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랜만에 대전.

2024. 8. 4. 00:34흐르는 강/흘러가는

대전에 다녀왔다. 지금이야 야구와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내 현재까지의 삶 중에서 최소한 17년 정도는 야구에 몰입해 살아온 시간이었다. 민철오빠를 덕질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낙이었고 하루의 5시간 정도는 야구에 바쳤다. 중계를 보거나 신문 기사를 읽고 정리하고 스크랩하거나 야구 관련 잡지를 사보거나 스포츠신문을 사러 가거나 팬레터를 쓰거나 팬커뮤니티활동을 하거나 야구장에 다녀오거나 등등등…

그러던 삶에서 벗어난 건 승열오라버니가 야구보다 더 중요해지면서부터였다. 야구장 직관 중심의 삶이 오라버니 덕질 중심으로 재구조화되면서ㅋㅋㅋㅋ 나는 야구에 쓸 시간을 줄였다. 본격적으로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그 경향이 더욱 심해져 야구와 단절된 삶을 살게 되었다. 에잇투파이브, 나인투식스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매일 저녁을 야구로 보낼 수 없었다. 그러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았고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토록 좋아했던 야구를 내 덕질 목록에서 지웠다. 대전에 갈 일도 더 이상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어릴 적 함께 야구장엘 다녔던 지인에게 대전구장이 올해까지만 사용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렇다면 한번 다녀와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팔월의 첫 토요일 아침 KTX 표를 예매하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거의 십몇년만에(!!) 대전역에 도착하니 문득 부산행 생각이 났고ㅋㅋㅋㅋㅋㅋ 가장 먼저 눈에 띈 꿈돌이를 보면서 어라 얘 생김새가 좀 바뀌었는데…?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는 20세기에 비해 동글동글해졌다.


오랜만에 찾은 야구장은 예전처럼 작았고ㅋㅋㅋㅋ 크게 변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북적북적했다. 예전에는 비인기팀 오브 비인기팀이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장 티켓 구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줄을 섰는데 앞의 앞의 앞 사람 순서에 매진되어 버려서 야구장엔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구장을 한 바퀴 돌며 이곳에서 울고 웃…음, 아니다. 웃은 기억은 많이 없는 것 같고 거의 울거나 화냈던 거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봤다. 그때는 내 인생에서 야구가 제일 중요했고 제일 재미있었다. 야구보다 더 재미있는 게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야구장엘 못 갔으니 성심당에라도 가볼까 했다. 대전역 안에 성심당이 생겼다고 해서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기 전 들렀는데 줄이 너무너무너무 길어서 결국 빵을 고르려던 트레이를 그냥 내려놓고 나왔다. 대신 미쉐린타이어 마스코트의 사진을 찍었다.

 


이 블로그를 워낙 오래 써와서, 블로그 초창기의 글을 찾아보면 야구 얘기들이 종종 나온다. 흐릿한 기억에 의존해보면…2005년까지의 나는 야구장을 꾸준히 찾았던 것 같고 2004년 즈음부터 한국프로야구보다 메이저리그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2005년부터 mlb.com에서 구독권을 끊고 매일매일 중계를 봤고 2007년에는 메이저리그 중계만 봤다. 한국 프로야구 굿바이…

그때로부터 지금의 나는 얼마나 멀리 온 것일까. 나라는 사람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지만, 야구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분명히 나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도 좋아하던 것/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거나 안 좋아하게 되거나 덜 좋아하게 되는 일들이 계속 생기겠지. 예전에 좋아했던 것이 더 이상 좋지 않은데도 아까워서 억지로 붙들며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좋은 걸 제일 좋아하는 대신, 너무 많은 걸 싫어하는 데 감정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사용하진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