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26-27, 혼자서 겨울바다 보고오기! (1)

2011. 1. 29. 20:16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요 몇년 새 '더 나이 먹기 전에 이건 해보자'라는 게 점점 늘어간다. 로망이랍시고 갖고 있던 것들을 게으름부리며 비현실 속에 계속 파묻어두지 말고, 직접 경험의 영역으로 좀 불러와보자 싶은 거다. 혼자 당일치기가 아닌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였는데, 이번 겨울 드디어 실행에 옮겨 보았다. 지난주부터 갑자기 몸이 막 근질근질한 거다. 1월 안에 어디든 꼭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마구마구 일어나는데, 게으름&귀찮음을 동반자 삼아 평생을 살아온 내게는 엄청난 일이다ㅎ

처음에는 강릉과 춘천 중 한 곳을 갔다오려고 했다. 김유정역과 김유정문학관을 보고 오든지, 박이추선생님의 보헤미안에 다녀오든지. 근데 보헤미안이 바닷가 근처에 있다는 게 참 끌렸다. 이 나이를 먹도록(계속 나이얘기를 하고 있군-_-) 겨울바다를 본 적이 한번도 없던 거다! 때마침 커피콩도 다 떨어져가고 하여, 강릉으로 결정하였다. 

떠날 때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보헤미안에 다녀오자. 두 번째, 바다를 보자. 그러다보니 계획도 참으로 헐렁하게 짰고ㅋㅋㅋ 이것저것 다양하게 구경하기보다는 그냥 동네 길 산책하면서 슬슬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건 정말 이번에 제일 잘못한 건데, 빡세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도 않는 주제에 시간 남아 심심하면 어쩌나 해서 이것저것 바리바리 혼자 갖고 놀 수 있는 것들을 너무 많이 챙겨갔다. 하룻밤 자고 오는데 외장하드까지 들고갔으니...정말 후회한다ㅠㅠ 그러다보니 가방이 너무너무 무거워져서 걷다 쉬다 걷다 쉬다를 반복해야만했다. 가져간 책 하나도 다 못 읽은 주제에ㅋㅋㅋ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집에서 아침 8시에 출발,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40분쯤 되었다. 주문진터미널행 10시 9분 차를 타고 주문진에 도착하니 1시쯤. 여기서 버스를 한번 잘못타서 깊숙한 산골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315인줄 알고 탔는데 323이더라. 알고보니 315 버스가 323 노선을 한번씩 운행한다고. 내가 이렇지 뭐ㅋㅋ 원래 버스타고 모르는 동네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시간도 많았던지라 교항리-장덕리-삼교리 가는 길을 여유롭게 왕복하고 왔다.

그렇게까지 했으면 그다음엔 무사히 보헤미안에 갔어야 하는데...이번에도 또 버스를 잘못타서-_- 강릉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속초 쪽으로 가는 걸 타고 말았다. 그래 내가 이렇지 뭐ㅋㅋ 하며 그다음날 가려던 주문진 해변을 먼저 갔다왔다. 주문진에 간 것도 진짜진짜 오랜만이었다. 바다를 보니까, 왜이렇게 좋던지!

주문진 해변 들어가는 입구.주문진의 마스코트라 할 만한 오징어!
해변 올라가는 길 좌측의 소나무숲.날이 참 쨍해서 하늘빛이 감동이었다ㅠㅠ
아, 바다다, 바다!이 파란색이 보고 싶었다ㅠ
이거슨 쓰나미? 여기서도 승열오라버니 생각ㅋㅋㅋ명랑한 여름바다와는 달리 쨍하고 찬 느낌, 좋았다.
바람이 꽤 불었는데도 은근히 사람들이 보였다.이런 남여커플들은 꽤 자주 보였다ㅋ

넋놓고 바닷바람을 쌩쌩 온몸으로 맞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날 바람이 좀 셌는데(물론 바다니까 바람이 세겠지만) 계속 맞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다. 안구정화하러 왔다가 병을 얻어갈 순 없는 일. 이번에는 기필코!!!!! 강릉 시내로 향하는 버스를 제대로 타리라!!!!! 결심하고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드디어 315번 도착. 영진입구에서 내려 보헤미안을 찾아갔는데 의외로 매우 잘 찾아갔다ㅋㅋㅋ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가까운거다. 처음 가는 곳에서는 반드시 헤매는 징크스-_-가 있는 나에게 잘 일어나지 않는 행운이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데 막상 보헤미안에 도착하니 어머나세상에 자리가 꽉꽉 차서 당최 앉을 자리가 없는 거다. 손님이 많구나, 정도가 아니라 손님이 원래 카페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만큼의 2배쯤 차 있는 느낌? 시끄럽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카페에 있는 보조의자란 보조의자는 다 나와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자리에 앉지 못해('않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_-) 여기저기 돌아다니고...아놔.

끄억!!!!!! 아무리 유명해도 이럴리는 없어!!!!!!!!! 하고 살펴보았는데...알고보니 커피관련 동호회에서 단체로 고속버스를 타고 보헤미안을 방문하신 것. 내팔자가 이렇지ㅋㅋㅋㅋㅋ 당최 30분 내로 빈자리가 날 가능성이 없어보여 보헤미안을 뒤로하고 영진 해변을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거기까지 전혀 멀지 않았던 터라ㅎ

영진 해변 가는 길 옆의 마을. 자그마한 시골 마을.빨강, 파랑, 주황 지붕. 불쑥 반가운 마음.
기와집, 보이지 않는 대문, 마당에 쌓인 장작.해변 입구 초입 언덕길. 여기만 내려가면 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