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6개월,

2020. 6. 13. 18:59흐르는 강/이즈음에

하나하나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나는 3월초 재택근무를 하다가(하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음…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괴로운 일이었다…) 출근을 했고, 대면접촉으로 진행하던 업무의 상당부분을 온라인접촉으로 바꾸었다. 내 직업의 주된 업무가 대면접촉이다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머지않아 AI가 할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면접촉이 많은 일들 중 보살핌노동/감정노동이 많은 일들, 특정한 대상의 사회성/관계성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겠더라;

 

현재까지도 많은 부분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고, 온라인이 편한 부분도 물론 당연히 있다. 생활방역과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이다보니 대면접촉이 부담스러운 때도 많다. 마스크를 쓰고 말을 길게 하는 건 예상보다 더더욱 힘든 일이었고 사람들이 특정 공간에 모여있을 때마다 방역과 소독의 부담이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인간이 만나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해를 높여가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6개월간 참으로 절실히 느끼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는 게 정말 쉽지 않겠다고 느껴질 때면 막막하기도 하다. 얼마 전 출근길에 마스크가 자꾸 걸리적거려 왜지? 하고 살펴보다가 마스크를 뒤집어 썼다는 걸 깨달았다. 버스정류장 저 끝으로 가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려고 잠깐 벗었는데, 너무 시원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길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서 있는 게 너무 오랜만의 일인 거다. 2월부터는 늘 마스크를 쓰고 다녔으니까 4개월만인데다가 5개월째에 접어들어가던 중이었던 것. 왠지 울컥하기도 하고 뭔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할 수 있는 때가 과연 언제 올까, 영영 안 오는 건 아닐까 싶어 많이 슬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날 여름용 마스크를 왕창 사버렸…쿨럭쿨럭)

 

 

얘기가 나온 김에 마스크 이야기를 좀 하자면(갑자기 화제 전환). 2월에는 1회용 마스크를 계속 썼었다. KF94 말고 필터가 있는 1회용 마스크를 주로 썼는데 언제부턴가 얼굴에 트러블이 마구 올라오는 거다. 보기보다 피부가 예민한 인간이라(알콜 들어간 거 얼굴에 쓰면 난리나는 사람 & 선크림 아무거나 못바르는 사람=나. 10년째 미샤 올어라운드세이프블록에센스선SPF45밖에 못쓰고 있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거 말고 딴 거 쓰면 얼굴이 다 뒤집어짐ㅠㅠㅠㅠㅠ) 안되겠다 싶어 한동안 온갖 마스크들을 검색하다가 밤 한두시를 꼴딱꼴딱 넘겼다. 아이디어스에서 주로 검색을 많이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디어스에서는 마스크를 하나도 안샀고(쓰다보니 아이러니네) 쿠팡에서 사게 됐는데,

 

처음 마스크를 고를 때의 기준은 이 셋이었다. (1) 필터교체형이어야 함. (2) 필터를 넣기가 쉬워야 함. (3) 옵션으로 필터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함. 생각보다 세가지가 모두 충족되기는 쉽지 않았는데 바로 (2) 때문이었다. 양옆이 터져 있어 필터를 넣기 쉬워요! 라고 쓰인 것들은 다 빼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걸 쉽게 끼울 수 있을 리 없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스크 넣는 주머니(?) 혹은 마스크 넣는 부분이 따로 있는 마스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산 것은 베베누보의 이 마스크였다.

 

쿠팡에서는 더이상 팔고 있지 않은 것 같고 티몬에서는 현재 팔고 있는데('베베누보 필터교체형'으로 검색하면 나옴) 위의 이미지는 '여기'에서 가져왔다. 베베누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마스크 관련 동영상도 남아 있다. 이 마스크의 좋은 점은 이렇게 네 가지였다: (1) 벨크로형이어서 필터를 넣는 게 엄청 편함 (2) 검은 마스크임 (3) 필터를 함께 구매할 수 있음 (4) 와이어를 추가할 필요가 없음.

