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선언
2010. 8. 23. 11:31ㆍ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
우리는 문화예술인이다. 풀잎의 조그만 움직임에서 우주의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문화예술인이다. 여기,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선언한다.
수십 만 년 이어져 온 강산이 파헤쳐지고, 그곳에 깃든 생명들이 속수무책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보라. 단양쑥부쟁이 뿌리가 포클레인의 삽날에 잘려 나가고, 꾸구리가 집단 폐사하고, 맹꽁이가 말라 죽었다. 이제 청둥오리, 쇠오리, 고니, 원앙, 수리부엉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주검 옆에 강바닥에서 퍼낸 오니퇴적물과 흙더미가 산을 이룬다. 무엇을 위한 파괴이며. 무엇을 위한 살생인가. 자연을 파괴와 죽음으로 몰아넣고서는, 인간 역시 그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어떠한 화려한 수사로도 죽음의 현장을 미화할 수 없다. 녹색성작을 외친다고. 검은 색 오니와 누런 색 흙더미가 녹색으로 탈바꿈하지 않는다. 4대강 살리기라고 우긴다고, 죽어간 뭇 생명들에게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을 수 없다. 생태공원을 거창하게 조성한다고, 죽어간 진짜 자연이 돌아오지 않는다. 무지한 기교는 끔직한 무기보다 위험하다. 서투른 기교는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인 후, 이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 지금 정부가 벌이는 4대강 사업은 살인의 기교다. 우린 문화예술인들은 생명의 강을 살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천명한다.
우리는 죽음의 현장을 생명이 약동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파괴적인 개발에 맞서 뭇 생명이 공존하는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
우리는 고여서 썩기를 거부하고 구불구불 강과 함께 흐르는 정신이고자 한다.
그러니 강은 강처럼 흐르게 하라. 우리도 강을 따라 상생의 바다로 나아갈 것이다.
가녀린 나비의 날갯짓이 반대편 세계에 태풍을 일으킨다.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하나의 관계로 이어져 있다. 우리는 나비의 날갯짓에서 곧이어 불어닥칠 태풍을 감지한다. 한바탕 태풍으로 한반도 남녘 생명들이 황량하게 휩쓸려나가는 사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에 촉구한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고 4대강 사업을 당장 중지하라.
이런 움직임이 당장의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반대의 목소리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현실은 절망스럽지만, 그 절망이 패배 대신 저항의 동력으로 변해 주기를 바란다.
그들의 잘난 '4대강 살리기(는 개뿔)' 사업이 얼마나 반생명적이고 폭력적인지, 이미 천명되었다고 믿는다.
이 강이 다 죽어버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빨리, 그들의 폭거가 그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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