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4. 21:32ㆍ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텀블러애정인으로 살아온지 어언 10*n년째…지금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텀블러를 들고 다니지만 주위에 아무도 '물통'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던 대학생 시절부터 나는 이상하게 텀블러를 좋아해 늘 텀블러를 들고 다녔(고 수많은 텀블러를 잃어버렸)다. 그동안 사용하다가 잃어버린 텀블러가 도대체 몇 개나 될까ㅠㅠㅠㅠㅠ 그 수많은 텀블러들 중 가장 만족하면서 사용했던 것은 역시 커피빈의 아령텀블러였다.
내 것은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갈색 텀블러였는데 한 해 동안 자주도 떨어뜨려서 아래위 볼록볼록한 부분이 살짝씩 찌그러졌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보온이 오래 가고 튼튼해서 엄청 애착을 가졌었는데 결국 어느 겨울날 홈플러스에서였나 다른 마트에서였나 잃어버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나서 엄청 슬펐었다. 그게 십 년 전 일. 2011년이 승열오라버니 메리홀에서 한달공연 하시던 해였고 직장에서도 이런저런 추억이 많은 해였는데 그 한 해를 쟤와 함께 했던 터라 되게 아쉬웠다. 뭔가 애착인형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한동안 이런저런 텀블러들을 전전하며(잃어버림+뚜껑이 깨짐+텀블러가 찌그러짐+텀블러의 일부가 없어짐 등등의 사건이 계속 벌어짐) 정착을 못하고 있었고 한동안은 '900ml 텀블러'에 꽂혀서 온갖 900ml 스텐 텀블러들을 훑고 다녔는데 그 친구들은 역시 밀폐력에서 아쉬움이 있었어서-물론 밀폐력이 좋은 900ml 스텐 텀블러가 없었던 건 아닌데 쓰다보면 헐거워지는 느낌이었고 빨대를 꽂아 쓰면 밀폐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뭐 그랬다하하하하하 텀블러 하나 고르기도 참 어려운 세상……………………………………………
그러다가 작년부터 세 개의 텀블러를 순서대로 썼는데, 셋 다 아주 잘 썼던 터라 후기를 남겨두고 싶었다. 4월에 지구의날도 있고 해섴ㅋㅋㅋ 일회용품을 최대한 덜 쓰며 살려고 몇 년 전부터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데 직장에선 사실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아서 슬프다. 나는 덜 쓴다고 애쓰는데 주위 사람들이 팍팍 쓰는 걸 막기가 힘듦. 여튼간 내가 최근 쓴 세 개의 텀블러는 아래와 같다: 스탠리 트래블머그, 킨토 데이오프 텀블러, 오슬로 아웃백 텀블러.
스탠리 트래블머그의 풀네임은 스탠리 클래식 트리거 액션 트래블머그인 것 같은데 너무 기니깤ㅋㅋㅋㅋㅋㅋ 그냥 저는 스탠리라고 하겠습니다-_- 스탠리의 가장 좋은 점은 완전한 밀폐와 튼튼함, 절대 벗겨지지 않는 코팅(이라고 해도 되나;). 텀블러를 쓰다 보면 당연히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데(흑흑흑) 데굴데굴 굴러가기만 하지 텀블러 속의 음료가 쏟아진다거나 텀블러가 찌그러지는 일은 없었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바닥이 따로 붙지 않은 텀블러들은 보통 바닥 부분이 약해서 기스가 많이 나거나 찌그러지거나 색깔이 벗겨지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
그립감도 좋았다. 아래의 사진처럼 중간에 볼록한 부분이 있어서 보통 저 부분을 잡게 되는데,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어 많이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473ml를 썼는데 약간 용량이 더 컸어도 좋았겠다고 생각했었다. (음료든 물이든 많이 담아가지고 다니는 걸 좋아해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게는 좀 묵직한 편이었고 음료를 담으면 더 묵직해졌지만 가볍고 작은 텀블러를 선호하지 않다보니 내겐 흠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 아래 사진들은 전부다 스탠리텀블러를 판매하는 스토어에서 가져온 것.