 

받아본 마스크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필터가 너무 얇았다. 그리고 와이어 부분이 마스크 빨 때 좀 귀찮았다. 눈 바로 아래부터 턱 아래까지를 다 덮을 정도로 커서 좋기도 했는데 겨울용 마스크 느낌이라 날이 따뜻해지면 쓰기가 어렵겠다 싶어 또다른 마스크를 찾기 시작. 그러다보니 내 인스타 피드에 수많은 마스크 광고가 뜨기 시작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놔 진짜 필터버블-_- 그 광고들을 통해 바이정화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 아래와 같이 총 세 개를 샀는데

 

마스크를 쓰고 찍은 사진은 없다시피해서(그리고 이 블로그에는 내 얼굴을 올리지 않으므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왜-_-?????) 그냥 바이정화 사이트에서 마스크 사진을 옮겨오자면 아래와 같은데,

와이어 없어도 셔링이 잡혀있어 모양이 잘 잡힐 것 같았고, 필터 끼우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2+1 행사를 하고 있기에 위와 같은 꽃무늬와 무지블랙(그러니까 그냥 무늬 없이 까만 것ㅋ)을 샀고, 일자형 하나를 선물처럼 받았다. 그런데 받아보니 의외로 필터 끼우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이거는 마스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던 필터들이 이 마스크와 크기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인 거라 마스크의 결함은 아님. 일자형은 생각보다 괜찮아서 필터 없이 직장에서 잘 쓰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무지블랙이었던지라 꽃무늬는 동생에게 넘겨주었음.

 

그리고 또다시 정착할 마스크를 이것저것 찾아다니다가 아이디어스에서 몇 개를 골라놓고 쿠팡에서 또다시 검색. 그러다 이 두 개의 마스크를 발견하였는데(지금은 둘다 쿠팡에서 구매불가상태임)

'3D입체마스크'라는 이름으로 필터 1개와 함께 판매됐음. 가격은 2,800원.
이것은 '드림서플라이어'라는 업체(?)에서 판매됐던 마스크고 가격은 3,600원이었었다.

아이디어스에서 판매하는 수제마스크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우선 저걸 사보고 둘다 별로면 아이디어스의 수제마스크에 정착하자는 심정으로 저 둘을 모두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아이디어스에서 마스크를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도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마스크 즉 드림서플라이어에서 파는 마스크에 정착했기 때문!!!!!

 

위의 마스크같은 경우 필터를 두 개의 고무줄 사이에 끼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필터를 끼우기는 편하지만 고무줄이 엄청 튼튼하진 않다 보니 점점 헐렁해졌다. 그리고 천이 눈에 띄게 닳아갔다. 하지만 아래 마스크는 필터 끼우기도 편하고 천도 짱짱하고 필터도 엄청 튼튼했다! 나는 그날 쓴 마스크를 그날 밤에 손빨래해서 말려놓곤 하는데, 다른 마스크들은 아침이 되어도 덜 말라 있는 데 반해 드림서플라이어의 마스크는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말라 있었다. 게다가 드림서플라이어의 네이버스토어에서는 200원 더 저렴한 가격(3,400원)에 팔리고 있었음. 세상에 아이디어스의 수제마스크들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되는 가격ㅠㅠㅠㅠㅠ 기쁜 마음으로 내것도 사고 가족들 것도 사고…

 

한 달 정도 사용한 후의 모양. 위의 것은 고무줄이 많이 늘어났고ㅠㅠ 아래 것은 괜찮다. 그래서 나는 드림서플라이어의 노예가 되었음…ㅋㅋㅋㅋㅋ

얼마 전에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여름용 마스크가 나왔는데 색깔까지 다양해서 또다시 이것저것 구매했다. 날이 더워졌으니까 제일 얇아보이는 폴리+스판형도 사고 메쉬 일반형도 사고 메쉬 필터교체용도 사고 해서 이제까지 한 20개는 산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깔도 이번에는 다양하게 샀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코랄이 생각보다 조금 어두운 느낌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음. 그리고 예상보다 폴리+스판형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매우 저렴한데(1,400원!!!!!) 메쉬형보다 가벼운 느낌이 강하다. 착용 상태에서 말하는 데 큰 불편이 없었음. 뭐 다음주에 더 더워지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이것이 폴리+스판형. 왼쪽이 제대로 된 모양이다. 오른쪽처럼 쓰면 안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왼쪽부터 아쿠아, 라벤더, 코랄 색깔이고 아쿠아는 조카에게 코랄은 동생에게 주었다. 저 셋 중에서는 라벤더가 제일 마음에 들었음.
아래 세 개는 메쉬형이고 맨 위의 것은 폴리+스판형. 사이트에서는 둘의 두께가 비슷하다고 했는데 느낌상으로는 폴리+스판형이 더 얇은 듯.
저 위에는 빠져있지만 베이지색도 있고ㅋㅋㅋㅋㅋ 도착한 마스크들을 일부만 개봉해서 열심히 빨아놓았다. 그다음날 짱짱하게 다 마름+_+

실밥 풀어진 애가 하나 있긴 했지만 20여개 중 실밥 풀어진 게 하나라면 아주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으니 세상사람들에게 적극 권함. 왠지 쓰다보니 내가 네이버블로거지가 된 느낌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돈주고 사서 썼으며(배송비도 꼬박꼬박 결제함) 드림서플라이어로부터 단 1원도 받은 게 없으므로(내가 돈을 냈지 무슨) 매우 당당함!!!!!!!!!!!!!!!

