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6, 이즈음에.

2020. 3. 26. 21:47흐르는 강/이즈음에

1. 이렇게 근황글을 자주 쓸 수가 없다. 세 가지 이유가 결합되어 있는데 (1)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로 인해 의욕이 매우 많이 떨어져 뭐라도 써야 함, (2) 인류애까지 갈수록 떨어져서 바닥을 치지 않으려고 몸부림 중, (3) n번방 사건에 대해 계속 포스팅을 열심히 해야만 할 것 같음.

 

 

2. 얼마 전 작년 연말과 올해 연초에 찍은 사진들을 보는데, 그때가 되게 옛날 같았다. 저때는 2020년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

 

작년 크리스마스날 안스베이커리 갔을 때. 저때만 해도ㅠㅠ 평화로웠어ㅠㅠㅠㅠㅠ
그때 안스베이커리에 전시되어 있던 초콜릿 산타와 눈사람. 초콜릿 눈사람은 1월에 갔을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다. 가본 지 오래됨.
크리스마스니까 케이크를 사려고 갔는데(그래서 저 산타 케이크가 있음)(그리고 나 먹을 건 아니었음ㅋㅋㅋㅋㅋ)
저 생크림케익과 딸기타르트 중 뭘 할까 하다가 딸기타르트로 선택. 다시 딸기타르트 사러 자유롭게 싸돌아다닐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작년 말에 건강검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길에 병원이 있던 건물 1층의 던킨에서 샀던 먼치킨 원플원. 던킨 다싫고 먼치킨만 좋다.
1월초에 조카가 케이크 먹고 싶다고 해서 사러갔다옴. 바게트는 동생 것.
딸기 빵들이 나왔기에 즐겁게 사먹었었단 말이다 흑흑흑흑흑.
가나슈타르트가 맛있어 보여서 다음에 먹으려고 했단 말이다 흑흑흑흑흑.
이 스타벅스 텀블러도 눈여겨 보고 있었단 말이다 흑흑흑흑흑…

생각해보면 작년 연말 진짜 피곤했는데. 크리스마스 전날에도 열시(훌쩍 넘어)까지 야근했었고 할일 너무 많아서 하려던 일들 거의 못했었고 팀원들과 한해를 잘 마무리하려던 것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느낌에 곤란했었는데. 그래도 그때는 매일 마스크 쓰고 다니며 마스크 안 쓴 사람 피해다니지 않아도 됐고 아무데나 헤매듯이 걸어다니며 산책했어도 됐고 직장에서 팀원들과 팀 작업 매일매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가 이렇게 옛날처럼 느껴지고 그리워질 줄이야. 역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사이언스고 요즘 나의 주요한 감정은 무기력감에서 슬픔으로 이동하고 있다 흐아아아아.

 

 

3. 이 드립백은 2월 중순에 선물받은 것. 엄청 좋아하는 선배님이 이번에 직장을 옮기셨는데, 선물로 주고 가셨다. 코로나19 어쩌지 하고 있을 때이긴 했지만, 한 달 후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상상도 안했다. 3월은 정말 미친듯이 달리는 때이곤 했기 때문에 힘 많이 떨어질 때 먹으려고 반만 먹었는데 날짜가 계속 지나서 다 먹어야 할 것 같음ㅠㅠ

딥블루레이크라는 이름의 드립백인데 산뜻한 느낌이다.
검색해보니 인도 강가기리 농장에서 나오는 인도 커피라고 함. 묵직한 바디를 만들어주는 콜롬비아와 단맛을 내 주는 에티오피아가 더해진 것이라고.

그러고 보니 2월 말의 다른 사진도 있네.

 

2월 25일날 퇴근길의 하늘. 이때는 3월에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된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무기력감은 별로 없었다.
동네 가로등에서 저 손소독제를 봤을 때도 지금같이 될 줄은 몰랐지 휴우.

 

4. 오래 끼고 다녔던 세월호 팔찌가 어느날 불현듯 사라져(도대체 왜인지 아직도 모르겠음;) 오랜만에 새 팔찌를 샀다. 그리고 떨어진 인류애를 회복하고자 오랜만에 노란리본도 만들었다. 이거슨 나중에 4월 되면 따로 포스팅할 것이므로 오늘은 만든 노란리본(중 일부)의 사진만 올려봄.

 

이게 50개였나 100개였나…기억이 잘 안나네;

4월 되면 나눔하려고 군번줄 사서 하나하나 끼웠는데 과연 나눔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아오 진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힘이 빠지고 슬퍼짐 젠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와중에 지난 일요일에는 호수공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음. (나는 하루종일 집에 콕 박혀서 호수공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구경하고 있었다-_-)

 

아니 사회적 거리두기 어디갔냐고요…

 

 

5. 아참 요즘 나는 설현 그러니까 AOA 멤버이면서 배우인 김설현이 좋다. 사실 AOA는 잘 몰랐다. 이상하게 AOA랑 EXID가 자꾸 헷갈려서 AOA=설현, EXID=하니 정도밖에 기억을 못했다.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작년 엠넷의 퀸덤 이후로 AOA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고 그 이후 이런저런 예능 프로그램의 AOA를 보다가 설현이 좀 좋아져서 인스타 팔로우를 했는데 먹을 거 사진을 엄청 많이 올려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많이 좋아졌다. '안 먹어야 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걸그룹 멤버 또는 배우가 네들이 뭐라고 하든말든 나는 맛있게 잘 먹을 거다 (그러니 꺼져라)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되게 보기 좋았다. 게다가 수트가 너무 잘어울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레스보다 훨씬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설현님이 인스타에 올리신 수트 사진들. 잘생겼다 멋있다 잘났다!!!!!

