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2. 14:38ㆍ💙/언제나 내곁에
7-8월 LIG 공연과 EBS Space 공감 이후, 한 달 남짓만에 무대 위에서 만난 유앤미블루.
레퍼토리는 한 달 전의 공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 앨범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예전 노래 세 곡을 더 부르는 편성(그리고 깜짝선물이라 할 만한, 마지막 곡 'Let It Be'!). 몇 곡에는 한글 가사가 붙었고, 몇 곡은 좀더 풍성해진 느낌이었다.
첫날 인상적이었던 가사는 <Too Many Times>의 '버티라고, 부서질 듯 아파도'. 이번 공연 역시 <Too Many Times>가 첫곡이었는데, 아, 저 부분에서 펑 터져버렸다. <친구에게, 나에게>의 '미쳐버릴 듯 힘이 들어도 견뎌내야 해'를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승열님의 가사를 좋아하는 건, 열심히 살면 반드시 밝은 미래가 올거라고 확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젠가부터, 살다 보면 고통이나 시련이 있겠지만 '네가 더 열심히 힘을 내서 산다면' 그런 것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힘이 빠지곤 했다.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와 장애가 분명히 엄존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너무 대책없다 싶은 거다. 그 순수하고 밝은 긍정에서 힘을 얻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위선이나 가식 또는 무지처럼 느껴져 거부감이 확 든다. 결국 내가 세상을 이기지 못하는 건 내가 힘을 다 내지 못했기 때문이란거 아냐. 네가 힘을 다 내도 이길 수 없을 거면서.
그래서 무책임한 낙관 따위 하지 않는 승열님 가사 속의 솔직한 화자가 나는 더 편하다. 삶은 때때로 굉장히 잔인할 수 있다고, 꿈을 가진 사람이 병에 걸려 죽게 되는 세상이라고, 멈출 수 없어서 차라리 어디론가 뛰어내리고 싶은 곳이 내가 밟고 있는 이 곳이라는 비극적 인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그런 세상이기 때문에' 더더욱 버티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적 자세. '지친 내 등을 떠미는' 느낌이랄까. 하하.
생각해 보면 요즘 사는 것도 그렇고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버티라고, 부서질 듯 아파도'라는 그 가사가 찢어질 듯 아팠다. 아, 역시 <Too Many Times>는 좋았다.
<Flow>의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공연에서 준석님이 '자신들의 노래'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셨던 것 때문에 가사를 주의깊게 듣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노래. 어느 한 부분을 딱 집어 말하진 못하겠는데, 유앤미블루의 과거를 담담히 정리하고 앞으로를 조용히 가늠해보는 노래라는 느낌이 들어 듣는 내내 긴장했다. 혹시라도 안 좋은 말 나올까봐ㅎ 앨범 나오면 아마도 제일 먼저 <Flow> 가사를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이 노래 역시 내겐 <친구에게, 나에게>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번 포스팅 때도 썼지만, 그 노래의 답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무대 위의 두 분. 여전히 편안했고 더욱 여유로운. 둘이 있을 때 아름다운 빛을 내는. 고마웠다. 정말 너무 좋았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이 좋은 마음을 어떻게 더 쓸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오늘은 더 좋으리라 기대한다. 그래서 여전히 설렌다. 아마도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기 전까지, 설렐 것이다. 이 기분좋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오늘도 어울림누리로 향한다. 내 눈과 귀와 마음과 머릿속 가득,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움직임을 담으려고.
유앤미블루!
감동의 키보드 정재일. 전영호씨의 빈자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게 해 주었다!
그야말로 감탄, 경악, 환상. 괜히 천재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_-)b
공연 끝난 후 베이시스트 이경남씨를 친절히 챙기는 승열오라버니.
보컬/기타 이승열, 베이스 이경남, 드럼 신동훈, 키보드 정재일, 보컬/기타 방준석 ;)
+ 위에서 저렇게 <Flow>와 <Too Many Times>에 대해 길게 지껄인 주제에 이런 사족을 덧붙이는 게 조금 민망하지만-_- 첫날 나의 베스트는 'Straight'와 'Shot has been Fired'. 아, 물론 다 좋았지만, 어제는 저 두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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