 

 

쓰다보니 마스크 얘기를 엄청 길게 썼는데(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니 나야……?????) 코로나19 이후로 내 생활에 생긴 변화 중에서는 공연을 못 가게 되었다는 것도 있다. 1월에 생각의여름 공연과 천용성씨 공연에 다녀온 이후 다섯 달 동안 아무 데도 가지 못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동안 생각의여름 공연도 여러 번 있었고 천용성씨 공연도 여러 번 있었고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나 신승은씨 키라라 기타등등 가고 싶었던 공연이 자주 있었는데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보니(여전하다) 그냥 다 포기했고 이번주에도 생각의여름과 빅베이비드라이버언니의 공연 공지가 올라온 것을 힘들게 외면하며 눈물을 삼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쩔 수 없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신(이라고 쓰기엔 좀 그렇지만)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엄청 늘었는데, 크리에이터들의 영상보다는 기존 미디어들이 개설한 채널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백종원씨의 요리비책과 강형욱선생님의 보듬TV, 도라마코리아 채널(고독한미식가 클립을 봐야 하므로ㅋㅋㅋㅋㅋ), 그것이알고싶다 유튜브를 싹 다 보고 요즘에는 KBS 기자들의 사내수공업방송(ㅋ)인 댓글읽어주는기자들을 즐겨 본다. 그것이알고싶다를 보다가 PD수첩, 스트레이트, 더라이브, 뉴스타파를 골라보는 날도 있고 지지지난주엔가는 하현우 복면가왕 출연영상을 오랜만에 보다가 너무 멋있다고 감탄하며 뜬금없이 옛날노래 옛날드라마 옛날TV 가요톱10 SBS인기가요 등등의 채널을 다 구독해버림…아 생각난 김에 하현우 영상이나 한번 더 봐야겠다. 진짜 이때 복면가왕 매주 얼마나 설레며 봤었는지ㅠㅠㅠㅠㅠ 저때는 그래도 할만큼 하고 그만두는구나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보면 한 20관왕 했어야 했는데 싶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젠가 뉴스 보니 지금과 같은 확산 추세라면 7월에 확진자가 매일 800명 이상으로 급증할 거라는 예측도 있다고 하던데 어휴…한숨을 안 쉴 수가 없다. 그래도 버스는 기사님이 바로 앞에 계시니까 마스크 안 쓰고 타는 사람이 요즘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사실 어제 한 명 오랜만에 보긴 했음) 쓰고 탔다가 버스 안에서 벗기도 하고(도대체 왜 쓰는거임?????) 턱에 걸쳐놓기도 하고(도대체 왜 쓰는거임22222?????)…그나마 버스는 낫지 지하철은 정말 엉망인 것 같고 길거리에서는 뭐 쓴 사람과 안쓴 사람의 비율이 대충 1:1 정도인 것 같고 참 인류애 급감한다. 원래 인류애가 넘치는 인간도 아닌데 참-_-

 

이와중에 외국에서 들리는 소식도 답답하고 안타깝고…특히 보우소나루는 진짜 대단한 것 같고(트럼프에 맞먹는 듯). 최근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보면서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기분이었는데 '아시안 차별하는 흑인들에게 왜 연대해야 하냐' 류의 댓글이나 의견들이 너무 당연하게 달리는 걸 보면서 더더욱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정체성의 정치가 점점 견고해지면서 타인/타집단에 대한 연대의 가치가 부정되는 듯한 느낌이 자주 드는데(작년부터 트위터를 못 하게 된 데도 이 영향이 컸다) 나는 참…정말이지 잘 모르겠다. 흑인은 아시안을 차별하니까 아시안이 흑인에 대한 차별에 연대할 필요가 없다, 는 말이 맞나? 맞다고 느껴지나?

 

복잡한 마음으로 오늘 아침에도 전자책을 세 권 샀는데 전자책도 책이다보니 다운받아놓고 읽지 못한 것들이 자꾸 쌓이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빨리 포스팅 마무리하고 하현우 노래 들으면서 책을 좀 읽어야겠다. 인류애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코로나19시대에 타인을 증오하지 않고 삶을 계속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데는 책읽는 것 말고 답이 없는 듯. 흑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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