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식약처에 불량식품(식품 내 이물질) 신고해 봄.

2020. 3. 15. 22:06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조카가 즐겨먹는 유아 및 아동용 주스가 있다. 이름만 보면 어른이 먹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 겉포장을 보면 그냥 애기용. 조카는 옥수수 즉 액상과당의 노예라-_- 아가 때부터 주스를 엄청 좋아했는데 이 주스를 되게 자주 먹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스에서 곰팡이가 나왔다!!!!! 동생은 매우 분노하여 구입한 사이트(11번가)의 구매후기란에 해당 내용을 게시했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도 주스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후기를 올렸다. 그런데 그 다음날 그 회사에서 네이버에 명예훼손으로 글을 신고함ㅋㅋㅋㅋㅋ 그래서 글이 게시중단되었다. 11번가에서도 구매후기를 찾을 수 없게 되었음. 뻔뻔한 업체 같으니…

 

명예훼손이라니ㅋㅋㅋㅋㅋ 내어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약 두 시간 전 조카가 새로 개봉한 주스에서 또 곰팡이가 나왔고!!!!!!!!!! 업체의 후안무치한 대처에 화가 나 있던 동생과 동생의 이야기를 전해듣고 '아니 이러시면 안되지 거참'하고 어이없어하고 있던 나는 이것을 식약처에 신고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나이 먹도록 한번도 식약청에 불량식품 신고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해봄ㄷㄷㄷㄷㄷ

 

신고를 하려고 검색하면서 제일 먼저 알게 된 것은 식약청이 아니라 식약처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깜놀). 예전 이름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는데 2013년인가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세상에…지금이 2020년인데 전혀 몰랐어…그래서 정확한 이름은 '식약청'이 아니라 '식약처'라는 것. 어쨌거나 지금 식약처 사이트에 들어가면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관련 페이지가 먼저 뜨고 링크를 찾아 식약처 사이트로 들어가면 민원을 넣을 수 있는 링크를 찾을 수가 없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식약처 사이트로 들어갔을 때의 상황. 저걸 보며 나도 마스크 사러 가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수고하시는 공무원분들 파이팅ㅠㅠ

따라서 불량식품 그러니까 정확히 식품 내 이물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여기가 아닌 민원사이트로 접속해야 함. 민원사이트의 이름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통합민원상담서비스"이고 링크는 "여기".

 

이 사이트로 들어와야 맞는 것임.

우리는 민원을 넣을 것이므로 다른 것 신경쓰지 않고 바로 저 중간의 '부정불량식품신고'를 클릭했다. 두 번째에 보이는 '소비자신고'로 들어가면 됨. 세 번째에 있는 '식품업체이물보고'는 기업에서 작성하는 메뉴인 것 같았다. 나머지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신고하는 페이지가 뜨는데(아래와 같다)

 

중요한 것은

1) 제조원, 판매원, 제품구입(판매)장소 중 1곳 이상은 반드시 기재해야 함. (제조원과 판매원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데 둘 다 쓰는 게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했다.)

2) 식품만 신고할 수 있으므로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마약류(읭??????)는 신고할 수 없음.

3) 이물 발견 시에는 포장지를 포함한 해당 제품과 이물까지 보관하고 있어야 함.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곰팡이를 버리지 않았다. 빡쳐서 버렸으면 증거고 뭐고 없을 뻔. 그러니까 아마 평소 내 성격 같았으면 신고할 수가 없었을 거다. 식약처의 ㅅ을 떠올리기도 전에 이미 다 싱크대 개수대로 흘려보내버렸을 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통기한이 11개월 남았으면 뭐하나요 이렇게 곰팡이 둥둥 떠다니는데…조카 먹었으면 어쩔뻔…나름 모자이크 한다고 한 건데 이것도 찾아내서 게시금지 먹일 듯ㅋㅋㅋㅋㅋ 소비자한테 그르지 마세욬ㅋㅋㅋㅋ

먼저 신고자 정보를 쓴다. 회원가입하라고 하거나 휴대폰 인증 아니면 아이핀 인증(진짜 너무너무너무 싫음) 같은 거 시키는거 아닌가 했는데 그런 거 하나도 없어서 의외였고 좋았음. 아이핀 진짜 세상 가장 쓸모없는 것 중 하나.