녹색(이라기보다는 카키색?????)도 아주 잘 썼고 마음에 들었는데 이 아래 네 색깔 중 내가 하나를 골랐다면 아마 네이비나 블랙을 골랐을 듯. 보통 검정 아니면 푸른색 중 하나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라. 흰색은 잘 안 사기도 하고 안 쓰기도 한다. 너무 쉽게 더러워지잖아요ㅠㅠ 근데 카키색도 진짜 괜찮았다. 밀리터리 느낌이 나기도 했고 사진보다 실물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네이비는 음, 색깔 자체는 좋아하지만 실물로 보면 녹색보다 덜 예쁠 것 같음. 뭐 아닐 수도 있지만;; 그리고 내 텀블러는 오른쪽처럼 인쇄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왼쪽처럼 라벨 형태였다.
입구가 이렇게 분리된다는 건 좋은 점이면서 귀찮은 점. 분리해서 깨끗이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데, 저 철사 부분과 입구 부분, 그리고 안쪽의 복잡한 부분들을 구석구석 깨끗이 닦지 않으면 텀블러에서 금방 냄새가 난다. 구석구석을 수세미로 닦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빨대를 닦을 때 쓰는 솔로 닦아야 한다. 그래서 아 귀찮다-_- 싶을 때도 있는데, 그 귀찮음 덕분에 밀폐가 가능한 거고 보온과 보냉도 잘 되는 거니까!! 그리고 아예 닦을 수 없게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깨끗이 닦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이 훨씬 좋은 것이기 때문에!!!! 더 불평할 마음은 없습니다. 너와 함께 지낸 시간들 아주 좋았단다 스탠리야…일 년 정도를 나와 함께 지냈던 스탠리는 어느 출근날 아침 차 사고와 함께 분실되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스탠리와 이별한 나는 또다시 잠시간의 방황 끝에 킨토 데이오프 텀블러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킨토 텀블러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너무 예뻐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하나로마트에선가 실물을 봤었는데 아니 진짜 너무너무너무 예쁜 것이다. 인터넷서점 굿즈 중에서 '예뻐서 갖고 싶은' 텀블러가 가끔 눈에 띄기는 했었지만, 굿즈를 제외한 기성품 텀블러들 중 이렇게 예쁜 텀블러는 처음이었다. 근데 사실 굿즈를 포함해서도 가장 예쁜 텀블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킨토 데이오프가 4만원 정도의 가격이었고(오프라인 매장이라 더 비쌌는지도 모르겠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내 입장에서 500ml인데 4만원짜리 텀블러란 좀 그렇다…싶은 가격이었기에 나는 킨토=구경용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러다 시간이 좀 흐른 후 어찌저찌 이것을 선물받게 되어 다시 실물을 영접하게 됐는데 다시 보아도 너무 예쁜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차마 이것을 쓸 수가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고이고이 아껴두다가 스탠리를 잃어버린 후 상심이 커서 데이오프를 결국 개봉하였다.
보통 내가 텀블러를 고르는 기준은 이렇게 네 가지다.
1) 완전밀폐가 되어야 함
2) 바닥에 미끄럼방지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니라면 아예 스텐이어야 함
3) 손잡이는 없어도 상관없음
4) 용량은 700ml 이상을 선호함
따지고 보면 킨토 데이오프는 저 기준에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킨토 데이오프는 저 기준을 다 뛰어넘을 만큼 예뻤고(압도적으로!!!!!!!!!!!!) 무엇보다 보온보냉이 정말 최고였다!!!!!!!!!!!!!!!!!!!!!!!!!!!!!!!!!!!!!!! 보온 65도 이상, 보냉 8도 이하가 6시간 동안 유지된다고 판매사이트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나는 6시간보다 훨씬 더 보온/보냉이 잘 된다고 느꼈다. 정확히는 내가 쓴 텀블러들 중 보온/보냉에서 최고라고 느꼈다. 텀블러 전용 세정제를 따뜻한 물에 풀어 섞어두고 하룻밤 일어났다 다음날 일어나 텀블러를 헹구려고 뚜껑을 열면 늘 물이 여전히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말이 따뜻이지 거의 뜨거운 상태) 아니 어떻게 이렇게 예쁜데 이렇게 기능이 좋을 수가 있지? 보통 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하는 거 아냐?? 하며 늘 감탄하곤 했다.
