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4. 22:23ㆍ흐르는 강/이즈음에
1. 현 직장에서의 근무가 곧 끝난다. 이제 3일 정도 남은 것 같다. 원래는 이번 설 연휴 때 현 근무지의 남은 업무들을 다 끝내고 그 외의 밀린 포스팅을 좀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씨엔 유튜브 채널에서 왓쳐 스트리밍을 2월 8일부터 15일(내일 아침)까지 해주는 바람에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왓쳐 복습하느라고 포스팅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마지막 회차의 스트리밍이 진행 중이다. 옆에 창 하나 더 띄우고 왓쳐를 보며 근황글 포스팅 중.
2019년 여름을 왓쳐에 바쳤고 2020년 겨울을 김사부2에 바쳤으니 두 번의 휴가를 한석규아저씨와 보낸 셈이닼ㅋㅋㅋㅋ 김사부2도 좋았지만 나는 역시 왓쳐가 좋다. 도치광이 진짜 너무 좋았는데 봐도 봐도 좋다. 이번에 복습하며 보니까 더 좋고ㅋㅋㅋㅋㅋㅋ 도저히 질리지가 않네. 그리고 복습할 때마다 못 보던 게 계속 보여서 참 좋다. 맨 첫 회에 도치광이 장해룡 수사하게 해 달라고 하니까 박진우가 카산드라 컴플렉스 얘기를 꺼내는데, 이거 그냥 영군이 얘기잖아요🥺🥺🥺🥺🥺 맨 처음에 왓쳐 봤을 때는 영군이가 의욕만 앞서고 좀 건방진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는데 사실 왓쳐에서 제일 착한 건 영군이다. 뭐 사실 그것도 초반에 잠깐만 그랬지 영군이는 너무 고생을 많이 해가지고-인생 자체도 고생을 많이 한 인생이지만 왓쳐에서 '몸 쓰는 일'도 영군이가 가장 많이 하기 때문에ㅠㅠ 보면 안쓰럽고 그렇죠 뭐.
근데 저런 말을 쓰고 나니까 남의 삶에 대해서 '고생을 많이 한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는 게 괜찮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네. 사는 게 힘드는 일이니까 고생스러운 것이기도 한 데다가, 영군이의 경험 자체가 '고생'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영군이 진짜 너무 고생 많았어ㅠㅠ 안됐어ㅠㅠ'하는 마음이 대상화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음…좀 심란해지는군. 아무튼 뭔가 말을 하면 할수록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2. 다음 직장에서의 업무에 필요해서(ㅠㅠ) 최근 황금물고기와 내 이름은 빨강을 읽었다. 이렇게 유명한 책들은 언젠가 읽겠지 읽어야지 읽지 않을까 읽을 날이 오겠지 하는 생각만 갖고 절대 읽지 않았었는데ㅋㅋㅋㅋㅋ 얼마 전 XSFM 방송을 듣다가 윤세민에디터가 퍼펙트25 광고를 하다가 '지금쯤이면 여러분들(=청취자들)이 아 나는 누가 시켜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걸 들으며 아이고 내얘기구만 했다.
'읽어야 되니까' 읽었던 책들 중 그래도 재미있었던 건 피의 꽃잎들과 백년 동안의 고독, 개구리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셋 다 완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셋 다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이었음🙄). 내 이름은 빨강은 생각보다 괜찮았고 예술 혹은 이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게끔 했다. 페르시아의 '신 중심 미술'이라는 개념과 유럽의 '인간 중심 미술'이라는 개념이 처음엔 좀 헷갈리기도 했는데 개념이 조금이나마 잡히고 나니까 머릿속이 되게 복잡해졌다.
나는 되게 문자중심적인 인간이라 이미지/미술보다는 텍스트/글자에 익숙하다. 글자를 보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때도 있지만 그 이미지 자체가 생생한 것 같진 않다. '글자의 느낌'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 내 이름은 빨강을 보면 직접 전쟁을 본 적 없는 화가들이 '누군가가 그려놓은 전쟁 그림'을 계속 보고 따라그리다가 어느새 자신이 그리는 전쟁의 모습을 '진짜 전쟁'으로 믿게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게 약간 내 얘기 같았다. 직접 경험은 별로 없는 주제에 간접 경험만 많고, 그 과정에서 그 간접 경험들을 '알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그러다 보니 '진짜'는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느껴서 떠들고.
