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8. 23:56ㆍ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2019년의 리스트 (1)을 쓴지 열흘 가까이가 지났는데 아직도 태블릿을 사지 못했다…1월 가기 전에는 사고 싶은데 과연 살 수 있을까. 내가 태블릿을 살까말까 한 게 벌써 수년 전 시작된 갈등을 생각하면 이러다 끝날지도 모름ㅋㅋㅋㅋㅋ 어쨌든간 지난번에 쓰다 만 리스트를 이어 쓰고 2019년 정리를 마무리하는 걸로.
1부터 5까지를 다시 나열해보면
1. 이승열
2. 왓쳐 fea. 한석규아저씨
3. 고독한미식가 & 고로상
4. 여전히 소설 :)
5. 생각의여름 이었었고, 그새 나는 생각의여름 올해 첫 공연을 예매해서 2020년 첫 공연이자 2020년대 첫 공연은 생각의여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6은 아뮤하가 되겠지.
6. 위에서 썼던 대로 아뮤하=아톰뮤직하트. 줄리아드림의 기타리스트 박준형님께서 작년에 새로 시작하셨던 바로 그 밴드. 작년까지는 보컬 및 기타 훈조, 기타 박준형, 드럼 신사론, 베이스 최예찬, 기타 홍인성의 구성이었는데 12월 CJ AZIT 공연을 마지막으로 사론님이 팀을 떠나셔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현재는 4인 체제일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또 오시겠지 그러리라 믿습니다… (이랬는데 막 염드럼님 오시면 엄청 행복해지겠군ㅋㅋㅋㅋㅋ)
EP를 두 번 만드셨는데 한번은 LP 한번은 카세트테이프로 만드셔서 나는 둘다 굿즈 개념으로 가지고 있고^^^^ 다음에는 그냥 CD를 찍어주셨으면 좋겠다ㅠㅠ 메일로 보내주신 음원 파일로 듣고 있긴 하지만. 물론 유튜브도 쌩쌩 잘 돌아가는 중이고 현재는 네이버 뮤지션리그에도 "아뮤하 페이지"가 있다. 쓰는 김에 두 번째 EP 수록곡 링크 좀 걸어보자면
아뮤하-HALF WAR
아뮤하 공연은 세 번 봤다. 첫 EP 발매 때 엪엪에서 보고, 9월에 공감 보고, 12월에 CJ 아지트에서 보고. 공연은 다 좋았는데 보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어서ㅋㅋㅋㅋㅋ 기분이 좀 묘하다. 이런저런 소회는 공연 때 찍었던 사진 정리를 하면서(제발 좀 하자 나새끼-_-) 더 자세히 쓰겠지만 준형님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도 크고 줄드를 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커서 공연 볼 때는 괜찮은데 끝나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요즘엔 일본 팬분들도 많이 오셔서 준형님 보는 기분이 뭐랄까 되게 남 보는 기분이랄까…아 글자로 써놓고 나니까 웃기네 원래 남 맞는데 뭔소리 하는 거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 10대 이후 엠넷의 노예로 살아왔던 나는 내가 전혀 안 볼 것 같은 프로그램도 엠넷에서 한다면 자주 정신을 놓고 보는 편이라(물론 보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고등랩퍼나 쇼미더머니나 프듀나 TMI 뉴스 같은 것들도 종종 멍때리며 보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듀는 영 재미가 없어서 초반에 관뒀고 쇼미더머니는 윤훼이와 브린 보는 재미로 보다가 둘다 떨어진 다음부터 집어치웠고 고등랩퍼는 이영지!!!! 덕분에!!!! 그래도 좀 봤다. 그리하여 작년에 엠넷의노예가 되어 봤던 방송은 나자신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하 막상 저렇게 써놓고 나니 엄청 현실자각되고 수치심도 들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으니까 창피한 마음을 참고 그냥 쓰자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에 내가 좀 이상하긴 이상했던 것 같다. 내가 '도대체 저런건 왜 보는거지?'라고 생각했던 프로가 첫번째 먹방, 두번째 이성애 기반의 연애방송이었는데 작년에 이 두 개를 다 봤어ㅠㅠㅠㅠ 게다가 나는 춤 관련 방송에도 흥미가 진짜 없어서 처음 썸바디 시즌1 시작때는 아 노잼 노기대 하는 마음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휴가때 tv를 틀면 시즌1 재방송이 엄청 자주 나오기에(비겁한 변명) 어찌저찌 보기 시작하다 보니까 이의진을 좋아하는 이수정이 너무 귀여워가지고 아오ㅠㅠ 그때부터 말림^^^^ 시즌1이 좋았던 건 수정 주리 재원 연수가 모두 자신의 뜻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그려졌다는 점이었다. 자신들의 감정과 애정에 솔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그 뜻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모습들이 좋아보였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처럼 보였다는 거.
