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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드는 바람/베끼고

[신미나]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창작과비평 2019년 겨울호에서 읽은 시. 이제 곧 저 시가 나온 때로부터 1년이 다 되어 간다. '꿈'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이렇게 다정한 시는 서글픔으로 다가온다. 종로에 가본 지가 언제더라…아니지 서울에 가 본 지가 언제더라…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옮겨 보았다. 따뜻한 이불과 포근한 베개가 필요한 때가 곧 오겠지. 그때까지 부디, 세상이 무사하기를. 내 소중한 사람들이 평안하기를. 원문은 '여기'에서.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손을 꼭 잡고 베개를 사러 가자 원앙이나 峸 자를 색실로 수놓은 것을 살 수 있겟지

이것은 흐뭇한 꿈의 모양, 어쩐지 슬프고 다정한 미래

 

양쪽 옆구리에 베개를 끼고 걸으면, 나는 열두폭의 치마를 환하게 펼쳐서 밤을 줍는 꿈을 꾸겠네

목화꽃 송이, 송이 세송이 콧등을 스치며 높은 곳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봐도 좋겠네

 

너와 나, 꿈길의 먼 이부자리까지 솜을 틀자 이불이 짧아 드러난 발목을 다 덮지 못해도

꿈속에서는 미래의 지붕까지 덮고도 남겠지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철 지난 이불은 개켜두고

일단 종로로 가자

종로에 가서 베개를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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