스.
잘 가라, 서커스. | 책날개에 씌여진 작가의 말 중 일부. |
천운영 책을 읽고 있으면, 뭐랄까, 팔딱팔딱 살아서 힘차게 뛰는 언어의 맥이 느껴진다. 얇은 책장 속에서 벌겋고 뜨거운 말의 피가 절절 끓어 흐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바늘을 읽을 때도, 명랑을 읽을 때도, 단편들을 쭉 쉬지 않고 읽는 게 힘들었다. 꼭 중간에 잠시 쉬어야 했다.
솔직히 한 장도 아직 못 읽었다.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좀 정제된 마음으로 읽고 싶다는 바람도 있지만; 게다가 이 표지 그림이라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울컥해가지고는 책 꺼내놓고 표지만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책장에 다시 집어넣고 만단 말이다. 이래가지고 2월 안에 읽을 수 있을까나 몰라.
우선 예림기획에서 나오는 여성문학연구 7호. "현대문학에 나타난 제국주의와 여성수난"이라니 이어찌 끌리지 않으리요. 6호도 아직 다 못읽었는데 아휴. 그리고 95년 작가세계 25호 오정희 특집. 1호부터 50호까지의 작가세계 중 여성작가 특집이 딱 다섯 번 있는데, 그 중 하나다(박완서 2회, 박경리, 오정희, 신경숙). 인제 박경리 특집만 구하면 50호까지의 작가세계 중 여성작가 편은 다 구비하게 되는 건가. 쯧;
조경란 책 중 가장 좋아하는 불란서 안경원도 한 권 있길래 집어들었다. 크리스티아주머니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은 '아니, 이 책은 뭐야? 처음 듣는 제목이잖아?'하고 사왔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였다는ㅎㅎㅎ 한장이라도 넘겨봤더라면 알았을텐데. 아 신경질-ㅅ-; 근데 번역자가 이윤기더라. 깜짝 놀랐네. 그리고 호빵언니가 지난번에 얘기했던 한국 여성문학의 이해. 파는 데를 찾지 못해 슬퍼하고 있었는데 숨책에서 발견할 줄이야! 홋홋홋. 다 재미있을 것 같다. 2월에 열심히 읽어야지.
4. 토이카메라를 원츄했던 것은 오래되었지만, 필름값의 압박과 스캔의 어려움 때문에 항상 주저하기만 했었는데...얼마 전 네이버에서 놀다가 젤리와 쥬시로 찍은 몇 개의 사진들에 완전 필을 받아버린 것이 실수였다(흑흑). 그래서 며칠간 젤리와 쥬시 중 무엇이 더 나을까 고민고민했었다. 사진도 비슷하게 나오는 듯하고 가격도 같고 플래쉬가 없다는 점도 같아서 둘 중 더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질러야겠다 생각했던 것.
아 근데, 웬만한 매장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던 젤리카메라 플래쉬!!!!!!가 "ㅊㅅㅂㅋ 홍대점"에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젤리 플래쉬가 없어서 젤리와 쥬시 중 하나를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였는데!!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냥 질렀다. 으흑. 예전엔 '젤리를 산다면 반드시 은색!'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녹색과 보라색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말은 배부른 소리. 동생은 '녹색이 더 예쁠것 같은데?'라는 소리로 초를 쳤지만, 그런 말에 이내 마음 꼼짝이나 할쏘냐!
아무튼 기대된다. 저 플라스틱 렌즈가 보여주는 세상은 도수가 들어간 유리가 보여주는 세상과 어떻게 다를지. 더 뭉툭하고 투박하더라도 따뜻한 느낌이 묻어났으면.
5. 김연우 3집은 정말 살까말까 하다가 샀다. 가장 큰 이유는 모 인터넷서점의 추가 마일리지를 얻고 싶었는데 특별히 사고 싶은 책이 없기 때문이었고, 그다음 이유는 '김연우 3집 발매!'라는 글귀를 볼 때마다 루시드폴 콘서트 때 들은 김연우의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자꾸 귀에 울리는 듯해 '이거 왠지 안사면 안될것같아;' 싶었다는 것.
싸인시디 증정 이벤트 중이었는데,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당첨되어 싸인씨디로 받았다. 음하하하하! 씨디 자켓이 종이로 되어서 더 좋다. 하림 씨디는 비닐 포장이라 싸인이 자꾸 벗겨져 속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마음에 든다. 솔직히 김연우 보컬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김연우의 목소리는 예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류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드럽고, 우아하고, 담담하고, 애틋하고, 그리워지는 목소리가 다 가능한 사람이었구나. 놀랐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1번 트랙.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라는 가사가 너무 꽂힌다. 루시드폴이 콘서트 때 저 노래를 직접 불러줘서 그런지, 자꾸 루시드폴 버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몇 줄의 가사들이 참...사람 한숨나게 한다. 자꾸 떠올리게 하고, 아련하게 하고. 이런 기분 드는 거 별로 좋지 않은데. 으으음.
이 외에도 공MD 20개들이 세트를 지른 덕분에 최근 며칠동안 내내 MD 굽느라 폐인이었다는-ㅅ-; 에고고. 다 써놓고 나니 별로 많지도 않은데 많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쭉 세워놓으면 절대 적은 양이 아님은 물론. 2월은 딴 달보다 짧아서 그런지 '엥, 언제 돈이?' 싶게 뻥뻥 구멍뚫리는 때인데, '웬만하면 참자, 정말 죽을 것 같으면 지르자' 정신을 되새기며 남은 달을 살리라 주먹 불끈 쥐어야겠다. 흑흑.
'흐르는 강 > 이즈음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0613, 이즈음에. (0) | 2006.06.13 |
---|---|
060601, 이즈음에. (0) | 2006.06.01 |
060418, 이즈음에. (0) | 2006.04.18 |
060405, 이즈음에. (0) | 2006.04.05 |
051223, 이즈음에. (0) | 2005.12.23 |
051120, 이즈음에. (0) | 2005.11.20 |
051028, 이즈음에. (0) | 2005.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