시즌2는…음 뭐 이제 끝났으니까 그냥 막 쓰자면(-_-) 준혁-혜수 스포가 너무 일찍 떠서 처음부터 아 저 둘이 커플이랬지 하는 기분으로 보긴 했지만 그래도 초반에는 혜수-재엽의 감정선을 따라갔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소리-재엽에 집중해서 볼 수밖에 없었고(비겁한 변명22) 마지막회까지 당연히 소재라고 생각했다. 여성출연자들은 시즌1 시즌2 다 괜찮았는데 남자출연자들은 솔직히 시즌1에 비해 시즌2가 너무 좀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3을 볼지 안볼지 모르겠지만 좀 균형이 맞았으면 좋겠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1 시즌2 모두 악마같은 편집에 잔인한 구성이었어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특정한 출연자에게 굉장히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고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는 시즌1 마지막회보다 시즌2 마지막회가 그나마 아주 조금은 낫지 않았나 싶다. 뭐 엄청나쁜놈과 아주나쁜놈 가지고 누가 더 나쁜놈이냐 하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무엇보다 옥상천벌댄스가 너무 웃겼닼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악마같은 엠넷같으니…지금도 그거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날 것 같음 너무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썸바디를 보는 내내 멍하니 재밌게 보는 나와 '남자 여자 같은 공간에 몰아넣고 서로 경쟁하면서 연애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자체의 감수성 없음에 대해 엄청 짜증이 나 있는 나 사이에서의 갈등과 긴장 때문에 스트레스가 계속 쌓였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봤던 이유는 결국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면 뒷얘기가 궁금해지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거지 뭐.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2019년의 내가 힘들었다는 거(비겁한 변명333)……………그렇지 않고서야 평생 안하던 짓을 작년에 와르르 몰아 했던 것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ㅠㅠ
8. 작년에는 좋아하는 식당도 하나 갖게 됐다. 이런 것도 태어나서 처음…도대체 2019년의 나 무슨일이지……어디냐면 바로 미분당 일산점.
직장 선배님이 추천해주셔서 알게 됐는데 이렇게까지 혼밥하기 좋은 것은 처음이어서!!!! 너무 편안한 마음으로 갔고 갈 때마다 늘 매우 만족한다. 1월에도 한번 가고 싶은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처음 가보고는 100프로 프랜차이즈 아닌 가겐줄 알았는데 나중에 프랜차이즈인 거 알고 많이 놀람. 오래오래 문 안 닫고 영업해주셨으면 좋겠다. 작년 12월에 쌀국수 먹은 사진 몇 장 올려보자면,
9. 작년에 가장 행복했던 날 중 하루는 여의도에 출장갔던 5월 9일이다. 중간에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여의도와 한강 이곳저곳을 혼자 걷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음악을 들었다. 진짜 너무 좋았다ㅠㅠㅠㅠ 지금 직장으로 옮긴 이후 가장 좋은 날이었다. 그 시간에 내가 혼자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고 혼자서 여의도를 걷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만족스러웠다. 미친듯이 달린 3, 4월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2년 2개월 간 개고생했다고 선물받는 것 같기도 했곸ㅋㅋㅋ 지금 그날을 생각하면 벅찬 기분도 든다.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이런 날이 또 올까 싶었던 날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날이 앞으로 또 올까, 하고.
10. 작년에 힘들었던 일…이라면 뭐 엄청 많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생각해보면 그정도의 힘든 일은 이제까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내가 유독 나 자신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느꼈던 건 정서적으로 지치는 때가 괜찮아질만 하면 생기고, 또 괜찮아질만하면 생기고 하는 식으로 계속 이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감정의 낭비를 싫어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20대 내내 어떤 감정에 빠지는 걸 엄청 경계해왔었다. 오랫동안 얇고 가벼운 인간관계를 지향하며 살았던 주요한 이유도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깊이 공감하고 싶지도 않았고 깊은 애정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그로 인해 긴장하거나 갈등하고 싶지 않았다. 다 피곤하고 귀찮고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직업에 익숙해지는 데 나름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한다). 이 직업을 갖게 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이 직업을 갖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들은 매우 비슷하다. 이런 것들을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하게 됐다.
나는 매우 비관적이고 편협한 사람이다. 이해의 폭이 넓지도 못하고, 깊이도 없다. 아는 것도 없다. 그런데 직장에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희망적이고(또는 긍정적이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타인에게 잘 공감하고 타인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결국 나에게는 다 고민이 된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 이외의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고, 내가 겪지 못한 감정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초월해서는 어떤 이해도 공감도 하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최근 몇년 간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년에는 유독 그런 상황을 많이 접했다. '나라면 당연히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그 만남 속에서 다양한 외부적 상황/조건과의 충돌이 이어졌다.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감정들을 소화해야 했고, 하나의 감정이 충분히 소화되기 전에 그보다 더 많은 감정이 쏟아들어져 왔다. 그 감정을 일으키는 요인/상황/사람들 중에서는 나에게도 너무 폭력적인 요인/상황/사람들이 많아서, 나의 공감과 이해를 바라는 사람들을 그 요인/상황/사람들 앞에 세울 수가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른이고, 이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인데 대한 책임이 나에게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폭력적인 요인/상황/사람들의 존재에도 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책임을 다하려 애를 쓰는 과정에서 많이 너덜너덜해졌고, 번아웃됐었다.
올해도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3월이 되면 수많은 감정들이 쏟아들어져 올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또다시 혼란해지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작년처럼 내가 너덜너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잘 버텼으면 좋겠다. 작년보다 더 글을 가볍게 많이 쓰고 싶은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다. 정리되지 않는 경험과 기억들을 언어화하다보면 언어화하기 전보다는 좀 나아지니까. 모르던 걸 알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아주 모르겠던 걸 조금 모르겠다는 기분도 들고, 알 수 있을 것 같던 걸 모를 수밖에 없는 거라고 깨닫게 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생각하면서 작년의 헐거워진 부분들을 좀 기워내고 싶다. 얼마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안 하지는 말아야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무조건 낫다는 것은 작년의 내가 아프게 배운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까지 하려고 애쓰지 말자. 그건 욕심도 아니라 오만이라는 것 역시 작년의 내가 아프게 배운 것들 중 하나였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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