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 (2)

2021. 12. 2. 22:26흐르는 강/이즈음에

2021년 가을에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아래의 두 장이다.

 

10월의 마지막 대체휴업일날 조카와 동생과 엄마와 고양가을꽃축제였나 고양꽃축제였나가 막바지에 접어들어가던 호수공원에 다녀왔었다. 별 기대 없이 장미정원에 들어갔다가 '읭 아직도 장미가 있네?'하고 조카 사진을 찍어줬었는데 문득 올려다본 하늘과 아직 푸른 나무와 아직 남아있는 장미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예뻐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나서는 평생 안하던 꽃 이름 공부도 했다. 잔뜩 핀 금빛 국화 보면서 감탄 먼저 하고. 그나저나 대체휴업일처럼 좋은 게 존재한다니 우리나라 진짜 좋아졌다고 진심으로 생각함. 솔직히 말하면 자주 생각함. 지난 두 정부에서 '대체 계속 왜이모양인 거지?'하는 생각을 거듭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생각함.

 

이 꽃 이름 보고 너무 놀랐었다. 몇년 전부터 '쉽게 뭔가를 대상화하지 말자'에 꽂혀 있는데 대상화라는 꽃이 있다니 세상에ㄷㄷㄷㄷㄷㄷ
하늘바라기는 정은지 노래 아니야????? 해바라기야 다들 아는 거지만 하늘바라기라는 식물이 진짜 있다고???????? 하며 당황했고
네????? 포카혼타스가 꽃이름이라고요?????? 아니 포카혼타스는 캔유페인트위드올더컬러즈오브더윈드...그거잖아요 디즈니 만화????? 아니 게다가 모나르다랑 포카혼타스랑 베르가못이 다 같은 것이라고??????? 아니 대체 하룻동안 뭐이렇게 많은 걸 배우는거야😨😨😨 하며 또 당황.
이 꽃은 설명 읽다가 '큰 포기를 만든다'는 부분에서 괜히 당황. 2021년의 저야말로 계속 '큰 포기'를 거듭하고 있던 인간이어가지고...🤔
애는 꽃무름이라는 이름이 예뻐서 찍었는데 정작 설명에 쓰여 있는 '바닥에 불난 것처럼 빨갛게 피'는 꽃은 보지도 못함ㅋㅋㅋㅋㅋㅋㅋ
이 꽃은 노랗게 봉우리가 맺혔다가 빨갛게 피어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찍었는데
이름을 결국 알 수가 없었다ㅠㅠ 옆에 있는 '은행잎조팝'이 얜가???? 하고 찍었는데 검색해보니 은행잎조팝은 전혀 다른 것이었음. 너는 누구니...

날이 쌀쌀해지니까 나의 소중한 벨기에초코가 나와섴ㅋㅋㅋㅋㅋㅋ 또 기쁜 마음으로 먹어주고!!!! 언제 먹어도 최고다 벨기에초코ㅠㅠㅠㅠㅠㅠㅠ 미니스톱 영원해 벨기에초코 영원해✨✨

날이 쌀쌀해지면 무조건 벨기에초코😁😁😁😁

가을에 인스타에서 아래의 두 짤을 보고 서로 다른 의미로 감동하기도 했다. 오른쪽은 이다혜작가님이 링크해주신 최고심작가님의 일러스트. 아이고 (안 갈 수는 없으니) 가야지… 아이고 (안 할 수는 없으니) 해야지… 아이고 (안 끝낼 수는 없으니) 끝내야지 가 보통의 내 말투에 가까운데 말투만 가보자고! 해보자고! 끝내보자고!로 바꿔도 굉장히 의지적인 표현으로 바뀐다는 게 엄청 인상깊었다. 동사 어간에 어미 -아/어와 보조동사 '보자고'를 결합한 뒤 느낌표를 붙이는 것만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처럼 되어버리네???? 하는 감상. TV나 볼까... 같은 말도 TV나 보자고! 로 바꾸면 의지적 화자의 발화처럼 보임. 심지어 좀 누울까…좀 누워보자고! 로 바꾸면 태도가 바뀜. 참 언어란 신기하고 신비로워.

