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3, 이즈음에.

2021. 5. 23. 20:22흐르는 강/이즈음에

직장을 바꾼 후로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긴 했는데 하도 오랫동안 삶에 저녁이 없었던 터라(야근으로 점철된 인생) 어떻게 저녁을 보내야 할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채 두 달 반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내추럴본파워집집집집순이다보니 가끔 외출하는 날에는 엄청 걷지만 아닌 날에는 집에서 굴러다니며 보내느라(물론 집에 있을 때도 할 일은 너무 많음. 볼 것도 너무 많고 읽을 것도 너무 많고 잘 시간도 부족함. 자고 자고 또 자도 또 자고 싶은 것이 나의 인생…) 매일의 '걸음수' 간 격차가 매우 크다.

 

 오늘까지의 걸음수. 7천을 딱 찍은 순간 캡처.

운동을 1도 안하는 주제에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걷는 시간을 좀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생각 늘 하지만 늘 안지킴) 야근을 죽어라 하긴 했어도 지지지난번 직장, 지지난번 직장은 퇴근길의 70% 정도를 도보로 이동했기 때문에 걷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지난번 직장과 지금 직장은 도보로 이동하기가 약간 부담스러운 거리라(지금 검색해보니 6km 정도 나옴)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걷는 시간이 더 줄어들게 된 듯. 안그래도 집에 있는 거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더 나가기 싫어지기도 했다. 밖에 나갔다가 마스크 안 쓴 사람이나 걸어다니며 흡연하는 사람이나 길에 모여 음식 먹고 있는 사람들이나 기타등등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나는 사람들 보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_- 특히 밤산책할 때 그런 사람들 진짜 많은데 볼때마다 안그래도 없는 인류애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다보니 나갔다가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투머치 많아 에라이 그냥 집에 있자!!!!!!! 하며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운동을 1도 안하는 주제에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마음22을 가눌 수 없는 데다가 이 몸뚱이로 앞으로 남은 생을 병원 신세 덜 지고 살려면 조금이라도 걸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도 요즘엔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약간의 위기의식까지도) 걷는 시간을 좀더 늘려야겠다고 이번주에 또다시 생각했고, 왔다갔다 다채로운 5월 날씨 속에서 걷다 보면 꽃 구경할 수 있는 순간들도 종종 있어 비교적 즐겁게 걷고 있다.

 

그나마 지금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지 나중에는 관절이 아파 걷는 것도 힘들 때가 올텐데…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너무 이런 생각을 일찍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간 5월에 걸으며 만났던 순간들을 좀 남겨보자면(아직 5월 안끝났지만ㄷㄷㄷ)

 

 

* 5월 첫 주. 아직 날이 안 졌던 때 집에서 나왔다가 밤이 다 된 후에야 돌아갔다. 이것은 철쭉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영산홍 같기도 하고…(철쭉은 꽃잎이 8~10개까지 있고 영산홍은 5~6개 정도라고 함) 식물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다는 걸 항상 느낀다. 아니 그냥 지식 자체가 너무 없다. 너무 무식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돌아오는 밤. 아직 열시까진 안 됐을 때라서 아쿠아플래닛 간판 불이 켜져 있다ㅋㅋㅋ 열시 좀 전이면 불이 꺼지는 듯. 무슨 한옥마을에라도 다녀온 것 같지만 절대 아님…

 

* 호수로나 슬슬 걸어볼까 하고 나온 날. 호수공원 쪽에서 킨텍스쪽 대단지(-_-)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저거 5년 전만 해도 없었던 건데 거참…하는 기분이랄까. 저 단지가 들어온지 몇 년 됐는데도 여전히 비현실적인 기분.