작년 말쯤인가 직장 선배 한 분이 '사람들은 진짜 아는 것에 대해선 말을 많이 안 하는데,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선 말을 많이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나가면서 하신 말씀이었는데 그 얘기가 엄청 꽂혔다. 되게 내 얘기 같아서 많이 반성했는데😞 무언가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내가 그걸 진짜로 알고 있는 게 맞나, 그것에 대해 내가 떠드는 것 자체가 맞는 일인가, 모르는 주제에 또 다 아는 것처럼 지껄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계속 스스로를 의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많이 든다.
안타깝게도(?????) 황금물고기는 그냥 그랬다. 라일라의 인생이 대상화되어 서술되어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서 좀 불편했다. '어린 (이방인)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보고 폭력적으로 대하는 게 굉장히 전형적인 서구의 시선이긴 하지만, 그게 이렇게 클리셰처럼 쓰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라일라의 삶 같은 형태의 삶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제도 바깥에 있는 삶, 고정된 곳 없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 삶, 가족과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삶 자체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작품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문제다.
나이는 갈수록 많아지는데 나라는 인간 자체는 갈수록 작아지고 좁아지는 것 같으니, 거참, 어째야 할지 원.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생각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답이 없는데, 이 모든 게 다 아까 말했던 '간접 경험'에 가깝다는 게 나를 더 고민스럽게 한다. 그렇다고 내가 또 엄청나게 활동적이거나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즐거워하는 사람도 아니다보니 거참. 어째야 할지 원22
3. 올해 초반에 약간 당첨운 같은 게 있었는지, 몇 개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경품을 받았다. 몇 개만 자랑하자면.
첫 번째는 교보문고 인스타 계정에서 보내주신 교보문고 굿즈들. 유리컵과 핸드크림과 파우티를 보내주셨는데, 저 복슬복슬 파우치가 너무 귀엽다ㅠㅠ 예뻐서 사진만 찍고 비닐에 다시 싸 놓았다ㅠㅠ 아끼다가 쓰레기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으나 이건 쓰레기가 될만한 것은 아니니까😌라며 자기합리화하고 있음ㅋㅋㅋㅋㅋ 문구도 뻔한 말 같지만 좋다.
두 번째는 민음사 인스타 계정에서 보내주신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 아 이 책 게시물 보고 너무 멋있어가지고ㅠㅠ 와씨 이건 진짜 종이책 구입 각이다 했었는데 운좋게 당첨되었다ㅠㅠㅠㅠㅠ 작년에 크레마카르타G를 산 이후로 가능하면 종이책을 덜 사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 신간 중 많은 부분을 전자책으로 사고 있다. 이 얘기는 예전 포스팅에서도 쓴 것 같지만 내가 두고두고 읽을 책은 전자책으로 사는 편. 읽고 나서 선물할지도 모르겠다 싶은 책은 종이책으로 샀고. 그렇지만 김연수소설가님과 마거릿애트우드선생님의 책은 계속 종이책으로 샀다. 그분들의 책들이 컬렉션처럼 되어 있다보니; 그리고 크레마카르타G가 흑백이라서 '컬러를 꼭 봐야 할 것 같은 책'은 종이책으로 산다. 만화책은 종이책으로 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한 번도 안 사봤다.