 

'동의합니다'까지 체크한 후 제품 및 업체 정보를 쓰는데 제품명을 쓸 때는 저 '품목(제품)검색'을 클릭해야 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은 창이 뜨는데 여기에 제품명과 업체명을 넣고 검색해야 함. 우리가 신고한 식품은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달라서 한번에 검색이 안 됐다. 판매자(브랜드명)와 판매상호명(주식회사 에***라고 함)을 넣어도 안 됐고 결국 제조업소명으로 검색하니 제품이 나옴. 제품명과 제조업체명과 업체소재지의 전부를 다 까지는 않겠닼ㅋㅋㅋㅋ

 

액상차=주스인가? 라는 깨달음을 얻음ㅋ

인제 진짜로 본격적인 신고내용을 적는데, 제품은 식품/ 건강기능식품/ 축산물/ 주류/ 수입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신고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제품변질/ 이물발견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신고할 때라면 접객업(일반음식점 등)에서 이물발견/ 위생관리/ 잔반재사용 같은 걸 보통 하게 되겠지 으음. 어쨌든간 나는 이물발견을 선택하였는데 그렇다면 이물의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이물의 종류는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 기타로 되어 있다. 곰팡이니까 당연히 식물성이겠지…

 

맞구나 식물성!!!!!

광물성이라니 뭐 못이라도 들어있다는 건가 하고 클릭해봤더니 은박지/ 돌/ 모래/ 쇳조각, 쇳가루, 철사 등 금속류/ 유리조각/ 나사, 볼트, 너트 등의 금속류가 쫙 나왔다. 어휴 이거 좀 싫다 하는 마음으로 동물성을 클릭해봤다가 광물성이 백배 낫다는 것을 알게 됨…

 

첫줄부터 개구리가 나오더니(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곤충류 설명도 너무 자세하게 성충, 유충, 번데기, 알, 탈피각 또는 그 파편 등 포함ㄷㄷㄷㄷㄷ 그 아래의 어류 가시 또는 껍질/ 동물 뼛조각, 이빨은 차라리 양반인 편이다. 나머지는 으으윽…저런 게 식품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면 진짜 너무 소름끼침…진짜 트라우마 생길 것 같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동물성 이물을 보고 난 후라 그런지 기타 이물 정도는 두렵지도 않았다. 담배꽁초/ 실, 끈류/ 탄화물/ 벨트조각/ 플라스틱/ 고무류/ 비닐포장지/ 합성섬유가 백번 낫지 저 동물성은 정말…으아아아아아아아아 상상만 해도 끔찍함ㅠㅠㅠㅠㅠ

 

저 동물성 때문에 충격받은 마음을 가라앉히고(상상 그만) 제품구입일과 제품개봉일, 이물발견일을 각각 기록한 후 내용을 자세히 작성. 이 때도 포장지를 포함한 제품과 이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다시 뜬다. 곰팡이 절레절레.

 

첨부파일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올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우리는 사진을 올렸는데 다음에는 동영상을 올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영상이 50MB까지만 가능하다고 하니 너무 길게 찍으면 안 될듯. 어쨌든간 파일첨부까지 완료하고! 자동저장방지 문구까지 잘 넣고 나면!!

 

정상적으로 접수됐다는 문구가 쨔라자란 나온다!!!!!

매일 몇 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것일까 ㄷㄷㄷㄷㄷ

다음에 또 이런 신고를 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식약처 직원분들 빠른 처리 부탁드립니다. 제조업체는 어린애들 먹는 거 조심해서 만들어주시고 판매업체는 '명예훼손 명목의 게시글 금지' 같은 거 대신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하시길 바람. 뭐하는 겁니까 이게=_= 이 업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보이콧할지(오랜만에 트위터라도 해야 하는가) 안그래도 될지는 당분간 좀 기다려보는 것으로. 그래도 어쨌든 조카가 그 곰팡이를 먹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만 이런 걸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것 너무 짜증나는 일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간 기다려보겠습니다 자*** 그리고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