 

그리고 장미원 쪽으로 갔다. 평소에도 장미원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은 특별히 좋아하고 있다. 사람 없는 밤에 장미원 가면 너무 좋다. 장미원 분위기가 기본적으로 아늑한 느낌이어서 그런지 여기 나밖에 없다-싶을 때면 마음이 엄청 편하다. 겨울밤에는 열시 넘어서 호수공원 가면 그런 적이 가끔 있었다. 요즘은 봄이라 그런지 밤에 가도 나밖에 없다-싶을 때는 없다만 ;)

 

요런 공지가 있기에 아니 이게 뭐 고양시청 잘못도 아니고…라 생각하면서 장미가 진짜 없나보다 생각했는데,
어 장미가 있잖아? 싶으니까 더 귀해보이고 예뻐보였다. 밤에 핸드폰으로 찍은 거라 뭐 엄청 예쁜 사진이 나오진 않는다만,
이날밤 장미가 얼마나 예뻤는지,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 :)
이날 장미원 가고 너무 좋아서ㅠㅠ 마음같아선 매일 가고 싶음.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또 인간…)
노란 장미와 분홍 장미.

 

* 부처님오신날 오전에 가벼운 산책. 사실은 다이소에서 뭐 교환해야 해섴ㅋㅋㅋㅋㅋㅋㅋ 하는 김에 호수공원 지나쳐 왔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전부터 사람이 엄청 많기에 낮에는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 최근에 전자책으로 산 와카타케 나나미의 하무로 아키라 시리즈를 즐겁게 읽고 별순검2를 좀 보고 준형님이 인스타 라이브를 해주셔서 은혜받은 마음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마무리함.  

오랜만에 하늘이 너무 맑아서 마음이 다 좋았다. 어렸을 때는 비가 안 오는 날=맑은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비는 안 오지만 하늘이 먼지로 가득한 날'이면 마음이 무거워졌으니까. 이날은 오랜만에 쨍한 느낌이었다.
아니 왜 고양고양이를 이렇게 묶어 놨지? 하고 봤더니 고양이 인형에 매달리지 말라는 경고문이ㄷㄷㄷㄷㄷ 하 인간들 얼마나 매달리면-_-
역시 5월은 장미인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른쪽 꽃은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휴 나새끼ㅠㅠㅠㅠㅠㅠ
이 꽃은 작약이라고 합니다.
작약은 약으로도 쓴다고 한다(충격). 그리고 꽃이 크고 탐스러워서 함박꽃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또 충격). 나의 무식함을 또다시 절감함.
와 봄이구나! 싶은 봄날의 꽃밭 >_<

 

* 그리고 금요일. 이날 오전은 날이 꾸물꾸물했는데 퇴근할 때 보니까 하늘이 너무 예쁜 거다???????

 

하늘색 이게 무슨 일이야………………………………………………………………

다음날 줄드 공연을 갈 예정이었어서(그리고 다녀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레는 마음 좀 가라앉히려고 또다시 밤산책. 이날은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밤늦게까지 호수공원에 사람이 꽤 있었다. 이날도 장미원 갔는데 여전히 좋았다. 마스크를 슬쩍 느슨히 쓰고 있으면(물론 그러면 안되니까ㅠㅠ 주위에 사람 없을 때만) 향기로 가득한 장미원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진짜 장미원 너무 좋아서 이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대로 밤새고 내일 새벽에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인간…그래도 장미원 최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란장미도 너무 예쁜데 저 장미 '봉우리'가 너무 예뻐가지고ㅠㅠㅠㅠㅠㅠㅠㅠ 감탄해버림. 저건 내가 '따뜻함' 필터로 찍었나보네?
이 장미 하나하나마다 다 이름이 있는데 한번에 외울 수 없을 거니까 서서히 눈에 익히고 있다.
빨간 장미의 강렬함이야 내 말 따위로 표현할 수가 없고,
봉우리 상태에서 막 펼쳐지기 시작하는 이 분홍 장미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이 장미가 꽃잎을 펼치는 시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장미 울타리를 따라 걷는 기분도 좋다.
이 꽃은 가까이서 보면 장미같지 않고 뭔가 굉장히 신비로운(혹은 신기한) 모양이다. 다음에 이름 적어와야지.
밤에도 장미원은 환하다. 장미원 가는 길은 어둡지만.

 

이번주에도 저녁이 없는 삶을 살면서 꾸준히 걸어봐야지. 줄드 사진도 좀 정리하고 공연 후기도 쓰고 책도 열심히 읽고 박재정 노래도 즐겁게 듣고 이번주에 배송될 승열오라버니 LP도 보고……………근데 쓰다보니 다 집에서 해야 하는 것들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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