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0, 이즈음에.

2021. 3. 20. 22:35흐르는 강/이즈음에

1. 새 직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라고 썼지만 사실 3주밖에 안 됐닼ㅋㅋㅋㅋ).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마음이 힘들다. 내가 하는 일의 보람을 느끼기가 매우 쉽지 않은 상태다. 나는 팀원들과 같이 합을 맞춰가며 작업하는 걸 좋아하는데, 사실 그 '합 맞춤'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팀원들과의 관계다.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해나가야만 괜찮은 노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지금처럼 의욕 없는 팀원들을 만나면 참 힘이 빠진다. 노동에서의 인간 소외를 온몸으로 겪는달까...뭐 쓰다보니 이건 유독 내게만 해당되는 얘기도 아니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상황도 아니란 생각이 더 많이 들긴 한다.

다행히 동료들은 괜찮다. 일하는 데만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딴 데 신경쓸 여력도 별로 없다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올해 직장을 옮기면서 내가 내게 바랐던 것은 불만불평 작작 하고 다른 사람 좀 그만 싫어하고 제발 많이 겸손해지고 남의 얘기 하지 말고 조용히 닥쳐😑😑😑였기 때문에, 그런대로 잘 지키며 3주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내가 부디 징징대지 않고 닥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 중.

 

 

2. 직장에서 준 업무용 노트북이 너무 무겁고 두껍고 깨끗하지도 않아서 슬펐는데, 지난주에 직장에서 원격 업무 때 쓸 수 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지급해주었다. 갤탭s6 라이트다. 아이패드도 아니고 갤탭7도 아니라며 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셨겠지만, 업무용으로 가볍게 쓸 거라면 가성비 면에서 갤탭6 정도가 좋지 않을까 했던 나는 불만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 주말에 개인화 작업 좀 하고(필요없는 삼성 앱들 좀 지우고🤨) 쿠팡에서 강화유리 사서 붙이고 다이소에서 10인치용 태블릿 파우치도 하나 업어왔다. 지금 이 포스팅도 태블릿으로 해보고 있다. 물론 아직 아주 익숙하진 않다ㅋㅋㅋㅋㅋ 그래도 고독한 미식가 시즌7 재방송이 나오는 tv 앞에 앉아 태블릿으로 포스팅을 하고 있으려니 기분이 괜찮다. 언제나 고로상은 옳으므로!

 

3. 월요일에는 오랜만에 진짜 너무 오랜만에ㅠㅠㅠㅠㅠㅠ 줄드 공연도 보러 갈거다ㅠㅠㅠㅠㅠㅠㅠ 세상에 이런 말이 다시 오신 오는구나 역시 존버만이 살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쳤네 포스터 너무 예쁘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로즈골드인가 인디핑크인가 여튼 왜이렇게 줄드와 잘어울리는가 무슨일이지...


공연 보는 것도 오랜만이고(작년 위트앤시니컬에서 생각의여름 가사집 발매공연 이후 처음인 듯) 웨스트브릿지 어휴 진짜 너무 오랜만이고 홍대 어휴어휴 진짜 너어어무너무 오랜만인데 무엇보다 줄드라서 줄드2집 공연이라서 돌아온 줄리아드림의 공연이라서!!!!! 사실 지금도 현실감이 없다. 예매는 했지만 진짜로 공연 하는 거 맞나? 같은 심정이라 월요일에 공연장 딱 가서 줄드 딱 봐야 아 진짜구나 싶을 거 같은 마음...

웨스트브릿지는 2015년에 승열오라버니가 syx 앨범 내시고 나름(!!) 장기공연을 하셨던 곳. 여기서 오라버니를 뵈었던 기억이 2015년 여름의 나에게 아직도 매우 특별하게 남아 있다. 6년이 지난 후의 봄에 그곳에서 돌아온 줄드를 만난다는 게 굉장히 벅차다. 그새 나는 두 번 직장을 옮겼고, 세상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으로 바뀌었지. 2015년 7월의 나는 아직 줄드의 존재를 몰랐기에 몇 달 후 내가 그들의 첫 정규 앨범에 반하게 될 거라는 걸, 그래서 2016년 7월부터는 줄드의 공연을 찾아다니게 될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 앞날 진짜 하나도 모르는 일.

2016년, 힘든 때였다는 말로 간단히 정리해버리기엔 너무 많은 감정들과 경험들을 겪어야만 했던 때. 몸과 마음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만큼 고맙고 기쁘고 소중한 일들도 많았던 때. 그 해에 내게 일어난 기적같은 일 중 하나가 줄드를 알게 된 것이고 좋아하게 된 것이고 줄드의 공연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 줄드가 다시 돌아와서 너무 고맙다. 그저 고맙다ㅠㅠㅠㅠㅠㅠ

동시에,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주는 일인지, 새삼 느낀다. 물론 야구를 좋아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빼앗긴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정민철을 애정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으니까. 나의 민철오빠가 죽어라 던지고도 승리를 못하는 게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가 나 죽겠다는 마음이었긴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것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결국은 다 내 삶을 좀더 윤기나게 만들고 나를 좀더 행복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나 좋자고 그를 좋아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것.

2년째 우리집에서 가장 열심히 덕질을 하고 계신 모친을 봐도 그렇다. 오늘 오후부터 이상하게 분주해 보여 왜저러지 했는데 임영웅이 음악중심에 1위 후보로 출연한 것. 그리고 세상에나 1등을 해버렸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자투표 100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충격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인이어와 마이크는 임영웅 팬들이 선물해준 거라고 엄마가 알려줌...

#0505로 투표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우리 모친이신데 임영웅이 때문에 본방대기하고 투표하고 본방 기립해서 보고 순위 발표 또 기립해서 보며 박수와 환호와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시다가 결국 옆동네 영웅시대 팬들과 약속 잡고 나가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등 축하 파티 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출처: https://mobile.twitter.com/MBC_entertain
이 사진 출처도 https://mobile.twitter.com/MBC_entertain

덕질을 해도 오롯이 내 감정에 집중하며 혼자 집중해서 덕질하는 나와 달리 함께 좋아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그들과의 관계를 함께 쌓아가며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어하는 엄마를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무엇보다 외로움 잘 타는 엄마를 임영웅이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무뚝뚝한 딸로서 임영웅에게 고마운 마음이 매우 크다ㅠㅠㅠㅠㅠㅠ 물론 이런 집 세상에 우리집 말고 57392957집 있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디 임영웅이 무사히 무탈히 활동 잘해서 우리 모친의 시간을 윤기나게 해줬으면.................

그리고 나도 삶이 지치고 힘든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면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좋아하는 다른 일 하면서ㅠㅠㅠㅠㅠ 삶의 고통에서 스스로를 좀 건져내도록 하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주의 나새끼도 부디 힘내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르는 강 > 이즈음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0602, 이즈음에.  (0) 2021.06.02
210523, 이즈음에.  (0) 2021.05.23
210429, 이즈음에.  (0) 2021.04.29
210308, 이즈음에.  (0) 2021.03.08
210214, 이즈음에.  (0) 2021.02.14
210118, 이즈음에.  (0) 2021.01.18
201108, 이즈음에.  (0)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