 

왼쪽은 올해 가장 좋아했던 인스타툰의 듀선생님. 디비피아 인스타 계정에서 연재하는 웹툰으로 제목은 인생제반연구소인데 볼때마다 일기를 보는 기분이다. 끅끅거리고 웃음. 디비피아의 커뮤니티에서 초반 연재분도 볼 수 있지만(여기) 디비피아 인스타에서 보면 됨(요기). 듀선생님 사인회하면 보러 가고 싶을 만큼 좋고 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특히나 저 왼쪽 그림은 보자마자 소리지르며 웃었다 너무 웃겨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이고 모진 목숨이 또 이어져서 망할 하루를 시작하는구만은 내가 매일 아침 의식을 찾자마자 하는 생각이고 아이고 젠장 나는 왜 오늘도 눈을 뜨고야 말았는가!!야말로 내가 매일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하는 생각이란 말이다!!!!!!! 웃긴 짤을 친구에게 보내는 거 거의 하지 않는데 저 왼쪽은 보자마자 너무 웃겨서 친구에게 보냈다. 친구도 '너 그림일기 그렸냐'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림 잘그리시는 분들 최고 부럽고 듀선생님 너무 좋아합니다ㅠㅠㅠㅠㅠ 최고심작가님 그림도 너무 좋아요! 힘차요!!!!!

오랜만에 아빠에게 다녀온 날 어두워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구나… 아빠가 세상을 떠난 뒤 이만큼이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구나…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싶어 아득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로 아빠에게 자주 가지 못해 늘 미안하고 속상하다. 자주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빠.

아뮤하의 2집이 나왔고, 2집 발매 공연날 갔다가 준형님께는 제대로 인사드리지도 못하고ㅋㅋㅋㅋ 예찬씨 사인을 받았다. 예찬씨 너무 귀여우심. 왜 나는 이렇게 준형님 앞에만 가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못하는 멍청이처럼 구는 걸까 나이가 몇인데… 하며 고통스러워했는데 진짜로 왜인지를 모르겠음. 공연을 볼 때는 캬 하며 감탄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준형님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ㅇㅁㅇ;;;) 하는 심정이 되어버린다 절레절레.

 

이날 준형님의 맥주.

 

인제 조금만 지나면 진짜 겨울이 오겠구나, 싶던 11월말. 여섯시도 안 됐는데 별은 반짝이고 해는 이미 거의 다 져가는 모습을 보며 2021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또다시 바랐고

 

올해는 11월말도 크게 안 춥네... 하는 기분이었음.

12월을 앞두고 호수공원에 불을 밝힌 트리를 보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2021년 가을과 작별했다🙂 계속 달라지는 트리 색깔을 보며 12월에는 어떤 기분으로 저 트리를 보고 있을까 상상했었는데, 아직은 특별한 감상이 없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어야 뭔가 감상다운 감상이 생기려나. 사진만 보면 엄청 밤 같은데 사실은 위의 사진과 삼십분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 때다. 위의 사진이 다섯시 오십분 좀 넘었을 때, 아래 트리 사진들은 여섯시 반 좀 안 됐을 때.

트리 뒷쪽의 거대꽃병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느낌. 나의 페이보릿은 역시 트리 안쪽 등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사진.
윗쪽 사진들 중에는 필터를 다르게 한 것도 있는데, 이 세 장은 다 같은 필터로 찍은 것이다. 트리 불빛이 계속 바뀐 것.

이날 호수공원을 산책한 다음 오랜만에 킨텍스 수변공원까지 걸었다. 저녁 일곱시가 좀 넘은 시간인데 이렇게 깜깜해진 걸 보면서 여름에는 일곱시쯤 오면 해가 졌던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날 많이 걸었네. 킨텍스 수변공원도 낮에 가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텐데 늘 밤에만 가본 것 같다. 올 겨울에는 낮에도 한번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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