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0. 13:43ㆍ흐르는 강/소박한 박스
일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꼽으라면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미분당을 꼽을 것이다. 일산에는 미분당이 두 곳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곳은 마두점. 대화점은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고 들어가보진 못했다. 한 번 발을 디딘다면 대화점도 좋아하게 되겠지.
미분당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이미 블로그에서 여러 번 했는데(이때, 또 이때) 또 해도 아깝지 않으므로 오늘 또 한다. 올해도 미분당에 갔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백신 2차 맞기 전날 며칠간 아플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미분당을 찾았다. 사실은 힘줄을 먹고 싶었지만 힘줄이 이미 매진이었어서 가장 무난한 차돌박이를 주문했다.
힘줄 먹고 싶었는데ㅠㅠ 하는 마음은 눈앞에 나타난 차돌박이 쌀국수를 보자마자 사라졌다. 아니 왜이렇게 맛있게 생기고 난리야ㅠㅠㅠㅠㅠㅠㅠ 고수를 부탁드려서 팍팍 넣어 먹었다.
여름 휴가 때는 오랜만에 김싸김밥도 먹었다ㅠㅠㅠㅠㅠ 김싸김밥 너무 좋아한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가까이 있으면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그날의 점심으로 한줄씩 사가고 싶은 심정. 매일 점심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을 거다 싶을 만큼 맛있다. 뭐 기본적으로 김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까.
밤중에 동네 산책겸 주엽역 쪽으로 걷다가 김싸김밥 앞을 지나갔는데, 지난 겨울 휴가 때 김싸김밥을 못먹었다는 게 떠오르면서 '아 내일 꼭 먹어야지'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다. (나는 먹는 것에 대한 호오가 거의 없다시피 하여-가리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런 마음이 드는 적은 매우 드물다.) 아홉시부터 일곱시란 말이지 음... 하고 메뉴를 한장 찍은 뒤,
집이랑 김싸김밥이 가깝기는 했지만 이날도 덥디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왠지 집에 들어가면 밖에 다시 나오기가 너무 싫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주엽-대화 쪽으로 산책하고 돌아옴. 중간에 다이소도 들렀다가... (사실 다이소에서 시간을 엄청 썼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세시 반 맞춰 다시 김싸김밥으로 돌아왔다.
김싸김밥이 제일 맛있기는 하지만 참치김밥과 더블치즈김밥도 하나씩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받아서 바로 만들어주시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다섯 줄을 싸들고 와서 엄마와 조카와 동생과 나눠먹었다. 아래 사진의 손은 아직 주름이 없는 손=조카 손ㅋㅋㅋㅋㅋ
김싸김밥을 먹고 나니 당연히 우리집김밥이 먹고 싶어져섴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람 마음 절레절레. 우리집김밥도 다녀왔다. 사실 올해는 직장 근처에 있는 정성한줄과 서가원의 김밥을 가장 많이 먹고 있으며 정성한줄과 서가원의 김밥도 맛있지만 역시 김싸김밥과 우리집김밥이 일등이다. 이 둘에 견줄 만한 김밥은 아직 없다.
우리집김밥에도 여러 김밥들이 있지만 제일 맛있는 건 기본인 야채김밥ㅋㅋㅋㅋ 우리집김밥도 김싸김밥도 '가장 기본'인 김밥이 제일 맛있다는 게 참 묘하다. 보통은 참치김밥이나 치즈김밥이 김밥집에서 제일 맛있는 메뉴인데. 하지만 야채김밥만 주문하긴 좀 그래서(왠지 좀 그렇다) 참치김밥과 치즈김밥을 함께 주문함. 치즈김밥 주문할 때마다 언제 햄치즈김밥도 주문해봐야지 생각하는데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네 으잉.
예전에는 스티로폼 용기에 '마카로니를 마요네즈에 무친 반찬'+'단무지'+'김밥'을 세트처럼 담아주셨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은박지에 포장해 주신다. 마카로니가 별미였는데 아쉽다. 은박지 포장은 종이 포장보다 마음이 좀더 불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맛있는 건 사실이다. 안 먹으면 서운한 맛. 워낙 오래 먹어서 익숙하기 때문에 맛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요렇게 세 가지 메뉴로 끝내면 그냥 기존에 좋아하던 것들을 올해도 여전히 좋아했다-는 결론이 도출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울랄라고릴라를 덧붙일 것이기 때문.
