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겨울.

2021. 12. 31. 19:02흐르는 강/이즈음에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 어휴 12월 됐다고 확 춥네🥶 하는 마음으로 아람누리도서관에 가는 길. 정발산역으로 가는 길에 신비한 설치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지공예라고 해야 하나… 물고기부터 강아지 호랑이 학 사람(;;;;) 등등 여러 생명체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맨 처음에 물고기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그런지 보자마자 일본의 잉어걸기가 떠올랐다. (잉어걸기를 뭐라고 부르는지 몰라서 검색도 한참 함ㅋㅋㅋㅋㅋㅋㅋ 일본어로는 고이노보리라고 한다는 것을 배웠음. 관련 링크: 여기) 다양한 생명체들 중에서 물고기가 가장 예뻤기 때문에 이 사진만 올려본다. 사람보다는 동물이 나았음😏

 

생애 첫 위내시경도 받았다. 수면내시경으로 받았는데 마취주사가 들어가자마자 기억이 사라졌다. 금세 끝나버렸고 별 문제가 없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고 안심했다. 배가 좀 (많이) 아프긴 했지만 비교적 멀쩡하다는 데 얼마나 다행이야.

 

나는 홀수 연도에 국가건강검진을 받는 노동자인데 늘 12월에 건강검진을 겨우 받고 후회한다. 다음에는 진짜로 일찍 받아야지ㅠㅠ 그러나 2년이 지나면 또 12월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건강검진을 마치고 또 후회함. 인간 왜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동네에서는 위내시경 받기가 힘들어 반차를 쓰고 직장 근처에서 예약하고 받았다. 일산윌내과라는 곳인데 이제까지 가본 '건강검진 해주는 동네병원'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던 듯. 다음에는 4/4분기 되기 전에 건강검진 받는 어른이 되어야지 휴.

 

이거 처음 끼워봤네.

겨울이 되면서 동네 산책 대신 호수공원 산책을 주로 하다보니 '오늘의 공기질'에 매우 민감해졌다. 날이 덜 추운 날 공기가 탁한 경우가 많다. 공기가 더러워서 걷지 못하는 날들이 종종 있다보니 '차라리 춥고 공기 맑은 게 좋겠다😣'는 심정이 되곤 했다. 추운 건 옷을 겹겹이 입는 걸로 해결할 수 있는데 공기가 더러우면 KF94를 쓰고 있어도 찝찝하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탁한 공기에도 예민해져서 공기 질이 엄청 안좋은 날에는 목이 따끔따끔하다. 어딘가가 아플 때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이렇게 길어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노화 자체가 늦어진 게 아니라 아픈 몸으로 오래 사는 거잖아😩😩😩😩 

 

'이게 안개인가 아니면 공기가 엄청 더러운 건가'하고 헷갈리는 날이 아주 가끔 있는데, 이날이 그랬다. 하루종일 안개가 끼어 있어서 안개겠거니 하고 산책을 나갔는데 아무래도 뿌연 정도가 너무 심한 것이다. 호수공원을 반바퀴 돌아서 호수로 건너편을 바라보면 일산 MBC를 비롯한 온갖 건물들이 또렷이 보이는데 저날은 거의 안보이다시피 했다. 너무 황당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데 점점 목이 아파오는 기분이었다. 왠지 눈도 아픈 것 같고. 코로나 때문에 잠시 뒤로 밀린 것 같은 미세먼지 문제도 사실 엄청 심각하지 않나.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 거의 없다는 게 안타깝고 슬프다.

 

이제는 사진만 봐도 눈이 따끔따끔한 기분... 이것이 플라시보 아니지 노시보 효과인가🤔

임영웅 덕질을 2년째 하고 계시는 어머니는 임영웅 공식 응원봉을 구입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지도에 따라 동생이 구입. 이 세트로는 판매하자마자 매진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구입할 수도 없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 임영웅에 대한 엄마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고 임영웅 팬들과의 모임도 지속되고 있다. 엄마의 삶에 임영웅이 즐거움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영웅씨가 부디 사회적 물의 없이(제발ㅠㅠㅠㅠㅠ 제발제발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래오래 건강하게 활동했으면 좋겠고 계속 잘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엄마도 행복할테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HERO=영웅. 그래서 엄마의 히어로는 임영웅인 것이다. 이 스카이블루가 임영웅 팬덤컬러.
임영웅 포토카드가 들어있는데 포토카드에서는 핑크색 자켓을 입은 임영웅이 응원봉을 들고 '건행'을 하고 있닼ㅋㅋㅋㅋㅋㅋ 우리엄마도 건행!!!

