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클럽 타打.

2016. 9. 16. 00:48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클럽 타(이하 打)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打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여기저기에 공유되고 있다. 나도 공유하기로 했다.




마지막 공연 웹자보도 떴다. '클럽 타는 고맙습니다'라는 문장을 보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진짜로. 최근 몇 년 간은 가보지 못했으나(사실 최근 몇 년 간 내가 가본 공연장이 몇 곳이나 된단 말인가ㅠㅠ) 는 내가 참 좋아하던 곳이다. 일반적인 클럽들이야 공연 있을 때 가는 곳이지 특별히 막 좋아하거나 하진 않는데, 는 정말로 좋아했다. 라는 이름도 좋고 위치도 좋고 무대도 관객석도 전체적인 분위기도 다 좋아했고 좋은 기억도 꽤 많았고. 늘 마음 한 켠에 가면 좋은 곳, 가기 좋은 곳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곳이란 말이다. 그런데 없어진다니. 아아 이런. 백양로가 없어질 때보다 더 슬프잖아 이건.



예매 오픈이 9월 19일 오후 2시니까 아직 오픈 안 된 거긴 한데 이미 예약입금 엄청 걸려있을 것 같은 느낌…특히 이승환 공연하는 날은 이미 매진일 것 같은데;; 28일 김간지X하헌진과 29일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가장 보고 싶은데 왜 하필 with 장얼 & 십센치냔 말이다. 그래도 장얼이 낫지…만 打에서 그런 인기팀 공연 보는 거 부담스러워요 흑흑 김간지X하헌진과 불나방이면 얼마나 좋아 엉엉엉. 하헌진과 조까를로스를 같은 데서 보다니 너무 신나 혼절할지도 모름. 아, 이럴까봐 다른 날로 잡은 건가…


그나마 다행인(??) 건 잔다리페스타 때 줄리아드림이 打에서 공연한다는 사실. 심지어 그날 오프닝입니다하하하. 그 시간에 다른 훌륭한 공연들도 많지만(레이브릭스라든지 안다영이라든지 데드버튼즈라든지 스위머스라든지…) 됐고요. 다른 공연을 고려해볼 필요가 뭐있냐 무조건 打 가는 거지 뭐!!! 하고 있던 차에 打 폐업 소식을 들으니 거참…打에서의 마지막 공연인 와이낫 공연은 아마도 못 갈 것이니(그날은 대부분 뮤지션들이 참석할 텐데 그런 자리 가는 거 저는 별로…) 打에서의 '거의 마지막 공연'을 볼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이구나 싶다. 이렇게 된 거 그다음날도 打 가볼까 하는 생각이 5초쯤 들었으나 10월 3일엔 무브홀이나 벨로주나 스틸페이스 루프탑에 갈 것 같음 ;ㅂ; 제일 보고 싶은 공연을 시간 순서대로만 놓는다면 에고펑션에러-이아립-아이러닉 휴-단선원-권나무이지만 이렇게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 쳇. 여튼간 줄드의 打 포스터는 이렇게 생겼다.



아니 우리 드러머 베이시스트 어디갔나요………………


 

아무튼 너무 아쉽다. 클럽 타가 2006년에 처음 열렸었구나. 내가 맨 처음 갔던 건 2007년 마이앤트메리 4집 발매 기념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2007년 4월 맞다.) 그때 DRIFT 앨범이 나왔었고 이건 플럭서스에서 나온 메리의 첫 앨범이었지. JUST POP이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던지라 평자들이나 기존 팬들은 DRIFT를 평가절하하는 감이 없잖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DRIFT 진짜 좋아했었다. JUST POP도 진짜 좋았는데 DRIFT도 진짜 좋았다. 두 앨범의 느낌이 달랐었지. JUST POP이 청량한 사이다 느낌이라면 DRIFT는 크림 왕창 올린 카페모카처럼 다디단 느낌. 골든글러브공항가는 길은 없어도 SWEET이나 너는 내맘속에WITH가 전부 다 사랑스러웠고 특별한 사람이나 그걸로도 충분해도 따뜻하며 유쾌했고 랑겔한스S.E.O.U.L의 처연한 쓸쓸함도 좋았단 말이다????? 하 쓰다보니 메리 공연 보고 싶네ㅠㅠ 여하튼 打에서 가장 처음 봤던 공연이 바로 마이앤트메리의 DRIFT 발매 기념 공연이었다. 그때 순용씨는 연달아 맥주병을 비웠고 진영씨는 줄담배를 피우면서 베이스를 쳤었지ㅋ 임주연씨가 시크한 표정으로 키보드 세션을 했었고.


