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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읽는 문학

161015 승열과 케일린의 영미문학관 1주년 기념 공개방송 @공중캠프


승열과 케일린의 영미문학관 1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공개방송. 물론 방송 자체는 오래됐지만 EBS를 떠난 지는 이제 1년 남짓 된 거니까! 그동안 뮤진트리출판사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셨었는데,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공개방송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겠고. 하여 최세희작가님께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신 듯했고 포트럭 형태의 공개방송 및 청취자와 함께하는 뒷풀이를 계획하셨던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와 이거 너무 힘드실텐데 싶었었다. 오라버니의 인기(+_+)란 보통 인기(+_+_+_+)가 아닌지라 신청자가 꽤 될 것이며 심지어 그들은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아닐텐데(이건 내 얘기다…저 오라버니 팬들 잘 몰라요ㅠㅠ) 음식을 나누고 함께 뒷풀이를 하기는 좀…으으음. 그래서 작가님의 선의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걱정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청자가 많아서 공개방송 포맷이 바뀌었다. 장소는 홍대와 신촌 사이 공중캠프. 결론적으로는 잘 된 것이라 생각한다!


영미문학관 블로그(http://podenglit2015.blogspot.kr)에 올려주신 공개방송 공지글.


공중캠프는 관심만 있고 가보진 못했던 곳. 여기서 11월 권나무 공연이 있다는 공지를 보고 갈까말까 하고 있던 터라 이번에 가보고 좋으면 가야지 생각하면서 토요일 오후에 신촌 가는 버스를 탔다. 생각보다 길이 막혔고 날도 더웠다. 대학원생 시절 아르바이트하던 사무실이 있는 동네라 잘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번 지나쳤고 길을 다시 돌아가서야 찾았다. 어려운 동네도 아닌데 내참ㅋㅋㅋㅋ 공중캠프 가는 길은 대충 이렇다.


'행복미래교육원'을 찾았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한다…


도착했더니 사장님(이시겠지?)과 작가님이 함께 의자를 세팅하고 계셨고 AD님은 입구를 정리하고 계셨다. 나름 오랜만에 뵙는거라 인사 좀 드리고 보니 오라버니가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고 계시네. 으엉 오늘 노래하시나…그냥 책만 읽어주시는 줄 알았는데…하고 그냥 앉아서 기다리기엔 너무 좀 일러서 이를 어쩌나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은 안왔네 하고 생각했었는데도 도어 오픈 20분 전에 도착해버린 거라;; 근데 오라버니가 리허설도 못했다며 쫓아내셔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생각 없이 빈손으로 나와버렸다. 아니 아무리 쫓아내셨어도 뭘 좀 들고 나왔어야지 빈손으로 나오면 어떡하니 나새끼야…라고 지금은 한탄하지만 이래봬도 내가 오라버니 말씀은 잘듣기 때문에 그때는 알겠어요 1초라도 빨리 나가드릴게요 하는 심정이었음.


이렇게 기타를 튕기고 계셨다.


나와서 동네 주민처럼 경의선 숲길 좀 걷고 사람들 구경 좀 하다가 와 이거 너무 동네 마실 나온 것 같다 싶어 책이라도 가지러 가려고 다시 공중캠프로 갔다. 책 꺼내 지하 계단에 서서 읽고 있는데 오라버니 나가시기에 어디가시나 했더니 물 사러 갔다오심. 그때 사오신 백두산백산수 2병은 방송 중에 케일린님과 함께 드셨다. 그리고 다시 입장해 자리를 잡고 방송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계속 책 읽었다. 좀 어두웠지만 뭐.