'산책해도 괜찮은 공기'를 마시며 퇴근 후 호수공원을 찾으면 한번씩 꽃전시관 앞에 멈추곤 했다. 대형 꽃병과 트리와 눈 모형 등등… 나야 '내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고 이 풍경을 자주 보기도 해서 셀카 같은 거 찍지 않았지만, 볼때마다 기념사진 찍기 너무 좋은 곳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이 맑아 별 같은 것이 보이는 날에는 '고양의 향기' 전시물쪽을 빙빙 돌다가 사진을 찍었다.

 

고양의 향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대형 꽃병 안에 트리를 집어넣어보고 싶어서 무리해봤다. 트리는 흐릿하게 나와서 아쉬움ㅠㅠ
이 '눈 모형' 보면 아 진짜 겨울이구나 싶다.
이쪽에서 찍으면 더더욱 겨울 같다. 여기야말로 포토존인데 사진 찍는 사람들 별로 많지 않은 듯. 역시 날이 추워서 그렇겠지.

크리스마스날에도 집에서 딩굴딩굴하다가 호수공원에 갔다. 오랜만에 '해 떴을 때' 메타세콰이어 길 걷고, 애수교 위에도 한번 올라가보고, 파란 하늘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더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블루라이트는 눈에 나쁘다고 하는데(읭) 푸른색 계열을 보면 왜이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모르겠다. 파란 하늘, 초록 나무, 모두다.

 

누가 봐도 겨울 나무.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겨울밤에 메타세콰이어길을 걸으면 발 아래를 계속 살펴야 하는데, 낮에는 그럴 필요가 없어 좋았다.
애수교 위에서 호수마을 쪽을 바라봤는데, 땅의 겨울 색깔과 물의 차가운 느낌이 쨍 하고 마음에 와닿았다.
킨텍스쪽 단지들, 호수로쪽 아파트들, 그리고 오피스텔 단지들쪽을 한동안 쳐다봤다.
하나도 푸르지 않은 이 나무들이, 세 달만 지나면 다시 파릇파릇해지겠지.
이 풍경이 나는 더 좋다.

쓰다보니 호수공원 애호가같넼ㅋㅋㅋㅋ 그만큼 자주 갔다는 거지 뭐. 언젠가 블로그에 한번 비슷한 소리를 쓰긴 했는데, 2020년까지 호수공원에 간 횟수보다 2021년 한 해 동안 간 횟수가 월등히 많을 거다. 12월에는 보통 이틀에 한 번, 못 가도 삼일에 한 번은 꼭 갔던 것 같다. 이곳이 집 가까이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집의 실질적 소유주가 은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 가까이에서 살게 해 준 아빠에게 너무 고맙고. 예전에는 이 고마움을 전혀 몰랐어서 표현도 못했다는 게 너무너무 미안하다.

 

호수공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저 고마움과 미안함을 꼭 느끼곤 한다. 내년에는 코로나가 좀 나아져서 아빠한테도 자주 다녀왔으면 좋겠는데, 그냥 희망이고 큰 기대는 없다.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열심히 해야지. 계속 마스크 열심히 쓰고, 거리두기 잘 하고, 3차백신 맞고. 내년도 코로나의 위험을 잘 피해다녔으면.

 

꽃전시관 앞의 달. 조카랑 같이 산책간 날 여기서 조카 사진을 찍었다. 올겨울도 나의 조카 쑥쑥 잘 자라길!

 

그나저나 조카의 어린이집 선생님은 풍선공예를 어찌나 잘하시는지ㅠㅠ 평소에도 늘 감탄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카가 어린이집에서 선물받은 '산타 풍선' 보고는 진심으로 감동하였다. 애기들 사진도 엄청 잘 찍으시고 그림도 매우 잘 그리신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임. 손재주 좋으신 분들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그저 박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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