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별자리

2026. 5. 19. 22:22흔드는 바람/베끼고

직장에서 일하다가 우연히 접한 시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베껴 놓는다. 몰랐던 시인의 몰랐던 시를 직장 일로 알게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살다보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글을 만나기도 하는 법이겠지...그래, 계속 살아가다 보면.

 

 

 

                              별자리
                                                                      -김은지

우리는 서로 미워하는 편이 쉬운 위치에 있어

간신히 서로 싫어하지 않기 위해 모든 온기를 소모하고

우리는 서로의 빛을 흐리는 거리에 있어
서로의 존재만으로
빛을 잃어간다

잘해 보려 하면 할수록
불안해
오히려 무심하다가
진작 정해진 오해를 산다

우리는 너무 집중하고 있기에
다른 별자리에서 자유롭게 빛나는 각자의 모습을
우윳빛으로 소박하게 떠다니는 모습을
그리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미워하는 편이 쉬운 위치에 있어'라는 첫 문장부터 너무...마음을 저며버린달까. '간신히'라는 부사가 어떤 감정 표현보다도 많은 느낌을 전해준다. '서로의 존재만으로/ 빛을 잃어간다'는 관계가 '우리'라는 것도 와닿으면서 슬프고...마지막 두 문단도 매우 인상 깊다. '불안해'와 '무심하다' 이외의 온갖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손에 잡히는 것 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시집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부디 올해 안으로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