네시가 좀 넘어서 올라오신 오라버니는 Robert Zimmerman씨가 노벨문학상 받았다는 얘기를 하시더니 노래 제목도 알려주지 않고는 Make you feel my love를 불러주셨다. 부르시기 전에 너무 떨린다며 반주만 하고 내려갈 것 같다고 하셨으나 막상 노래 시작하니까 어휴 이건 뭐…하 역시 이승열ㅠㅠㅠㅠ 진짜 너무 좋아서 지금 여기서 확 죽어도 좋겠다 싶었음(오라버니 공연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속에서 색색깔의 하트 모양이 마구마구 피어나서 아까 걷고 온 경의선 숲길을 가득 메워버린 듯한 환상이 막 보이고 그랬다. 아무래도 내정신은 제정신이 아니야…


그리고 잠시 후 케일린님까지 올라오시고, 팟캐스트로 돌아온 승열과 케일린의 영미문학관 공개방송 시작! 사진 좀 많이 찍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오라버니가 너무 가까이 계시기도 하고 글 읽을 때 찍으면 분명히 엄청 싫어하실거고-_- 해서 본격적인 낭독 전에만 몇 장 찍고 낭독 시작한 후에는 매우 경청하였다. 자라섬에서 안경을 잃어버리셨다는 오라버니가 원고 읽기를 살짝 힘들어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방송은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중캠프에서 트위터에 올려주신 공개방송 사진. 나 너무 잘보임ㅋㅋㅋㅋㅋㅋㅋ 요즘 공연 갈 때마다 왜이렇게 찍히지;

빨간 책상을 앞에 두고 케일린님과 오라버니가 나란히 앉으셨다 :)

스크린에 작가님이 스크립트를 띄워 주시고 :)



공개방송이라 호흡이 긴 작품을 하기 힘드실 것 같아 최세희작가님이 시를 준비하셨다고. 예전에는 영화 속 시 작품을 해주셨었는데, 이날은 FUNNY POETS(아닌가 POETRY가 맞나 POEM이 맞나…모르겠다ㅠ)를 주제로 방송을 준비해주셨다. Ogden Nash의 A Word to Husbands를 시작으로 Shel Silverstein의 A Boy Named Sue, 예전에 한번 읽어주셨던 Charles Bukowsk의 Looking At The Cat's Balls, 그리고 중세 때의 시 하나 더 있었는데 제목이 기억 안나네. 남자가 여자에게 같이 자자고 구걸하는 시(라고 쓰니 좀 그렇지만 진짜 그런 시였음-_-;;;;;)였는데. 아무래도 그게 제일 맘에 덜 들었던 듯ㅋ


이거 좀 너무 붉게 나오긴 했는데…뭐 어쩔 수 없다. 공중캠프 무대 위의 케일린님과 오라버니♥



시 한 편 한 편 읽고 나서 오라버니와 케일린님이 깨알같은 멘트들을 하셔서 많이 웃었다. 오라버니는 남이 써준 멘트와 자기 생각대로 하는 말씀이 잘 구별되시는 분이시(라고 나는 생각함)어서 더 재미있었다. A Word to Husbands를 하실 때 자기는 원래 말이 없으시다며 술마시거나 하면 말을 좀 한다고 하셨더니 케일린님이 그럼 매일 말 많이 하시겠다고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라버니 당황하시면서 매일은 아니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격일로 말이 많아지시겠구나 하고 예상해봅니다. 오라버니가 본인을 '현재의 남편'이라고 하신 것도 되게 신선했다. 그런 말씀 하시는 거 처음이었어요. 


A Boy Named Sue 읽으시고는 케일린님이 '이승열을 이승순이라고 이름 붙인 거랑 마찬가지다'라고 예를 들어주셨는데 왠지 오라버니께는 이승순이라는 이름도 잘어울리시는듯…역시 안어울리시는 게 없음. Sue라는 이름을 붙여줘서 네가 이렇게 강하게 클 수 있었다고 아버지가 말하는 부분에 대해 오라버니가 웃긴다고 했는데 이하동문입니다. 시 읽어주시고 자니 캐시 노래 들려주셨는데 노래 되게 인상적이었다. 이상하게 그들의블루스 생각도 나고. 중세 시 읽으시고 하셨던 말씀들도 인상깊었지만 워딩 그대로가 떠오르지 않아 쓰기가 애매하네. 대충 젊었을 때 많이 해라 뭐 이런 말씀이셨는데 어이쿠. 


