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4, 이즈음에.

2020. 6. 14. 13:37흐르는 강/이즈음에

1. 내일이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이라고 한다. 세상에.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나다니. 내 인생의 몇 개 안 되는 '국가 덕분에 엄청 벅찼던 날'이다. 1990년대에는 서울 불바다니 하는 말들이 신문 1면을 커다랗게 장식하고(그리고 그때는 인터넷이고 SNS고 다 없을 때니 신문에 실린 것을 사실로 믿지 않을 수 없었던 때. 내가 '어 신문에 실린 게 다 사실이 아닐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을 갖게 된 건 '조동'이 '조동중'에서 '조중동'들으로 한창 바뀌어가던 95년 전후에 이르러서야 겨우 가능해졌다보니 ;ㅅ;) 바다에서의 교전 소식이 심심찮게 이어졌었다. 2000년의 딱 1년 전만 해도 전쟁 나는 거 아닌가 하는 때가 있었고.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때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셨던 국어선생님이 급식줄 기다리는 나 포함 아이들에게 "얘들아 우리 전쟁날 거 같대! 너희 큰일났어!!"라고 해맑게 웃으시면서 지나가버리셨었었음…선생님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나 모르겠네. 절레절레절레.

어쨌든간-_- 남북관계야 늘 경색됐다 진전됐다 경색됐다 진전됐다를 반복하는 것이므로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요모양이다 뭐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남북관계가 조금만 나빠졌다(또는 나빠질 수 있을 것 같다) 싶으면 잔뜩 신이 올라 북한코인을 팔아먹는 데 여념이 없는 미디어의 수준낮음이야말로 너무 큰 문제라 여기므로 오늘은 그냥 615 때의 벅찼던 기분을 떠올려보고 싶다. 검색해보니 이런 사진도 나오네.

김대중평화재단 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 (http://www.kdjpeace.com)
이것은 '기록으로 보는 남북회담' 사이트(http://theme.archives.go.kr/)에서 가져온 사진. 이런 걸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니 세상 진짜 변하긴 했다…놀라움. 

 

2. 생각난 김에 두 달 전 투표날.

봄꽃을 볼 여유가 전혀 없었던 올해의 4월. 그래서 이날 본 꽃이 되게 새삼스러웠다.
거의 시간 딱 맞춰 갔는데, 투표장에 누군가 저렇게 귀여운 그림을 붙여놓아서 시선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6시 15분부터 시작된 투표방송을 보았는데 이런 예측이 나와서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 기분이 되었음. 저 무소속이 왜 그사람이었어야 했는가????? 가 사실 아주 고통스러웠다.

 

3.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어서 소등 행사가 전국적으로 있었는데, 올해는 나도 참여했다.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소등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내가 의식적으로 8시를 기다려 불을 껐던 적은 처음. 나름 의미 있었다.

불 꺼진 깜깜한 방에서 플래쉬를 켜고 시계를 찍어봤다. 창밖에는 불빛이 많았지만 으으음…;;;;;

몇년 전부터 나는 내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일이 환경을 조금이라도 덜 오염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분리수거를 빡세게 하고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웬만하면 필요 없는 걸 안 사려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생각의 발로이긴 한데 그래봤자 내가 하루하루의 삶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오염시키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은 터라 생존 자체가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는 존재로서 살고 있다는 데에서 오는 회의감이 갈수록 커진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무력감이 들 때가 참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계속 해야겠지, 쉬지 않고.

 

4. 코로나19 시대가 많은 사람들을 요리로 이끌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데, 실제로 그런 것 같다. 요즘에는 덜 그런 것 같지만 4월 즈음만 해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베이커리 혹은 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했었다. 그 중 한 사례로 직장에서 받은 에그타르트. 직장 동료분이 만들어 나눠주셨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

 

5. 어느날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호수공원에 산책을 간 동생이 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웬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와있어-_-? 하는 마음으로 오른쪽 사진을 확대해봤더니

지나친 소음과 접근을 삼가달랬더니 DSLR 들고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산란기인 후투티를 걱정해서 고양시 공원관리과에서 현수막을 붙였더니 뭐라고????? 산란기라고????? 하면서 DSLR 군단이 몰려든 것…하 인간 도대체 왜이러는 걸까…이럴 때마다 '아무리 시스템과 제도를 잘 갖춰봤자 그 시스템과 제도를 따르고 지켜야 할 인간 자체의 의식이 미성숙하다면 무쓸모'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ㅇㅁㅂ이 대통령이던 시절에 너무 많이 절감하기도 했었고. 시스템과 제도를 세우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인간의 의식을 성숙시키는 데는 그와 비교할 수 없이 시간이 많이 드는데 다 커서 말도 드럽게 안들어먹는 이 '시민' 혹은 '국민' 혹은 '성인'의 의식이 어떻게 해야 성숙될 수 있지? 마스크를 안 쓰고 길가를 쳐돌아다니는 인간들, 아직도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인간들, 길에 거리낌없이 침을 쫙쫙 뱉는 인간들, 쓰레기를 너무 당연하게 바닥에 처박는 인간들 등을 볼 때마다 저 의문이 더더욱 강해지고 회의감 역시 짙어진다. 하 호모사피엔스 진짜 왜이래…그렇다고 내가 엄청 성숙한 인간인 것도 아니고(성숙한 인간이라면 저런 인간들을 볼 때마다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다 받을 리 없지 않을까) 하여 이런 말을 쓰는 것도 참 우습다 싶기도 하니 더욱 마음이 갑갑함

 

6. 얼마전에 길에서 본 '수학학원 광고지'. '이해가 안되는 건 100% 교사의 잘못입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광고라도 백퍼센트라는 단언을 저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저것이야말로 '나는 할 수 있지만 나 외는 할 수 없다'는 자만과 오만의 증거가 아닌가 싶어 아득해지다가, 아니다 오히려 '나의 책임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할 것이다'라는 의지의 표명일 수도 있겠다 싶어지기도 하고. 으음. 어쨌든 날이 갈수록 점점 무언가를 '누구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게 나에게는 조금씩 더 어려워지고 있다. 

 

7. 그와중에(?????) XSFM 티셔츠가 드디어 나와서! 놓치지 않고(ㅋㅋ) 그알싫 블랙과 요팟시 블랙을 모두 득템했다. 처음에는 블랙을 다 놓쳐 화이트밖에 안 남아 있었는데 혹시 모르지 하고 하룻밤 기다렸더니 다시 블랙이 풀렸다하하하하하!!!!! 후기를 보니 생각보다 더 크다는 말들이 많은데 그래서 이번엔 라지와 엑스라지를 산 거니까(지난번엔 투엑스도 샀다…나란 인간 오버핏이 아니라 투머치오버핏을 좋아하는 인간……) 뭐 그냥 입을거야 하고 있음. 지난번 후디 박스는 너무 튼튼해서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비닐봉투에 담겨와서 바로 뜯어버렸다. 근데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 XSMALL도 안전번호를 사용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택배 포장에 붙은 핸드폰 번호로 스토킹하는 이상한 존재들도 없지 않은 요즘이라…(하 진짜 인간 쓰면 쓸수록 노답) 여튼간 이 티셔츠들은 이번주 출근할 때 입고 갈 생각. 번창하셔요 XSFM. 그래서 민하문구도 매주 해주셨으면 좋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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