울랄라고릴라는 커리전문점이다. 꽤 오래된 식당이다. 라페스타 뒷쪽, 홈플러스 옆쪽에 있다. 지도를 붙이면 이렇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위치해 있는 터라 볼 때마다 언젠가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옛날 일인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사실 집 근처에 있는 식당들은 집 근처가 아닌 식당보다 더 가지 않게 된다.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되는데 뭘 굳이...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기 때문. 그러다보니 울랄라고릴라도 늘 스쳐만 갔었다. 커리와 카레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도.
그러다가 한 주 내내 잔뜩 찌들어서 '하 이번주 금요일에는 퇴근길에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이번주의 이 패배감이 사라지지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던 8월말, 드디어 고릴라에 첫 발을 내딛었다. 결심(?!?!?!)했던 것처럼 8월의 마지막 금요일 저녁에.
하루야채커리를 먹을까 1976서울커리를 먹을까 무엇을 먹을까요 알아맞혀 봅시다를 하다가 결국은 하루야채커리+감자고로케로 선택했다. 고로케는 언제나 좋아하는 메뉴. 그린믹스도 매력적이었지만 하루야채커리를 주문했는데 굳이 구운 야채를 또 주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힘든 한 주를 보내고 간 거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맛있는 커리였다. 매운맛가루를 조금씩 더해가며 점점 매운맛을 만들어 먹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나의 커리를 여러 맛으로 먹을 수 있으니까. 덕분에 나는 일주일 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씻어버릴 수 있었고 망할놈의 직장 따위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 맛있는 거 찾아먹기라도 하면서 기운을 낼 것이다!!!!!!! 라는 기분으로 귀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약속이 생겼을 때 또 가서 이번엔 마늘칩을 추가해 먹었다. 마늘칩은 커리의 좋은 단짝이니까!!!!!!!!!!!!!!!!!
올해가 가기 전에 김싸김밥도 우리집김밥도 미분당도 울랄라고릴라도 다시 한 번씩 가서 김싸김밥과 야채김밥과 쌀국수와 커리를 챱챱 먹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네. 넷 다 안된다면 음... 겨울이니까, 아무래도 미분당을 1순위로 놓아야겠닼ㅋㅋㅋㅋ
얼마 전 김연수소설가님 동네책방 강연에 갔을 때 소설가님께서 '일산은 이야기가 없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곳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물론 워딩이 딱 저대로는 아니었지만;;;) 매우 동감한다. 처음 이사와 살던 때는 되게 남의 동네 같았고, 내게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들은 다 서울에만 있는 것 같았는데. 어딜 가도 그곳이 그곳처럼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재미 없는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일산에 좋아하는 식당이 생기고 좋아하는 가게가 생기고 좋아하는 길이 생기고 좋아하는 빵집이 생기고... 그러면서 그곳에 얽힌 좋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에 기록되는 게 신기하고 신비롭다.
앞으로는 또 어떤 곳에서, 맛있는 무언가를 만나고, 따뜻한 기억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되기도 하고, (이게 끝일까봐) 걱정되기도 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흐르는 강 > 소박한 박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임종린지회장님 단식 44일째ㅠㅠ SPC는 노조 탄압 멈춰라!!!!! (4) | 2022.05.10 |
---|---|
BIG 5 검사 from 카카오 같이가치 +_+) (0) | 2022.05.07 |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1월 28일 논평: 헌법상 평등권 부정하는 윤석열 후보를 규탄한다 (0) | 2022.01.29 |
최근의 텀블러: 스탠리 트래블머그, 킨토 데이오프, 오슬로 아웃백 (11) | 2021.04.14 |
무료 한글 폰트 다운😏 [2] (0) | 2021.02.23 |
무료 한글 폰트 다운😏 (0) | 2021.02.22 |
현아의 Good Girl을 듣다가 생각하는, 여성의 창작물을 소비한다는 것. (0) | 2021.01.28 |