게다가 얼마전엔 설현이 나이키 화보 같은 사진을 올렸는데 이것도 너무 멋있는 것이다!

.탑 위에 검정 재킷을 입은 것도 멋지고, 저 자신 있는 표정도 멋지다. 하나도 대상화되어 있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가장 멋진 건 바로 이 아래 사진이다. 하나도 유혹하지 않는 표정으로, 지금 당장 뛰어갈 수 있는 복장으로, 상대를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웃고 있는 이 사진이 나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설현씨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찍었던 그 등신대 사진에 대한 패러디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표정과 의상 모두에서 그녀를 '대상화하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해졌던 그때의 그 사진과 지금의 이 사진은 얼마나 다른가. 그때의 그 사진이 정말 다듬어진 인형 같았다면, 지금의 이 사진은 그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여유있고 당당해 보여서 (다시 한 번 강조) 정말이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진을 이렇게 찍을 줄 아는 김설현씨 역시 멋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맛있는 것들 즐겁게 잘 드시고, 하고 싶은 것들 행복하게 하셨으면 좋겠다.

 

 

6. 설현 얘기로 딱 끝내면 좋겠지만 n번방 얘기를 안 쓰고 지나갈 순 없다…25일(=어제)에 N번방 텔레그램 탈퇴총공팀에서 진행하는 텔레그램 탈퇴가 있었다. 탈퇴총공이란 무엇인가? N번방 텔레그램 탈퇴총공팀의 인스타 계정에서 공유함.

 

#NthRoom_WeNeedYourCooperation

박사가 잡혔지만 갓갓도 잡히기를 바라며 N번방 텔레그램 탈퇴총공팀의 인스타 계정에서 올려주신 'N번방이란?' 게시물도 공유함. 갓갓이든 박사든 와치맨이든 방 열고 돈받은 자들 협조한 자들 방조한 자들 유포한 자들 구매한 자들 모두다 처벌받아라 부디.

텔레그램에서는 아직 뻔한(뻘한) 답변을 하고 있어서 29일에 2차 탈퇴총공을 펼친다고 함. We need your cooperation, Telelgram. Nth ROOM OUT.

언론 짜증나는 거야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신문을 읽기 시작한 이래로 평생 그래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가해자를 세상에 둘도 없는 악마에 괴물에 이른바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별종 취급하는 태도 정말 짜증난다. (이 이유 때문에 코로나19 뉴스 보려고 보던 댓꿀쇼 집어치움) 뭔가 엄청나게 심오한 의도로 저 범죄자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고 말을 하고 표정을 지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려는 시도 중 상당수는 쓰잘데없다고 생각한다. 그럴 시간에 어떻게 하면 저들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저들의 저러한 행위를 가능케 한, '특정한 성에 대한 구매를 당연시하는' 이 사회의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물론 못바꾸겠지만), 어떻게 처벌을 해야 저런 짓거리를 하면 안된다는 의식이라도 사람들 머릿속에 확실히 집어넣을 수 있을지(물론 그래도 하겠지만) 같은 걸 고민하는 게 낫다는 걸 진짜로 모르나?…라고 예전에는 생각했는데 지금은 진짜로 모른다고 생각함. 참혹하지만.

 

내 어줍잖은 말 덧붙여봤자 세상에 어줍잖은 말만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잔 브라운밀러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중 일부를 옮겨본다. 정신 좀 차리세요 미디어관계자들아.  내 평생 이뤄질 리 없겠지만.

강간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며 통제할 수 없는 욕정에 의한 범죄가 결코 아니다. 정복자가 되고 싶은 남성이 여성에게 두려움을 주고 협박하려는 의도로 계획한 비하 및 점령 행위, 즉 의도적으로 여성을 적대하는 폭력 행위이다. 이것이 바로 강간의 실체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다면, 우리 문화 속에 그런 폭력적인 태도를 장려하고 선전선동하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화에 내재한 그런 요소들은 남성들, 특히 잠재적인 강간 예비군을 형성하며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는 남성 청소년들이 폭력 행위를 저지르도록 심리적으로 부추기고 그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면서도, 그런 행위가 도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커녕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강간범을 유혹에 성공한 남자로 보는 것부터 '자기가 원할 대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취하는 남자'로 보는 방식까지, 남자다움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조장하는 강간 영웅 신화가 어린 소년에게 주입된다. 남자가 된다는 것은 여성의 몸을 살 권리를 포함한 어떤 비밀스러운 통과의례와 특권에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소년이 눈치채는 바로 그 순간부터 강간 신화가 주입되는 것이다. 젊은 남자가 여자란 가격만 적당히 치르면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배우거나 성행위를 하려면 가격을 불러야 한다고 배운다면,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것이니 금전 교환이라는 규칙을 무시하면 그냥 빼앗을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을 과연 막을 수 있을까? (612-613쪽)

여성가족부 인스타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까지 하나 더 공유함. 반드시 끝까지 함께해주세요 제발꼭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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