여튼간 버지니아 울프 책을 받고 너무 좋아서 인스타 계정에 자랑하곸ㅋㅋㅋㅋ 빨리 읽고 싶다고 광광댔으나 아직도 읽지 못했다. 내이름은빨강과 황금물고기를 읽고 왓쳐를 봐야 했으므로…!!!!! 3월 시작 전에 수록된 작품 중 한 편이라도 꼭 읽어야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 번째는 줄리아드림 인스타 계정에서 보내주신 줄리아드림 굿즈🤩🤩🤩🤩🤩 달력과 앨범 부클릿을 보내주셨는데 너무 감동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부클릿은 나중에 포스팅할 것이다. 저거 보면서 혼자 감상에 젖어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줄리아드림 다큐 한번 볼까 했는데(2016년에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봤던 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usb가 없어져서 한동안 방을 뒤졌다. 뭐 결국엔 다 찾아냈지만.
4. 작년 이후로 우리집에서 덕질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우리 모친이시다. 평생 덕질을 해온 내가 이 분야에서 어머니에게 밀릴 줄은 상상도 못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대상은 (많은 집들이 그러하듯이) 임영웅이어서 집안 곳곳이 임영웅의 사진과 굿즈로 도배되어 있다. 어머니는 놀랍게도 팬커뮤니티 활동까지 하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같은 행정구역에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의 임영웅 팬들'과 모임을 갖는데 그 중 굿즈를 만드시는 게 취미가 되신 듯한 팬분이 계셔서 모임날마다 집에 굿즈가 늘어난다. 최근에는 임영웅 달력을 가져오셨다.
엄마는 저 달력에 이런저런 당신의 스케줄을 적으시려고 했지만 내가 말렸고(이런 건 보관해야지 무슨 글자를 써요!!!!!) 그 전부터 쓰시던 다른 달력도 있었기 때문에 현재 이 달력은 거실에 잘 전시되어 있다. 맨날 임영웅 얼굴을 봤더니 나도 저 얼굴에 익숙해져가지고 집밖에서 만나면 괜히 반갑다. 매일 아침을 미스터트롯 재방송으로 시작하고 일주일에 티비조선의 임영웅 출연 프로그램들을 본방+재방+삼방+사방씩 하며 토요일 같은 날엔 하루종일 임영웅 노래들을 틀어놓는 엄마 덕분에('때문에'를 써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임영웅 목소리에도 익숙해졌다. 엄마가 대화 중 맥락없이 임영웅 얘기를 꺼낼 때는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임영웅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은 나도 임영웅 노래를 듣다가 엄청 운 적이 있어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토요일 낮에 나른히 채널 돌리다가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부르는 걸 재방으로 봤는데 아빠 생각이 너무 많이 나가지고 엄청 울었다. 코로나19가 심해지면 추모공원 입장이 제한되어서 아빠를 보러 가기도 힘들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이후로 못 가가지고ㅠㅠ 너무 슬픈데ㅠㅠㅠㅠ 봄 되기 전에 꼭 다녀오고 싶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빠 갖다주려고 꽃 많이 샀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 코로나19로 조카도 한동안 어린이집을 못 갔다. 어린이집에서 조카에게 과제(?)로 버섯키우기 키트를 줬는데, 동생이 집에 두고 가서 내가 키웠다. 나는 생명을 키우는 데 정말 소질이 없는 사람인데ㅠㅠ 이건 진짜로 물만 주면 된다고 해서 열심히 물만 줬다. 진짜로 팍팍 잘 자라서 약간 무섭다는 느낌이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면 버섯의 저 우산(이라고 해야 하나) 부분 색깔이 진해진다는데 저날은 그렇지 않았다. 저 이후로 조금 더 진해졌는데 위의 아이들은 크게 자라고 아래 깔린 애들은 눌려서 못 자라는 게 은근히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 (참 쓸데없는 감정이입) 나중에 좀더 잘 키워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 나는 잘 키우는 소질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으으음.
6. 오늘까지 매일 케이뱅크에서 새해복 인사를 해주고 있는데, 언제까지 하려나. 이제 설도 끝났으니 곧 사라지겠지? 부디 올한해 매일매일 복받았으면 좋겠다. 너무 불평불만 많이 하지 말고, 쓸데없는 말 많이 하지 말고, 알지도 못하는 일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말고, 매일매일 복받는다는 심정으로 신중히 살아야지. 새해 복 많이 받자 나자신.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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