무엇보다 이날 오라버니가 자꾸 생년월일 얘기를 하셔서 너무 웃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이러세요 오라버니 생일 누가 안챙겨준것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972년 나오니까 태어나고 2년 후라고 하시질 않나 1969년 나오니까 태어나기 1년 전이라고 하시질 않나 그래서 케일린님이 생일 물어보시니까 2월 15일이라며 발렌타인데이 하루 뒤라고 하셔서 케일린님이 결혼기념일도 말씀하시겠냐고까지 하심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더니 본인의 생일은 public information이라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그걸 누가 모르냔 말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케일린님 결혼하신다는 얘기도 밝혀버리시고 해서 케일린님 살짝 당황하신 듯했다. 그래도 케일린님 결혼 축하드려요+_+ 케일린님 안그래도 우아하신데 웨딩드레스 입으시면 정말 아름다우실듯///// 고양시민 되시는거 환영합니다//


그 결과 케일린님과 작가님에 의해 자라섬에서 안경 잃어버리신 이야기를 관객들이 다 알게 되었다. MT 식으로 자라섬 놀러가셨던 듯한데 오라버니가 고기'만' 엄청 많이 사오셨고 다 구워주셨다고!! 오오오 오라버니가 고기 굽는 모습이라니 상상이 안된다;;; 여튼간 1인당 한 근씩 드시고(ㄷㄷㄷㄷㄷㄷ) 오라버니는 술도 좀 드시고 다른 사람들 다 공연 보러 가는데 차에서 주무셨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라버니는 뭐 어떠냐고 그러셨지만 뭐 어떻지 않으신 느낌이셨음. 그러다가 안경 잃어버리셨는데 공개방송 끝나고 찾을 예정이라고 하셨다. 대충 어디 두셨는지 짐작됩니다.


케일린님을 보시면서 멘트하시는 승열오라버니.

저 뒷쪽 '공개방송음악' 폴더에는 '싸이코'라는 노래가 들어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명 때문에 사진이 다 붉게 나왔…뭐 어쩔 수 있나.

아 오빠가 북한에서는 전구를 '불알'이라고 한다는 정보도 주셨……아니 별걸 다 아세요 오라버니.



네 편의 시를 읽어주신 후 Q&A 시간이 이어졌다. 나 질문 엄청 길게 썼는데 케일린님이 다읽어주셨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오라버니는 늘 첫방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고(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케일린님은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다시 들어도 너무 웃기신다고 하셔서 오라버니가 로빈슨 크루소도 얘기하심. 나는 80일간의 세계일주에 한표. 그 방송 진짜 너무 재미있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오라버니 최고의 캐릭터는 블루베리 잼을 만드는 계절의 할머니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할머니 연기는 이승열bbbbb 좀 해달라는 요청에 "아이 씨!" 이런 거 하시고 그러시깁니까 오라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리한 부탁 죄송합니다.


이게 왜 걸작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가들의 미래를 생각해본다는 말씀을 하셔서 케일린님이 멋지다고 하셨다. 그랬더니 오라버니가 "내가 죽으면 누가 내 노래를 듣나 생각한다ㅋㅋㅋㅋ"는 말씀을 하셔서 잠깐 혼자 숙연해질뻔. 하지만 금세 바람돌이는 도대체 왜 걸작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셔서 작가님이 걸작 맞다고 하심.


앞의 맥주는 중간에 선물받으신 것ㅋㅋ 케일린님은 술 잘 안하시는 것 같았다.