그래서 진짜 너무 좋아하며 아껴쓴다고 아껴썼는데…………………………어느날 직장에서 실수로 텀블러를 또 떨어뜨리고 말았고…………………………걱정했던 대로 저 손잡이 부분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주 가열차게 부서지고 말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이 좌라락 갔는데 그러고 나니 얘를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되었고(금 사이로 커피가 좔좔 새어나왔기 때문) 나는 텀블러를 떨어뜨린 나자신을 매우 타박하며 슬픔에 젖어 킨토 데이오프의 용도를 '집에서 쓰는 컵'으로 바꾸게 되었다. 다른 텀블러였으면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얘는 도저히 버릴 수 없음………………………………………………………
얘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해 꾸준히 시세를 살피고 있는데 요즘은 2만 5천원 근처에서 판매하는 곳들도 좀 있어서 늘 살까말까 고민 중. 근데 그사이에 어쩌다보니(라기엔 내가 산 것이지만;;;;;) 락앤락 텀블러를 몇개 또 질렀고 선물받은 텀블러도 하나 생겨서 야심차게 지르지 못하고 있음. 이러다 어느날 마음이 허한 날 웬일로 저렴한 가격에 나온 데이오프를 발견하고 지르는 날이 오겠지…그날이 오면(읭) 아이보리 말고 이번엔 머스터드를 사고 싶다. 보통 나는 파란색이나 검정색 계열을 고르는 편이지만 킨토 데이오프는 머스터드가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예쁘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리고 절대로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니웨이. 킨토 데이오프를 부상당하게 만든 후 또다시 상심하며 방황하던 나는 이번엔 무조건 튼튼한 걸 쓰자는 심산으로 그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텀블러들 중 (스탠리 다음으로) 튼튼해보였던 오슬로 아웃백을 꺼냈다.
사실 오슬로 아웃백을 사기 전 락앤락 핸들텀블러랑 얘랑 거의 비슷해 보여서 고민을 살짝 했는데,
결국 나는 오슬로를 골랐다. 아무리 봐도 얘가 더 그립감이 좋아 보이고(락앤락은 너무 굵어서 백프로 또 떨어뜨리겠지! 하고 생각했음) 뚜껑도 훨씬 튼튼해 보였다. 검정 뚜껑보다 이 스테인리스 뚜껑이 더 예뻐 보이기도 했고. 가격도 오슬로가 더 경쟁력있었음.
그리고 지금까지 매우 만족하며 쓰고 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무겁긴 한데 700미리 음료를 가득 담으면 무거운 게 당연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불만 없다. 킨토 데이오프보다는 보냉/보온이 약하지만 스탠리에 비해서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완전밀폐도 되고, 튼튼하고, 뭐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디자인 면에서 호오가 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행히도 호감 편이다. 오슬로에서 나온 텀블러들 중 얘보다 더 '병'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텀블러들도 있지만, 나는 이게 더 좋다. 혹시라도 사고가 생겨서ㅠㅠㅠㅠㅠ 얘를 또 잃어버리거나 부숴뜨린다면 얼마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세일할 때 놓치지 않고 사둔 락앤락 텀블러를 꺼내겠지만, 오슬로 아웃백을 다시 살 생각도 충분히 있다. 딱히 흠이 없는 텀블러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래서 최근 나는 여전히 오슬로 텀블러를 잘 쓰고 있고, 만족하고 있고, 당분간 이걸 잘 쓰자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텀블러애정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해 계속 정기적으로 또 규칙적으로 좋아하는 텀블러들의 가격을 검색하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텀블러 사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하 진짜 왜이렇게 나는 텀블러를 좋아하는 걸까. 딴 물건에는 그렇게까지 욕심이 없는데 이상하게 텀블러에 대한 애정은 10*n년째 변하지가 않네 거참나. 그래도 새 텀블러를 사기 직전마다 '텀블러를 사서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또 하나의 소비를 늘리고 있지 않니 나새끼야??????????'라고 스스로를 꾸중하며 참아내고 있음. 그러니 오슬로 아웃백은 저와 오래오래 잘 지내보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텀블러 구입 시의 기준처럼 되고 있는 '스타벅스 컵 사이즈 용량' 이미지 하나 첨부해봄. 사실 나는 스타벅스를 그렇게까지 많이 가지 않기 때문에(스벅에서는 보통 그란데 정도로 마시고) 크게 의미는 없다만, 벤티가 591미리라 그런지 어느 순간 '최소한 600미리는 넘어야 마음이 든든하다'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거참나22 사람 마음 참 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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