그리고는 거기서 9와숫자들을 봤었고. 오지은을 함께 봤었고. 더불어 우리 신드럼을 봤었고(그때 오지은과늑대들 앨범 준비할 때라서 '미공개 신곡'을 오지은이 들려줬었다!). 스왈로우를 봤었고. 이이언을 봤었고. 브로콜리너마저를 보면서 윤덕원을 봤었고. 와 뭐 이렇게 인기팀만 봤담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역시 打에서 본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승열오라버니의 2007년 리얼라이브.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맨 앞줄에 앉아서 오라버니의 숨소리 하나하나에까지 엄청 집중하면서, 자주 울면서, 그때 오라버니 기타 세션을 했던 정치형에게 한 시간에 몇 번씩 반하면서 공연을 봤었는데. 이제는 거의 커버를 하지 않으시는 승열오라버니는 콜드플레이의 yellow를 커버하셨었고, 게스트로 나오셨던 준석님은 lilac wine을 커버하셨었지. 그 노래들 md에 녹음해서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는데. 지금은 md가 고장나버렸네 엉엉엉. 그래도 그 때 사진은 남아있다.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여기"에.


특히 마지막날 공연은…어쩌면 그렇게 많이 울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데(정서적으로 말고 과학적으로) 정말 많이 울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으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울어서 주위에 앉은 관객들이 엄청 불편해했을 거라는 걸 지금은 안다. 정말 죄송합니다(__) 그래도 그때는 안 울 수가 없었다. 그 공연이 너무 좋았어서, 그 순간이 지나가고 있는 현실 자체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슬프고 힘들었다. 사실 그때는 계속 울면서도 왜이렇게 눈물이 안멈추지???? 싶었었는데 그로부터 4년 후 why we fail 마지막날 4시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날도 이날에 필적할 만큼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려 나중엔 스스로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공연이 끝나고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 거다???? 7시 공연을 기다리면서 계속 울던 중 벼락같이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 너무 좋아서 이렇게 울고 자빠져있는 거구나, 내가…………내참나원참. 그 좋음 때문에 울고불고하던 한심한 기억은 나 이외의 사람들에게도 의외로(ㅠㅠ) 강하게 남아 '그날 앰뷸런스 부를 뻔 했음'이라는 말씀을 작년에 듣기도 했……어휴 나새끼 진짜. 하지만 오라버니 공연 때 운 적은 너무 많으니 그만 떠들도록 합니다.




이렇게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ㅠㅠ 문을 닫는다니ㅠㅠㅠㅠ 하 너무 아쉽습니다 클럽 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요 공연장에서 제 사진 절대 안 찍는 사람이지만(뮤지션 사진도 잘 못 찍는데 무슨 내사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월 2일에 가면 打 앞에서 사진 꼭 찍을거에요 엉엉엉. 이렇게 사라져서 너무너무 서운하고 아쉽지만 이 서운함과 아쉬움보다는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그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셨음에 감사한 마음이 더 크네요. '클럽 타는 고맙습니다'라고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많은 뮤지션들과 팬들이 클럽 타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클럽 타에/에게 고맙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클럽 타의 존재도, 고마운 마음도, 오래 잊지 않을게요.



이 위치도,이 간판도.

사진 출처: 클럽 타 카페(http://cafe.daum.net/liveclub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