작가님과의 대결구도(!!)에 대한 질문이 백미였는데. 오라버니는 예전에 EBS에서 방송할 때 케일린님 원고에는 오타가 없는데 자기 원고에는 오타가 있어서 몇 번 읽은 적이 있다며 왜 내 원고에만 오타가 있냐고 삐진 적이 있다고 하셨다 앜ㅋㅋㅋㅋㅋ 진짜 우리오라버니 방송 초반만 해도 자신은 속이 좁지 않다고 하셨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은 오라버니와 동갑이시라며 아직 EBS 때의 틀을 못 벗은 것 같은데 오라버니가 그런 데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시는 걸 좋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나역시 동감. 특정한 문학 작품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어떤 작품에서 발견하는 의미도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라 나는 오라버니와 작가님의 해석이 때때로 부딪치는 게 꽤 흥미롭다. 오라버니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EBS에서 방송할 때는 '공중파 방송'에서 나오기 적절한 내용으로 의미를 정리하곤 했었는데 팟캐스트로서는 오라버니가 하고 싶으신 말씀을 더 하실 수 있게 된 것 같아 좋다.


그리고 방송을 마무리하기 직전, 공중캠프에서 세상에 1주년이라고 케이크를 준비해주셨다. 세상에나 공중캠프 너무감사합니다ㅠㅠㅠㅠ




영상을 FULL로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경황이 없어서 중간부터 겨우 찍었다. 너무 짧긴 하지만 이게 어디냐 싶음. 되게 뭉클했다. 아 여기 좋은 곳이구나…하며 감동받음. 오라버니는 여기서 여름에 공포특집으로 공개방송해야되겠다곸ㅋㅋㅋㅋㅋㅋ 오라버니는 뱀파이어보다 잘생긴 좀비(공유같은)나 늑대인간(샬레인 해리스 소설에 나오는)이 더 잘어울리실 것 같지만 어쨌든 분장은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ㅂ;


오라버니 흔들렸지만 그냥 저 순간이 좋아서 남겨놓는 사진.



케일린님과 오라버니, AD님과 작가님, 그리고 이날은 안계셨지만 재경PD님까지…EBS에서 문 닫은 후에도 이 방송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분들의 애정과 헌신으로 1년 이상 방송이 계속되고 있어 정말 감사하다. 가장 수고 많으신 분은 역시 최세희작가님이시고ㅠㅠ 늘 감사하고 이날도 역시나 감사했습니다. 프로방송인이신 케일린님이 이렇게 무급헌신해주시는 일도 정말 안 벌어지는 일일텐데 정말 감사하고ㅠㅠ 특히 케일린님 오라버니의 기승전결 없는 말들(오라버니 말은 보통 전결이 없다. 그렇다고 기결도 아니고 결기일때가 많음. 결기결기기결기결결기 뭐 이런 느낌?? 물론 그래서 좋은 거임♥)을 늘 유려하게 잘 받아주셔서 진심으로 훌륭하시다고 생각함. AD님 늘 궂은 일 해주시면서 방송 잘 챙겨주셔서 역시 함께 매우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계속 이 방송을 해주셔서, 이렇게 좋은 기억을 현재진행형으로 남겨주시는 이승열텔러님께 감사를. 나는 진짜 오라버니가 이렇게 팟캐스트 해주실 줄 정말 몰랐다ㅠㅠㅠㅠ 영미문학관 참 좋아했고 그 방송 하시면서 오라버니가 V 앨범이나 SYX 앨범을 만드시는 데 좋은 영향을 받아 참 기뻤지만 이렇게 '돈 되는 방송'도 아닌 걸 시작해주시고 계속해주실 줄 진짜 몰랐다. 한 달에 한 번씩 음악 아닌 낭독으로 선물 주시는 오라버니, 최고로 감사합니다. 이 감사를 표현할 수 있게 정기후원 좀 받아주시면 더 좋겠음. 진짜진짜진심이니 제발 고려해주십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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